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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국 본토 노릴 수 있는 북한, 미국과 한국의 선택 가능한 정책은 무엇인가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오후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오후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뉴시스

‘한반도에서의 적절한 군사적 긴장’은 누구의 바람일까? 솔직히 이야기하자. 한반도 분단 구조가 필요한 미국의 보수 매파(hawk)들과 무기를 팔아야 생존하는 군산업체, 그리고 이에 기생하는 한국 내부의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29일 한국 청와대 고위 인사가 말한 것처럼 이제 모든 것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반도 내에서만 치고 싸우는 '적절한' 긴장이어야 하는데, 이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능력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reentry) 능력 등이 “아직은 아니다”라는 말은 이제 의미가 없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이 본토 주요 도시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분석하지만, 아직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증명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을 한 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도 30일,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북한은 테스트를 하면서 점점 더 해당 정보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시간문제’도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에서 이제 미 국방부에서 ‘내년 초’로 분석하고 있다. 어쩌면 이마저도 또 북한의 추가 시험 발사로 ‘현재’로 당겨질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북한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은 이제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른바 ‘대북 군사적 선제타격’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주한미군을 포함해 30만 명 가까운 미국 시민이 살고 있는 남한에 북한이 엄청난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이 분명해 ‘실행 카드’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혹 하나가 더 붙었다.

북한이 주장하듯이 살아있는 몇 개의 ICBM이 핵을 탑재해 이제는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몇십만 명이 아니라, 미국 본토의 몇백만 명의 희생은 각오하고 이 카드를 써야 한다. 이것도 어쩌면 ‘게임 체인저’가 된 상황의 하나이다.

또 있다. 북한 정권교체, 이른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다. 쉽게 말해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축출이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여지없이 공개 석상에서 ‘바람’을 드러낸 적도 있다. 그런데 정말, ‘김정은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까’?

혹자들은 최고지도자가 제거되면 북한은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 핵무기를 누가 손에 넣을지도 모르고 중국과 남한으로 대량 탈북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가 일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김정은만 제거되면 정말 북한은 대혼란이 일어날까?

하지만 CIA 요원이라도 북한 체제를 정말 뿌리부터 연구를 해왔다면, 이것(김정은 축출)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 CIA 국장 말처럼 “북한 체제에서 인물을 분리”했다고 해서 북한 체제가 무너지거나 핵과 미사일 위협 능력이 제거될까? 그들(CIA) 스스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일이라서 시도(?)도 못 하고 있는 일에 불과하다.

이제 나머지 한 방법이 있다. 물론 북한이 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실은 이것은 미국 행정 관료는 물론 모든 정책 입안자들이 이른바 ‘금기’로 여기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다.

일단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주변국에 핵 보유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다”는 명분이 있다. 이것도 일정 부분 맞는 말이지만,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예전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인데도 세계적인 핵 보유 도미노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이 ‘인정’하면 되지만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재와 관여(대화)라는 모순된 정책을 대북 정책으로 내놓듯,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을 굳이 ‘핵보유국’이 아니라는 모순된 입장이 오늘날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미 군부 지도자, “마땅한 대북 정책 없다.... ‘핵보유국’ 인정도 고려해야”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것은 기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27일, 마크 밀리 미국 육군참모총장도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북한군을 철저히 파괴할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인명과 인프라 측면에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해 끔찍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마땅한 대북 정책이 없음을 시인했다.

밀리 총장은 “현재 미국은 북한과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결정해야 할 시점이지만, 어떤 선택도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닌 데다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왜 그럴까? 쉽게 말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쉽게 끝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역시 기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비슷한 시각,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호주에서 북한을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대상이 돼야 하며, 세계가 핵보유국인 북한과 함께 살아가야만 할 수도 있다고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놨다.

스위프트 사령관은 “북한 핵보유국 인정 문제도 대화의 일부"라며 "그것은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른 국가들의 의사결정자와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 대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가 아마도 핵을 보유한 북한과 살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사람들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라고 말할 때는 핵보유국 북한과 관련한 대화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스위프트 사령관은 북한 핵 불용 입장과 관련해서도 "나는 정책입안자는 아니며, 그것은 명백히 미국이 지향하는 정책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핵과 관련해 역내 국가들이 장기적으로 무엇을 할지를 광범위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화의 출발점으로 ‘핵보유 인정’까지 거론한 것이다.

물론 대북 강경론자이자, 일본계인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을 포함해 대다수 미 군부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만 하면, 언제든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 현실이다. ‘군인’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그런 군부 지도자들이 이제는 ‘대북 선택지가 없다’며 “핵보유국 인정‘까지 주장하는 현실이다.

트럼프, “적절한 상황에서 김정은 만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1일, “적절한 상황에서(under the right circumstances)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틀림없이, 그렇게 된다면, 영광(honored)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른바 ‘막말의 대명사’인 트럼프의 이 말을 백악관은 ‘주워 담기’에 바빴다.

미 국무부나 한국 정부도 ‘적절한 상황’이란, ‘북한이 완전하게 핵폐기를 선언하고 난 다음’이라고 불을 끄기에 분주했다. 하지만 이 ‘적절한 상황’에 대한 조건도 이제는 ‘게임 체인저’되고 있다. 북한도 솔직히, 이 점을 노리고 있듯이, 이제 미국 국민들은 거의 매일 TV에서 ‘북한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을 접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선제타격’도 북한 김정은 축출이라는 ‘레짐 체인지’도 모두 안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택할까? 그가 ‘햄버거를 먹으면서’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는 말은 단지 ‘제스처’일 뿐일까? 그가 말하는 ‘모든 선택지’는 군사 옵션만 이야기하는 것일까?

북한은 미국을 겨냥해 ICBM 시험 발사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동해에서 단거리미사일 시험으로 국민을 ‘안심’하라고 한다. 또 ICBM과는 관계도 없는 사드(THAAD) 나머지 발사체도 성주에 도입하겠다고 한다. 북한은 핵 무기를 거론하는데, 이제 와서 미사일 폭탄 중량을 1톤으로 늘리겠다고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국민을 ‘안심’하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는 ‘동북아 안보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는 솔직히 말해, 북한이 이제는 핵과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확보해서 모든 것이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문 대통령은 G20 주요정상회의 참석 후 국무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뼈저리게’ 느끼고 난 다음의 결론이, 우리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와 사드의 추가 배치일까? 문 대통령은 아직도 임기 4년 이상을 남겨두고 있다. 문 대통령 말처럼 ‘동북아 안보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문 대통령은 무엇을 할 것인가?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을 상대하고 있는 북한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대화 제의’만 거듭하다가, 또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하면, 겨우 탄도 중량 1톤에, 아무 필요도 없는 사드 추가 배치만 언급하고 있을 것인가? ‘동북아 안보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흐름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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