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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욱 칼럼] 예수는 성소수자도 사랑한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홈페이지

2017년 6월 15일,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 이단(사이비) 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이하 합동 이단대책위)는 임보라 목사에게 공문 한 장을 보냈다. 제목은 ‘이단사상 조사연구에 관한 자료요청의 건’이다.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 여부를 조사할테니, 관련 서류 일체를 보내라는 요구이다.

어처구니없는 '공문'

요구하는 서류는 뜬금없고 어마어마했다. 1) 그동안 귀 단체나 개인이 이단사상으로 문제제기되었던 내용 일체 2) 상기 내용 중 수정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관련 내용 일체 3) 지금까지 발행된 책이나 내용일체(설교문, 신문, 음성 및 비디오녹화 등 일체)이다.

요구사항이 너무 포괄적이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에 요구하는 서류도 공무원들 비명을 지르게 한다는데, 이 요구는 그것보다도 한 수 위다. 공문내용이 좀 어처구니가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뭥니? 이다.

우선 이 공문은 절차에 하자가 있다. 목사는 모두 소속 교단이 있다. 임보라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이다. 예장 합동과는 무관하다. 즉 합동 이단대책위가 임보라 목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털끝만큼도 없다.

그래도 정 조사를 하고 싶다면, 임보라 목사에게 공문을 보낼 것이 아니라, 기장교단에게 협조공문을 보내는 것이 맞다. 임보라 목사에게 신학교육을 시키고 안수를 줘서 목회자로 세운 것이 기장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목회자의 이단사상을 조사한다면, 일차적으로 그 목회자를 배출한 해당 교단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단체마다 나와바리가 얼마나 중요한가!

물론 기장교단에 협조공문을 보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대꾸도 안 하든지, 아니면 ‘그러지 마시라’고 이단대책위를 점잖게 타이르는 회신을 보낼 것이다. 생전 상관없는 타 교단이 자기 교단 목사의 이단사상을 조사하겠다는 요구에 선뜻 응할 교단은 은하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단대책위가 임보라 목사에게 보낸 공문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이처럼 일의 맥락이 납득이 안 되는지라, 이단대책위가 보낸 공문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합동교단이 발행하는 기독신문 뉴스를 살펴보았다. 총회헌의로 ‘임보라 목사 퀴어성경주석 번역 발간과 관련한 이단성 조사의 건’이 있었다. 퀴어성경주석 번역 발간이 문제라는 뜻이다. 그런데 공문에는 퀴어성경주석 발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 차라리 공문에 총회 헌의를 따라 퀴어성경주석 번역 발간과 관련하여 이단성을 조사한다고 했으면 받는 사람도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았을텐데, 또 그랬으면 답변할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같은 기독인이라는 형제애로 퀴어성경주석 발간 이유에 대해 성의껏 회신했을지도 모른다.

왜 공문은 합동총회가 헌의한대로 퀴어성경주석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대뜸 “이단사상으로 문제제기 되었던 내용 일체”를 보내라고 했는지, 의아하다. 당사자는 전혀 문제를 느끼지 않는데 ‘당신, 이단사상으로 문제 있으니까 이실직고하라’니, 어느 누가 선뜻 “예 여기 있습니다.” 하겠는가! 합동 이단대책위는 기분 나쁘겠지만, 이 사람들 일하는 방식이 늘 이렇게 서툴고 막무가내이다. 그래도 별로 부끄러운지 모른다. 세상에서 자기들을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의 아성인 교회 안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삶의 방식, 관점으로 성소수자들을 보니 그 폐단은 안 봐도 비디오이다.

동성애 반대에 집중하는 교단

참으로 이해불가한 일이 있다.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는 잣대를 동성애 반대에 집중하는 교단이 이 나라말고 또 있을까 싶다. 그들도 목회자이기 때문에 교인에 대한 연민관심은 지극하다. 그런데 유독 동성애자에게만은 성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배제와 정죄를 서슴치 않는다. 그 돌변성이 섬뜩하다.

그렇다고 성경의 잣대가 올바른가? 그렇지도 않다. 성경이 증거하는 예수 그리스도 보다는 그들의 신학방법에 목을 맨다. 바로 근본주의 신학노선과 문자주의 성경해석이다. 그 신학노선과 해석방법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성찰하지 않는다. 그 신학방법을 지키는 게 하나님을 잘 믿는 것이고, 기독신앙을 사수하는 길이다.

이렇게 딱한 교단들이 이 나라 주류교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니 한국 교회도 암울하다. 이런 청맹과니이기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열렬히 지지했고, 박근혜가 국정농단을 자행하는 동안, 그만큼 이 나라가 사회 전 영역에서 퇴보했지만, 그런 역사적 과오의 지지자로서 일절 반성이나 성찰이 없다. 왜 그럴까? 자기들도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는 분별하지 못하고, 오직 동성애 반대집회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다. 그 맹목성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필자도 성소수자문제, 그 중에서도 동성애가 한국교회 안에서 얼마나 뜨거운 감자인지를 잘 안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양 시각의 간극을 메우는 일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필자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 경험하는 바, 의식있고 말도 통하는 젊은 목사들도 동성애만큼은 반대 의사가 확고하다. 그러니 주류교단의 동성애 정서가 얼마나 몰이성, 반이성인지 말하자면 한이 없다.

그런 반면에 가까운 사람의 아이가 트랜스젠더가 되는데, 부모가 그것을 비통해 하지 않고 아이의 바뀐 성정체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본다. 동성애로 논쟁을 하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반론이 있다. “당신 집 아이가 동성애자면 어떡할거냐”는 공격이다. 내 아이가 그러면 안 되니까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반론에서 보듯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고 저급하다. 그들에게 이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당신 아이도 동성애자가 될 수 있으니 이해의 폭을 넓히고 관용하라고.

사람 자체를 차별없이 사랑한 예수

필자는 임보라 목사를 잘 안다. 그와 같이 강정개신교대책위원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정부가 제주강정바다 천혜의 신비인 구럼비 바위를 발파하고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할 때, 구럼비 파괴를 저지하기 위해 그와 함께 공사장 펜스를 넘어 구럼비를 파헤치는 포크레인을 멈춰 세우고 그 현장에서 구럼비의 평화, 강정의 평화를 기도했다. 그래서 같이 유치장도 살고 재판도 받았다. 필자는 그 때 임보라 목사의 진면목을 알았다. 어떻게 그런 담대한 용기와 실천이 나오는지! 그런 성품이기에 오늘까지 성소수자들과 한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허다한 인간들이 터무니없는 험담과 모욕, 비난을 해대면, 그도 사람인지라 끙끙 앓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이유다. 예수가 그렇게 살았고 임보라 목사는 예수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수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욕먹어가며 하는 일이라면, 필자는 진즉에 손을 털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사다. 연예계 언어로 말하면 하나님이 보낸 여신이다. 나는 그와 동지인 것이 자랑스럽다.

이단대책위는 공문에 이런 말도 적었다. “혹 회신하여 주시지 않는다면, 그동안 확보한 자료에 의해 본 이단대책위에서 결정함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라고. 회신을 받지 못한 이단대책위는 어떤 결정을 할까? 이단성이 없다고 하면 다행이지만, 그동안 해 온 행태를 볼 때 뻔한 결정을 할 것이다. 무슨 이유를 댈까? 퀴어성경주석 번역발간을 주도했다고? 퀴어축제에 나가서 그들과 춤추며 놀았다고? 기독교부스를 찾아 온 성소수자와 동성애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기막힌 현실을 같이 아파하며 울며 기도했다고? 하나하나가 성소수자들 편에 서라고 부름받은 목회자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들이다. 그리고 예수는 성소수자들을 위해서도 죽으셨다.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도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도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만약에 이단대책위가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정죄하면, 인간이해의 폐쇄성만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그만큼 한국 보수교단들은 세상과 멀어질 것이다. ‘소귀에 경읽기’ 일테지만, 동성애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사용하는 창세기 19장의 소돔성 심판이나 바울이 말한 로마서 1장이나 고린도전서 6:9에 대해 다른 해석이 있다는 것을 유념하면 좋겠다. 그들은 성경을 지극히 사랑하므로 하나님 말씀에 대해 자신들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열린 태도로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합동을 비롯하여 보수교단이 선망해 마지않는 청교도의 나라 미국의 가장 큰 장로교단(PCUSA)이 동성애자들에게 성직 임명을 허용한 일을 자신들에게 비추면 좋겠다. 미국교회도 저렇게 타락하니 우리라도 끝까지 동성애반대를 고수해야 한다로 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못 보는 매우 중대한 무엇이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 몫이지만, 후자를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혐오배제 대신에 압도적으로 많은 이성애자들이 자행하는 성범죄로 인해 무너지는 사회윤리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에 집중하면 좋겠다. 무엇을 하든 과녁이 정확해야 한다. 부디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사람 자체를 차별없이 사랑한 예수를 바로 보자.

백창욱 대구새민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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