검색보기
댓글보기
왜 밀레니얼 세대는 차세대 노동조합운동의 주인이 되어야 하나

편집자주/밀레니얼 세대와 노동조합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경기후퇴와 이로 인한 삶의 조건의 후퇴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잔잔한 칼럼을 소개한다. 원문은 Why Millennials Should Lead the Next Labor Movemen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렸을 적 우리집 화장실 책꽂이에는 온갖 정치적인 내용의 책자가 구비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에보니(Ebony, 미 흑인 문제 월간잡지), 에센스(Essence, 흑인 여성문제 잡지), 제트(Jet, 흑인 및 인권문제 잡지) 등의 책자를 가져와 그곳에 두셨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런 책자들을 통해 흑인문제를 접할 수 있었다. 또 노조 소식지를 통해서는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위스콘신주 남부지방에 있는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서 일을 하셨다. 일이 고되어 아버지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무릎에 찬 물을 빼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수술은 노조가 사측과 합의한 의료보험으로 모두 보장되었고, 수술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을 때에는 노조가 협상해놓은 계약 조항에 따라 병가처리되었다. 병세가 호전되면 아버지는 곧장 다시 업무로 복귀할 수 있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또 자신이 사랑했던 그 본업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노조가 했던 이러한 일들을 기억해보면 꼭 박물관에서나 찾아봄직한 일처럼 느껴진다. 1980~90년대의 오래된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경제에 새로 유입된 수많은 일자리들은 노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근(full-time employment)직이 아닌 경우도 많다. 노조조직화가 감소한 것은 중산층을 매우 빠르게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든 요인이다.

우리 아버지가 노조로부터 받았던 여러 혜택을 현재의 노동자들은 박탈당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 시대의 노조는 가계 임금(family wages)을 협상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새 아파트를 찾아 이사갈 때마다 몇 년간 돈을 모아 그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노조로 인해 의료보험 역시 보장받을 수 있어 우리 아버지의 무릎 수술에서부터 우리 누나의 천식, 남동생의 자폐증, 어머니의 고혈압, 아버지의 초기 전립선암까지 치료할 수 있었다.

노조에 가입하면 뭔가 배울 수 있다

오랫동안 화장실에 꽂혀있던 여러 종류의 노조 책자를 탐독하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노조 협상전문가라는 존재에 매료되었다. 영원할 것같은 매서운 겨울 추위를 막아줄 중서부 스타일의 작업화와 양털 작업복으로 중무장한 ‘패션테러리스트’, 바로 우리 아버지와 같은 모습의 그들에 점점 마음을 빼앗긴 것 같다. 그들의 겉모습은 우리 아버지와 비슷했지만 우리 아버지에게는 없는 각종 지식이 있고, 그런 지식들을 우리 아버지와 기꺼이 나누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을 할 때 적정한 임금을 받도록 어떻게 협상할 수 있는지, 불법적이고 부당한 노동시간과 노동조건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아버지는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노조에 가입하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현재 이 나라의 정치체제가 반대하고 있고, 국가가 앞장서서 약화시키려 하는 것들을. 국가는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직장에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임금, 근로시간, 노동조건 혹은 노조가 가진 협상력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위험은 아주 크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내 고향인 위스콘신주에서 스캇 워커 주지사가 반-단체교섭 법안(anti-collective-bargaining law)을 통과시키자 즉각적으로 노동자들을 대변해 싸웠던 노조의 권리가 축소되었다. 이후 워커 주지사는 위스콘신주의 공장 노동자와 소매업 직원들이 주말근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또 다른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는 단순히 수천명의 위스콘신 주민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쉴 수 있는 권리를 잃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로 인해 고용주들은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주 7일 근무를 하도록 강요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불응하면 직원들은 직장에서 해고되는 위험을 감수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일주일에 단 하루도 휴일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생산력 측면에서나 근로자들의 사기 진작 면에서도 올바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그건 사람들을 모두 비참한 상태로 몰아넣는 것일 뿐이다.

오늘날 노동자의 최선의 전략

나는 현재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미국 동부 작가 조합(the Writers Guild of America East)이다. 우리 노조는 최근 파업을 피하면서 (그 대가로) 조합원들에게 더 이로운 의료 보험 혜택을 합의했다. 이번 협상의 성공은 실로 주목할만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 - 대다수는 직장 의료보험을 가진 사람들 - 이 의료보험 자체를 잃게 될까 두려워하는 이 시대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정부가 공공 의료보험과 민간 의료보험을 들쑤셔 놓고자 작정한 이 때, 임금은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위협에 맞서는 최선의 전략은 현존하는 노조에 가입하거나 우리 스스로 노조를 결성하는 것이다.

미국 노조 역사에서 마지막으로 큰 붐이 일었던 시절은 오늘날과 비슷한 형국이었다. 2008년 경제위기와 비슷했던 대공황(Great Depression) 시대에 좌파 성향의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에 매우 불만을 느꼈다. 노사의 단체교섭에 호의적이었던 뉴딜 정책 덕분에 미국인들은 자유롭게 노조를 만들었고, 고용주들에게 노동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말미에는 1천2백만 이상의 노조원이 존재하였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노조가 제공하였던 직업안정성이라는 추억을 갖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다음 세대 노조운동의 ‘르네상스’를 이끌 완벽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 밀레니얼 세대는 지난 경제위기 시절에 직장을 구했고, 최근 이 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고용의 질 하락과 저임금, 복지 축소, 신입사원까지 적용되는 비경쟁조항(noncompete clauses, 동일 직종으로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채용 계약)까지 갖가지 고난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더 강력하게 노조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는 통상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난 15년간 노조 조합원들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에 비해 27%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

우리 아버지가 화장실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노조 소식지는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그들이 던진 메시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타당한 임금과 합리적인 노동조건 그리고 가족을 건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직업의 가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