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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칼럼] 김현종 임명은 촛불과 백남기를 배신하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협상의 주역이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을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한미FTA 협상 과정을 폭로한 위키리스크 문서를 근거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두고 ‘검은 머리의 미국인’으로 부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인사를 혹평하기도 한다.

한편, 촛불항쟁의 주역이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신임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에 대해 촛불혁명에 대한 배신이라며 분노를 나타냈다. 농민단체가 이토록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한미FTA 뿐만 아니라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도록 만든 책임으로부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고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쓰러져 오랜 사투 끝에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백남기 장례식을 계기로 분노한 촛불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들였고, 이것이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쌀값 보장, 밥쌀 수입 중단”을 목이 터져라 외치다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그가 그 자리에 설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가 바로 쌀값 폭락과 밥쌀 수입 때문이었다.

쌀값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과잉재고 때문이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현재 대략 200만 톤 정도로 추정되는 막대한 재고 쌀이 창고에 쌓여 있어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과잉재고가 누적된 근본적인 이유로 농민들은 과도한 쌀의 의무수입물량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016년 10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국가폭력 살인정권 규탄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나락을 들고 있다.
2016년 10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국가폭력 살인정권 규탄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나락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2004년 쌀 재협상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현종

지난 2004년 정부가 미국, 중국 등과 쌀 재협상을 벌인 결과 의무수입물량이 종전 20만 4천 톤에서 두 배 증가한 40만 8천 톤으로 결정되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매년 40만 8천 톤의 쌀이 의무적으로 수입되고 있다. 이 협상으로 인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추가로 수입이 늘어난 의무수입물량이 약 140만 톤으로 추산된다. 현재 쌀의 재고물량 200만 톤 가운데 140만 톤 정도가 2004년 쌀 재협상에 따른 의무수입물량 증가로 인한 것이다.

나머지 60만 톤은 국내 소비량 보다 많은 생산량 때문에 발생한 재고이다. 이 재고량은 유엔이 천재지변 등 비상시에 대비해 반드시 비축하도록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 약 70만 톤의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쌀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결국 과잉재고로 쌀값의 폭락을 초래한 주된 이유는 과도한 의무수입물량 때문이며, 그 중에서도 2004년 쌀 재협상으로 의무수입물량이 두 배나 증가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과잉재고로 국내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밥쌀을 계속 수입하여 쌀값 폭락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최근 국내 상황에서 전혀 수입할 필요도 없는 밥쌀을 정부가 수입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도 2004년 쌀 재협상 때문이다. 당시 협상 결과 의무수입물량의 약 30%를 반드시 밥쌀을 수입하기로 정부가 미국, 중국 등에 약속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무수입물량을 두 배나 늘리고, 밥쌀도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것이 모두 2004년 쌀 재협상 결과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국회와 농민단체 그리고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당시 쌀 재협상을 두고 최악의 실패한 협상이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이 협상의 최고 책임자는 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다. 그는 이번에 다시금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가 바로 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2004년 쌀 재협상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을 밝혔던 촛불은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외쳤다. 촛불이 곧 백남기이고, 백남기가 곧 촛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임명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촛불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준엄하게 꾸지람을 내리는 것이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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