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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캐비닛 문건’ 또 발견한 청와대, “삼성·위안부·세월호 위법 지시 정황”
14일 오후 청와대 민원실에서 지난 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전임 정부의 기록물들을 국정기록비서관실 관계자가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사본은 검찰에 제출했다. 자료사진.
14일 오후 청와대 민원실에서 지난 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전임 정부의 기록물들을 국정기록비서관실 관계자가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사본은 검찰에 제출했다. 자료사진.ⓒ뉴시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적법하지 않은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청와대 안 사무실에서 또 발견됐다. 청와대는 17일 관련 문건을 ‘박근혜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정무수석실 내 캐비닛에서 추가로 발견된 문서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까지 작성한 254건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문건을 비롯해 비롯해 총 1천361건에 달한다.

박 대변인은 “254개 문건은 비서실장이 해당 수석비서관에게 업무지시한 내용을 회의 결과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비교적 시스템을 갖춰 회의 때마다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254개 문건에는 별도의 제목이 없었지만, 회의 날짜가 일일이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254건 문건이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로 따지면 김기춘 비서실장 이후 이병기, 이원종 비서실장 재직 기간과 겹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2015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의 재직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치며, 조윤선 전 정무수석(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의 재직 기간도 일부분 겹친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기획비서관은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 기획비서관으로 재임하던 시절과 절반가량 겹친다. 일부분은 그가 직접 작성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씨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씨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청와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법 지시 가능성 제기

문제는 문건의 내용이다. 박 대변인은 “문서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며 “특히 (한일)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 적법하지 않은 지시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정치적, 법적 논란 우려 탓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적법하지 않은 지시 사항’이라고 언급한 점에 비춰보면 부당한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예를 들어, 누리과정 예산을 가지고 민감하던 시기에 ‘언론 어디를 시켜서 이렇게 하라’, ‘언론을 활용하라’ 그런 내용이 정리된 걸 보면, 전 정부에선 정말 이렇게 막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같으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권 입장에서 여러 대책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전혀 보편 타당하지 않은 내용이 다수 있다는 것”이라며 “적법하지 않다, 내지는 위법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현재 254개의 문건에 대한 분류와 분석을 끝냈고, 나머지 문건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문제가 될 수 있는 정황이 추가로 발견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대변인은 또 “지난 7월 14일 민정비서관실에서 발견된 문건에 대한 조치 절차와 같이 특검에 관련 사본을 제출할 예정이며, 원본은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혐의가 추가되거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의 혐의에 무게가 실릴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문건 제때 시스템에 잘 탑재되도록 하라”

이날 공개된 문건은 지난 14일 오후 정무수석실 내 정무기획비서관실 입구에 있는 행정요원(문재인 정부에서 사리진 인턴) 책상 하단에 잠겨진 캐비닛에서 발견됐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그날은 청와대가 지난 3일 민정비서관실 안에서 처음 ‘박근혜 게이트’ 사건과 직결될 만한 문건을 발견하고 분석한 뒤 언론에 발표한 날이었다. 해당 보도를 접하고 한 시간 뒤 정무수석실에서 자체적으로 캐비닛 등을 점검하던 도중 추가로 문건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추가적으로 문건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조국 민정수석과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중심으로 이날부터 이틀간 청와대 내 모든 사무실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청와대는 문건과 관련해 추가로 발견되는 내용이 있다면, 그때그때 즉시 보고를 하고,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등 일각에서 청와대가 이전 정부의 문건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대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리되는대로 바로 검찰에 넘길 것”이라며 “특검에 넘기고, 대통령기록관에 (문건을) 이관하면 그걸로 끝이지, 더 이상 저희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잘 정리하고 가지 왜 떨어뜨리고 가서 설거지까지 하게 만드냐”며 괜한 정치적 논란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발표 때와 달리 문건 제목이나 내용, 사본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 이유 역시 본질을 흐리는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련 내용을 일부 발표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이것이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라면 이미 봉인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을 것”이라며 “현재 여기에 있는 것도 (공개하면 안 되는) 대통령 지정 기록물 또는 대통령 기록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관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 기록물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해석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건 발견 내용과 청와대 기록물 관리 시스템이 조만간 완비된다는 보고를 받은 뒤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 ‘이지원’, 이후 정부에선 문서관리 시스템인 ‘온나라’가 있었다”며 “우리는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어떤 (문건의) 분류나 이런 걸 제때 해서 거기에 잘 탑재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조국(왼쪽) 민정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대화하고 있다.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조국(왼쪽) 민정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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