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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창작 지망생에게 없는 11가지(5)

9. 탁월함이 없다

창작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거창한 꿈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그 꿈은 곧 성공이란 상상으로 연결됩니다. 머리 속에 있는 내용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꺼내기만 하면 온 세상 사람들이 열광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책으로 만들면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될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잘 하면 한국에서만 천만부 이상 팔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전세계 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아시아 독자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중, 일 번역도 당연히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기를 끌긴 하겠지만 내 작품은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초등학생이 열광할 정도로 유치하거나, 뱀파이어물을 가장한 로맨스 소설인 트와일라잇처럼 상업적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것은 감동과 교훈, 재미와 철학이 있는 위대한 작품이 될 것이므로 어쩌면 어린왕자처럼 영원한 고전으로 등극할지도 모릅니다.

내 작품은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까지 파격적일 것입니다. 여태까지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이란 뜻입니다. 내가 창작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이런 놀라운 창작물을 세상에 내 놓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이미 구상을 끝냈으므로, 창작 작업에 전념하기만 하면 되는데 여러가지 여건상 그럴 수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상과 기대치는 이렇게 높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어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난관을 겪으며 수 년 간의 세월을 소모해야 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어쨌든 작업을 진행하여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으므로 완성본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초안의 초안 정도일 뿐입니다.

창작물을 만들고나면 애초에 구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었단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머리 속에 있던 거창한 것들은 알맹이 없이 그저 거칠고 거친 뼈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첫 10여 페이지 정도 진도가 나갔을 때 이미 깨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만든 것들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작업을 진행할수록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흔한 표현과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구태의연한 사건을 나열하고 있을 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선이라고 해 봤자 누구나 쉽게 눈치챌 정도로 뻔한 것일 뿐이었고 기막힌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것도 억지스럽고 맥빠진 반전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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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글로 표현할 당시에는 사람까지 죽이는 설정에 스스로 감탄하며 무시무시하다고 흥분했지만, 그조차도 이미 무수히 반복되어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클리셰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는 "왕좌의 게임"이 인기를 끄는 세상에서, 사람 하나도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소심한 작가가 무슨 스케일을 논할 수 있단 말입니까?

거창한 설정을 구성할 배짱도, 용감한 진행을 유지할 능력도, 감각적인묘사를 동원할 실력도 없습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는 단 하나도 떠올리지 못합니다. 떠올라도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써먹더라도 화끈하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보고 들었던 익숙한 설정과 사건 그리고 표현을 그대로 따오는 것 뿐입니다.

경험이 쌓이고 지식이 늘어날수록 작품의 질이 더 떨어집니다. 차라리 기교는 하나도 모르고 열정만 있던 초기에 만들었던 것들이 더 나을 정도입니다. 거칠고 조악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겨 있는 초기 창작물에서 뿜어져 나오던 격정적인 에너지가 이후 작품에서 세련된 기교에 덮여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마추어 창작자들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창의적인 상상력을 용감하게 발휘해보겠다고 덤벼도, 창작 작업을 하다보면 자기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가슴이 쪼그라들어 표절에 가까울 정도로 익숙한 방식에 매달리게 됩니다. 테크닉이 늘어나는 만큼 신선함도 사라집니다.

그리하여 내용은 계몽적이라 지루하고, 전개는 어딘가 익숙하며, 복선은 금방 눈치챌 정도로 뻔하고, 결말은 전혀 궁금하지 않아 볼 필요도 없습니다. 스테레오타입의 일차원적인 인물들이 뻔한 상황 속에서 전형적인 대사만 남발하고, 꼭 필요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 꼭 필요한 것을 꼭 필요한 시간에 전달해주고 꼭 필요한 시점에 사라집니다.

주인공은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지는 다 알고 있습니다. 굳이 물어보지 않고도 사건 해결을 위한 열쇠를 적절한 시점에 내 놓을 정도로 전지전능합니다. 인물은 평면적이며 대사는 뻣뻣하고, 사건은 우발적이면서도 순차적으로 발생합니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대책 없이 어질러진 상황은 결국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초능력자만이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진부한 설정과 게으른 진행과 안일한 묘사로 넘치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첫 부분에서 이 모든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논픽션에 해당하는 창작물도 대책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재미있게 만들려고 해도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하소연하듯이 늘어놓는 것들만 나옵니다. 억울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글, 구호인 듯한 과격한 문장에 형형색색의 컬러가 번쩍이는 글, 길고 길어서 스크롤만 한 나절이 걸리는 글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넘쳐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사실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도 현재 이런 코스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작품을 완성해도 도저히 끝까지 볼 수가 없어 아무도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해줄 수 없습니다. 위대한 걸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이유를 굳이 찾자면 창작자의 능력 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능력 부족은 노력과 훈련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창작물이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탁월함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내용, 기막힌 전개, 뛰어난 표현, 놀라운 형식 등 어느 하나라도 탁월한 부분이 있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작품이 되려면 제대로 된 기획이 필요합니다. 창작자의 시간과 노력, 정성과 열정은 당연한 것이고 여기에 운도 따라야 합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야 당신의 창작물을 그들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좋은 작품은 좋은 기획으로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정말 탁월한 작품은 기획만으로 완성될 수 없습니다. 탁월한 작품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곧바로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탁월한 창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탁월한 창작물을 알아보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탁월한 작품은 창작자의 열망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절절함도 갖추어야 합니다. 탁월한 이야기는 이런 모든 것이 어우러져 우연히 만들어 집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첫 작품이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얻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탁월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다음 번에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성공 법칙은 반복되지 않습니다. 창작자의 슬럼프는 자신의 창작물을 뛰어 넘을 수 없어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높은 뜻을 품고 창작 작업에 몰두한 후 어느 정도 분량이 나오고 나면 작업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창작물에서 탁월함은커녕 좋은 작품이 될 가능성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만들어 낸 것에 대한 불만도 커집니다. 내가 애써 만든 것이 겨우 이런 수준의 창작물에 불과했나하는 자괴감도 듭니다. 아무리 애써도 제대로 된 것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작품도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그저 그런 평범한 실패작이 될 것이란 예감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내 능력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반이나 만들었다는 기쁨보다는 아직도 남은 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조급해지고 빨리 끝내고 싶어집니다. 그리하여 대충 분량을 채워서 완결이나 보겠다는 마음이 앞섭니다.

그나마 결말까지 만들면 다행입니다. 대부분은 하다가 중단한 채 방치하다가 결국 포기해버리고 다른 작품으로 떠나가버립니다. 이렇게 중간에 포기한 작품을 제대로 완결을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중단했던 것을 다시 손보는 것보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 더 낫습니다. 억지도 완결을 본 경우도 있지만 역시 아니함만 못해서 아까운 시간과 노력만 낭비한 꼴이 되었습니다.

창작물을 만들고 나면 내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게 됩니다. 베스트셀러는커녕 내 작품을 끝까지 제대로 봐 주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허접한 결과물밖에 만들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도 애초의 구상과 완전히 다른 물건을 손에 쥐고 절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재미있을 줄 알고 시작했다가 반응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중간에 중단한 것이 완결한 것보다 더 많습니다.

창작 작업이 업무가 되면 탁월함이 사라집니다. 때문에 창작 행위가 일상적인 업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하루 하루 계획한 분량을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것을 절대 의무적인 작업이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탁월함을 드러내는 작업이 아니라면 잠시 중단해도 좋습니다. 오랫동안 중단해도 됩니다. 하지만 결국 창작에 대한 열정이 살아났을 때 새로운 장소가 아닌 멈추었던 지점으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창작 행위는 지루한 반복 작업이지만 매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의 결과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처음에 떠올렸던 구상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파격적인 구성을 밀어 붙일 뚝심도 길러야 합니다.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설정을 만들었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이 세계관에 부합하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절대로 시시해져서는 안 됩니다. 쉽고, 간단하고, 편리하고 적절한 것들을 창작물에 배치하는 순간 당신의 탁월함은 곧바로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용감한 창작자가 독자를 얻고, 신념에 찬 창작물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10. 독자가 없다

아마추어의 창작물은 독자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검토를 해 줄 비평자도 구하기 어려운 판에 자기 시간을 들여 봐 줄 독자가 있을 리 없습니다. 내 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독자는 더더욱 희귀할 것입니다. 물론 인터넷 세상이므로 어떤 창작물이든 자신의 기호에 맞다고 여기는 독자를 만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독자만으로 창작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창작자는 없습니다.

창작자가 더 많은 독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면에서 창작자는 결국 약을 팔아야 합니다. 약장사가 더 많은 약을 팔기 위해 원숭이로 사람들을 홀리는 것처럼, 창작물을 더 재미있고, 더 읽기 쉽게 만들기 위해 세련되고 매끄러운 기교를 부리는 것은 흥행을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한 번 집어 들면 마지막장까지 다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책, 언제든 일단 보기 시작하면 결국 결말까지 보게 되는 영화가 이런 것들입니다. 볼 때는 재미있지만 두 번 보기 싫은 영화와 달리 모든 순간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영화도 있습니다. 새벽에 케이블채널을 돌리다가 만난 영화 때문에 결국 밤을 세우게 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듣게 만들기 위해 기교를 부리는 것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내용 없이 지나치게 기교만 부려서 욕하면서 보게 되는 막장콘텐츠도 많지만, 내용이 알차다면 이런 기교는 오히려 찬양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자들이 독자 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결국 내용까지 약을 팔게 될 위험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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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창작자라면 누구나 더 많은 독자를 얻고 싶어 합니다. 사실 창작자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 바로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 독자들이 모입니다. 그리하여 내 창작물을 좋아하는 독자로 인해 내 창작물이 변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인터넷 시대는 아마추어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블로그, 소셜미디어, 카페, 게시판, 온라인 미디어 등 원한다면 그 어떤 곳에도 창작물을 올릴 수 있습니다. 지인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가능한 소셜미디어에서는 좋아요와 칭찬 댓글까지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창작물이 공유되고 베스트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교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보신탕이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이라는 내용의 콘텐츠는 배척되지만, 귀여운 아기 강아지 사진은 엄청난 조회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 IT를 비판한 낼 글은 잠깐 공유되고 말았지만 포털을 비판한 웹툰은 아직까지 퍼날라지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갈고 닦은 글 솜씨보다 한 컷의 웹툰이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진 시대입니다.

더 얕아지고 더 얇아질수록 더 많은 독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버리고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시작하면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됩니다. 어떻게라도 해석될 수 있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콘텐츠,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아무 내용이 없는 글, 얕고 얕아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로 타겟이 넓다면 백만 부를 넘어 천만 부까지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값싼 자기 개발서와 심리 치유서의 놀라운 성공 비밀이 바로 이것입니다.

창작자가 형식에 대한 기교를 넘어, 내용에까지 약을 팔기 시작하면 독자를 얻는 대신 자기 정체성을 잃게 됩니다. 인기가 생길수록 창작물의 생명력이 사라집니다. 조회수와 공유 횟수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창작을 시작한 이유가 없어집니다. 수많은 선배 창작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라는 조언을 해왔지만 독자에 취한 창작자는 예외 없이 자신의 길을 잃어버립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열었던 전문가들이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해서 대중에 영합함으로써 타락해갔습니다.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주제를 선택하고, 대가를 받고 후기를 써주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후원을 받아 들였습니다. 파워블로그의 인기를 바탕으로 공동 구매와 광고 리베이트를 챙기기도 했습니다. 기업 후원으로 외국 전시회를 다녀오는 블로거들도 많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의 창작자와 창작물에 대한 신뢰를 돈으로 바꾸는 과정이었습니다. 파워블로그에 등극하여 인기를 끌던 사람들이 신뢰도 하락으로 사라져간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대개 불량 제품 공동 구매로 문제가 되고, 돈 받고 맛집으로 선정해 준 것이 드러나 퇴출당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지명도를 돈으로 바꾸기 시작하면 결국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창작자는 독자가 필요합니다. 내가 올린 글에 달리는 “잘 읽었습니다”란 한 개의 댓글이 여태까지의 고생을 잊게 만들어 줍니다. 새로운 창작물을 위한 후원 요청에 응답하는 십 여 명의 천사 같은 분들이 있어 창작 행위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독자에게 영합해서는 안 됩니다. 창작자는 자신의 길을 지켜야 합니다.

대중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만 만들어서도 안 되겠지만 대중이 원하는 것만을 추구해서도 안 됩니다. 유복한 창작 환경이라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창작물로 수익을 얻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창작자와 독자 간의 긴장관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창작자는 자신의 길 위에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많은 독자를 얻어 문화 권력을 누리는 것도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자신의 창작물이 인기를 끌지 못한다면 무엇이 부족한지 반성을 해야겠지만 인기가 없다는 것이 자신의 창작 행위를 부정할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세련된 기교와 매끄러운 형식,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내용과 주제까지 대중영합적으로 변해가면 안 됩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영합하여 얻은 것이라면 결국 독자와 창작자 모두에게 독이 될 뿐입니다.

가치 있는 창작자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창작자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세상에 흔해 빠졌고 나 아니라도 할 사람은 많습니다.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거칠고 생경해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 세련되고 부드러워진다면 결국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창작을 하는 과정이 즐거웠다면 당신이 무엇을 더 바랄 필요가 있습니까?

모든 창작 행위는 전 세계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는 신념 속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거의 모든 창작자들은 이런 근거 없는 확신에 빠져 작업에 몰두하지만 이런 착각이 창작물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존앤 롤링은 해리포터를 쓸 당시에 이 책이 세계적인 성공을 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확신에 차서 작업할 수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아직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해서 대충 작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창작물은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쓰고,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발휘한 후에 독자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몇 장 팔리지 않은 노래와 빌보드 차트 1위에 등극한 노래에 들인 정성은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노래에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는데도 일단 발표하고 혹시 빌보드 차트에 오르면 가다듬어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창작물은 발표와 함께 창작자의 손에서 벗어나므로 이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방문자 100명이 되지 않는 블로그에 올리는 콘텐츠도전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처럼 철저히 가다듬어야 합니다. 일단 대중에게 공개되고 나면 방문자가 적은 블로그의 글도 파워블로그에 올린 글 못지않은 파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업로드해야 합니다.당신이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는 독자들을 염두에 둔다면 한 개의 창작물도 대충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독자가 없다고 창작물을 대충 만들 수도 없습니다. 내가 만들어 공개한 창작물은 어딘가에 복사되어 영원히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독자를 얻은 후에 과거의 창작물을 수정할 수도 없습니다. 독자가 있든 없든 창작물은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완성된 모습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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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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