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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일체형 컴퓨터로 가는 머나먼 길

27. 외장형 모니터를 장착하다

나이가 들면서 높은 해상도의 노트북 화면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12인치 크기에서 FHD(1920x1080) 해상도도 아무 문제 없었지만 이젠 15인치로도 벅차게 되었습니다. 안경점에서 눈 앞 50cm 근처가 가장 잘 보이도록 도수 조절을 했음에도 글씨가 깨알 같이 보여서 결국 1440x810 모드로 낮추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바라 본 세월이 벌써 30년이 넘어가고 있는 중이라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시 때문에 안경을 쓰게 된 이후로, 콘텐트렌즈를 잘못 사용하여 각막이 벗겨지는 바람에 난시가 생겼는데, 나이가 들면서 노안까지 온 상태입니다.

근거리, 원거리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다초점렌즈 안경이 있지만 사용자들의 평가가 별로 좋지 못하고, 쓴 모습이 별로 보기도 좋지 않아서 쓰지 않습니다. 현재 먼 거리는 대충 짐작으로 보고, 스마트폰 볼 때는 안경을 벗고 봅니다. 어릴 때 노인들이 눈을 치 뜨고 안경 위쪽으로 가까운 것을 보는 모습을 싫어했기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안경은 거의 모니터를 잘 보기 위한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계도 이런 식으로 오랜 세월 혹사 시키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진화가 현대 문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눈인 것 같습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백내장 등 눈 질병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저녁 때 가끔 눈이 침침해 질 때면 혹시 앞을 못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낮은 해상도의 화면은 답답해서 볼 수가 없습니다. 한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정보량이 적으면 짜증이 납니다. 17인치 모니터가 달린 노트북을 찾은 이유는 워드 한 페이지를 스크롤 하지 않고 보려면 적어도 FHD는 되야 하기 때문입니다. 15인치 모니터에서 FHD는 잘 안 보이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17인치 노트북 구하기에 실패한 이후 외장 모니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외장 모니터 다는 김에 커다란 27인치 모니터를 붙이니 화면이 시원시원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결국 서울에서 뿐만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지방 도서관에 갈 때도 외장 모니터를 들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노트북 사용하기:15인치 노트북을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모습, 고성능인 만큼 크고 무겁지만 화면 크기와 해상도가 불만입니다.
도서관에서 노트북 사용하기:15인치 노트북을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모습, 고성능인 만큼 크고 무겁지만 화면 크기와 해상도가 불만입니다.
외장 모니터:노트북 화면 대신 외장 모니터 화면을 사용하는 모습. 어딘지 기억 나지 않는 지방도서관의 컴퓨터실.
외장 모니터:노트북 화면 대신 외장 모니터 화면을 사용하는 모습. 어딘지 기억 나지 않는 지방도서관의 컴퓨터실.

외장 모니터를 사용하면서부터 내가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큰 화면과 휴대성을 갖춘 컴퓨터였습니다. 약간의 복잡함만 견딘다면 노트북과 외장 모니터가 최적이었습니다. 27인치의 큰 화면, 휴대 가능한 노트북 그리고 트랙포인트 달린 씽크패드 키보드를 동시에 쓸 수 있으니까요.

집에서 사용할 때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습니다. 책상 위에 있는 모니터에 선만 연결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나는 글을 쓸 때는 도서관에 가곤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머리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새롭게 뭔가를 만드는 창작 작업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도서관은 내가 창작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아무데나 자리에 앉으면 곧바로 워드를 열고 타이핑을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근면성의 축복을 받은 창작자는 정말 희귀합니다. 소설가 이외수 작가는 글을 쓸 때는 방문을 교도소 철창으로 바꾸고 밖에서 잠근 다음 밥도 구멍으로 넣어 준 것을 먹으며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스스로 조절이 어려운 작가들은 다양한 유혹을 뿌리치고 창작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이렇게 자기만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방 도서관을 다니는 것으로 해결을 봤습니다.

서울에서는 업무에 시달립니다. 여유 시간이 생겨도 술자리로 낭비하거나,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거나, 인터넷 하는데 소비하고 맙니다. 아주 약간의 핑계만 있어도 창착 작업을 회피합니다. 핑계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딴 짓에 몰두합니다. 내 소원이 좋은 글을 쓰는 것이지만, 내가 가장 하기 싫은 것이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있으면 노트북을 들고 지방 도서관을 가곤 했습니다. 거기에 가면 각자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있다 보면 나도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귀한 시간에 길바닥에 기름 뿌리며 이 먼 곳까지 내가 왜 와있는가 하는 자각도 생깁니다. 그럼에도 모든 시간을 완벽하게 창작 작업에 쓰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뭔가를 만들어 낼 수는 있습니다. 같은 도서관에 계속 가서 익숙해지면 다시 나태해지므로 매 번 다른 도서관에 가려고 노력합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외장형 모니터를 들고 다니면 너무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노트북 전원 어댑터와 모니터 전원 어댑터 두 개를 연결해야 하고, 노트북과 외장 모니터 사이도 케이블로 연결해야 합니다. 컴퓨터실 공간도 많이 차지하므로 사람 많은 곳은 갈 수가 없습니다.

외장형 모니터를 달고 노트북 키보드를 쓰려면 노트북 화면을 완전히 펼쳐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모니터 받침대에 걸리기 때문에 모니터를 옆에 두고 비스듬하게 써야 합니다. 화면을 보느라 목을 돌리고 오래 작업하다 보면 목이 아픕니다. 그래서 USB 키보드를 쓰거나 모니터 받침대를 제거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USB 키보드:노트북의 키보드 대신 USB 키보드를 사용하는 모습. 목은 아프지 않지만 복잡도가 더욱 증가했습니다.
USB 키보드:노트북의 키보드 대신 USB 키보드를 사용하는 모습. 목은 아프지 않지만 복잡도가 더욱 증가했습니다.
모니터 개조:모니터 받침을 제거하고 나무를 깎아서 받침대를 만들었습니다.
모니터 개조:모니터 받침을 제거하고 나무를 깎아서 받침대를 만들었습니다.
받침대 나무:모니터를 받칠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했지만 목공소에서 만든 나무 받침대가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었습니다.
받침대 나무:모니터를 받칠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했지만 목공소에서 만든 나무 받침대가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었습니다.
완성된 모습:모니터 중간 받침대가 없으므로 노트북을 완전히 펼쳐서 모니터 중간 위치에 두고 타이핑을 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도서관에 설치된 컴퓨터처럼 보입니다.
완성된 모습:모니터 중간 받침대가 없으므로 노트북을 완전히 펼쳐서 모니터 중간 위치에 두고 타이핑을 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도서관에 설치된 컴퓨터처럼 보입니다.

여러 가지 튜닝을 시도한 끝에 모니터 받침대를 제거하고 나서야 불편 없이 외장형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니터를 들고 도서관을 들어갈 때 사람들이 쳐다볼 때 창피했고, 설치는 여전히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창피함을 참으며 일단 설치만 하고 나면 만족스러운 작업 환경이 되어 주었습니다. 외장형 모니터를 들고 한 1년 정도 도서관 순례를 다녔습니다.

28. 일체형 컴퓨터를 갈구하다

외장형 모니터를 들고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온갖 케이블을 넣은 두툼한 노트북 가방을 등에 맨 채, 한 쪽 겨드랑이에 모니터를 낀 전형적인 오덕의 모습으로 도서관 컴퓨터실에 들어서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외장 모니터를 설치하고 작업하고 있으면 지나가면서 쳐다보는 사람들, 뒤 돌아서 웃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어르신 들은 가까이 와서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구경하다가 어떻게 쓰는 것인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워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커다란 모니터를 쓸 것이라면 노트북에 외장 모니터를 다는 것보다 아예 일체형 컴퓨터를 구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일체형이라면 지금처럼 어댑터 두 개와 각종 케이블을 늘어 놓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요즘 웬만한 도서관의 컴퓨터들은 일체형입니다. 모니터 뒤에 컴퓨터 본체가 내장되어 있거나 모니터 받침대가 소형 컴퓨터인 형태입니다.

일체형 컴퓨터:어느 도서관에 찍은 일체형 컴퓨터, 화면도 크고, 뒷면에 필요한 모든 부품이 내장되어 있어 설치와 사용이 간편합니다.
일체형 컴퓨터:어느 도서관에 찍은 일체형 컴퓨터, 화면도 크고, 뒷면에 필요한 모든 부품이 내장되어 있어 설치와 사용이 간편합니다.

일체형 제품은 공공 기관에 대량 납품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성능에 비해 가격이 비싸 매력이 없습니다. 모니터 크기나 해상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 본체도 원하는 기종으로 갖추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들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무게가 무거워 휴대용으로 쓰기에는 부적당합니다. 물론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체형 데스크탑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아이맥 가방:데스크탑 아이맥을 휴대용으로 쓰는 사람을 위한 가방. 애플의 고급화 전략에 맞추어 가방도 멋지고 비쌉니다. 인터넷에는 카페에서 아이맥을 쓰는 사람들 사진이 종종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이맥 가방:데스크탑 아이맥을 휴대용으로 쓰는 사람을 위한 가방. 애플의 고급화 전략에 맞추어 가방도 멋지고 비쌉니다. 인터넷에는 카페에서 아이맥을 쓰는 사람들 사진이 종종 올라오고 있습니다.ⓒ이미지 출처: earlyadopter.co.kr

이동하면서 작업하는 사람들 중에 고 해상도의 큰 화면과 (노트북의 성능을 능가하는) 데스크탑의 성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크기와 무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데스크탑의 무게 정도는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휴대성을 위해 성능을 극단적으로 희생한 요즘 노트북에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위 사진과 같은 엽기적인 상상을 한 번 쯤 해 보았을 것입니다. 참고로 아이맥용 가방은 실제로 팔리는 제품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맥을 사서 들고 다니고 싶었습니다. 사실 아이맥은 애플 매킨토시의 전통을 잇는 완벽한 일체형 컴퓨터입니다. 하지만 애플 하드웨어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도서관 등에 납품되는 브랜드 있는 일체형 컴퓨터는 쓸데 없이 무겁고, 가격이 비싸 제외했습니다. 찾아보니 많은 대안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조립식 일체형 컴퓨터도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인데 모니터 뒷면에 빈 케이스를 설치한 형태입니다.

조립식 일체형 케이스:마이크로닉스사의 24인치 일체형 모니터 케이스. 모니터 부분을 제외하고 CPU, 메인보드,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 나머지 본체 부분은 따로 구입해서 장착해야 하는 제품.
조립식 일체형 케이스:마이크로닉스사의 24인치 일체형 모니터 케이스. 모니터 부분을 제외하고 CPU, 메인보드,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 나머지 본체 부분은 따로 구입해서 장착해야 하는 제품.
게임용 고성능 케이스:마이크로닉스사의 게임용 일체형 모니터 케이스. 32인치 대 화면에 외장 그래픽 카드까지 장착 가능한 고성능 제품.
게임용 고성능 케이스:마이크로닉스사의 게임용 일체형 모니터 케이스. 32인치 대 화면에 외장 그래픽 카드까지 장착 가능한 고성능 제품.

조립식 일체형 컴퓨터는 중소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 가격은 크게 비싸지 않았지만 구입할만한 매력은 없었습니다. 일반형 제품은 내가 원하는 크기와 해상도의 모니터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고성능 제품은 일반 데스크탑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었지만, 지나치게 큰 크기와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무게로 인해 나에게는 쓸모가 없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제품은 27인치 정도의 UHD 모니터 뒷면에 씽크패드 노트북을 붙인 것같은 제품이었습니다. 27인치의 큰 화면임에도 얇고 가벼운 모니터에 노트북 정도의 무게와 면적을 가진 본체를 붙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씽크패드 T520의 LCD 부분을 떼 버리고 본체를 모니터 뒤에 붙여 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노트북 본체를 모니터 뒤에 붙이고 복잡한 선들을 모니터 내부로 숨기면 깔끔한 아이맥처럼 쓸 수 있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무선 방식인 블루투스로 해결하면 어디를 가든 전기선만 연결하면 되니까 꿈의 이동형 작업실이 될 것 같았습니다. 엽기적인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씽크패드 T520을 두동강내려고 하는 상태까지 갔습니다. 바로 그 때 놀라운 제품을 발견하는 바람에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제품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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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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