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사항:이 글은 제품을 직접 구입해서 쓰는 사용기입니다. 이 글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업체와 제품은 글쓴이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35. 일체형 컴퓨터 개조작업을 시작한 이유
제조사가 처음부터 일체형으로 설계한 컴퓨터는 전원 부분이 내장되어 있으므로 전원 케이블 하나만 연결하면 됩니다. 모니터와 본체를 연결하는 케이블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블루투스 모드로 선 없이 연결하고 무선랜을 쓰면 전원선 이외에 그 어떤 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애플의 아이맥이 이런 구성입니다. 물론 PC 제조사들도 전원선 하나로 끝나는 일체형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체형 컴퓨터를 자작하는 입장에서 전원 어댑터는 처리하기에 가장 골치아픈 부분입니다. 전원 부분을 함부로 건드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댑터를 손 대지 않고 그냥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조금 번잡하기는 하지만 일체형 컴퓨터를 설치한 후 본체와 모니터에 각각 전원 어댑터를 꽂으면됩니다.
처음에는 어댑터 두 개를 그대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막상 일체형 컴퓨터를 들고 도서관에 갔더니 이렇게 쓰는 것이 문제가 많았습니다. 가방에 키보드와 마우스 외에 두 개의 전원 어댑터까지 담으니 너무 무겁고 복잡했습니다. 어딜 가나 콘센트가 2개나 필요했습니다. 콘센트 구멍이 부족하거나콘센트까지 거리가 멀때를 대비해 멀티탭까지 들고 가야 했습니다.
도서관 노트북실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멀티탭과 어댑터 2개를 연결한 후, 모니터 뒷면에 키보드와마우스를 꽂습니다. 무선랜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선랜 케이블도 연결해야 합니다. 유선랜이 없으면 스마트폰 테더링으로 인터넷을 써야 하니까 스마트폰용 USB 케이블도 연결해야 합니다. 테더링을 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서 USB 케이블은 늘 필요합니다.
일체형 컴퓨터를 고정적으로 한 자리에서 쓰면 이런 작업을 한 번만 하면 되니까 별 상관이 없겠지만, 일체형 컴퓨터를 이동형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매번 반복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도서관 자리에 앉아 끝날 때까지 있을 수 있으면 그래도 참을 만 하지만, 중간에 컴퓨터실이 끝나 자리를 이동해야 할 경우에는 선 뽑기와 선 연결하기를 다시 반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너무나 귀찮아 결국 개선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36. 본체용 어댑터 처리
우선 두 개의 어댑터를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모니터 내부에 공간이 있다면 전원 어댑터를 내장하면 되겠지만, 일반 모니터에는 이런 여유 공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모니터에 전원 부분을 내장했던 관행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옛날 모니터는 전원 케이블만 연결했는데 요즘은 커다란 외장 전원 어댑터를 사용합니다. 전파인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원 부분을 모니터와 분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원 부분이 내장된 모니터가 있다면 일이 반으로 줄겠지만 요즘 모니터는 분리형만 나와서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혹시 여유 공간이 있는 뒷판을 따로 파는 것은 없는지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제조사들이 모니터를 일체형 컴퓨터로 개조가능하게 (공간에 여유가 있는) “일체형컴퓨터용모니터뒷판”을 옵션으로 만들어 팔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런 것은 세상에 없었습니다.
모니터 뒷면에는 모니터를 벽에 붙일 때를 대비해 나사 구멍이 있는데 이 나사 구멍의 간격은 국제표준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거의 모든 모니터는 이 표준을 따르는 나사 구멍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니터를 일체형으로 개조할 수 있는 “표준뒷판규격”을 제조사들이 합의해서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mSTX보드와 전원 어댑터 내장이 가능한 뒷판 표준을 만들면 조립식 일체형 컴퓨터 시장도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상이 현실화 되기에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하고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있는 것은 무식한 개조 방법뿐이었습니다. 전원 어댑터를 모니터 뒷부분에 붙여 고정하고, 전원 입력 부분을 모니터 내부로 감추고, 전원 출력 부분은 최대한 간소화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물론 이 작업도 정교한 구상이나 설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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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완성된 일체형 컴퓨터 버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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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형 컴퓨터 버전1은 정말 최소한의 노력으로 완성한 것입니다. 물론 메인보드에 모든 기능이 내장된 mSTX보드와 초소형 케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주먹구구식이긴 하지만 2개의 어댑터를 모니터 뒷면에 붙임으로써 한 개의 전원 케이블만으로 컴퓨터를 동작시킬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블루투스로 사용한다면 아이맥 수준의 편리한 일체형 컴퓨터라고 말할 수 있을정도입니다.
버전1을 완성하고 한동안은 만족스럽 게 사용했습니다. 일체형 컴퓨터를 들고 도서관을 다닐 때 행복했습니다. 28인치의 대화면에 UHD 해상도의모니터, i7-6700의 고성능 CPU, 사용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16GB 메인 메모리와 512GB SSD 그리고 2TB의 백업 하드디스크는 어디를 가든 즉시 완벽한 작업환경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었습니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전원선, 유선랜케이블, USB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스마트폰 케이블까지 연결해야했습니다. 매번 모니터 뒤쪽을 보며 USB 케이블을꽂는 것이 귀찮았습니다. 소리를 들으려면 이어폰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때마다 일어서서 본체의 이어폰 구멍을 찾아야 했습니다. 저는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니터를분해 하곤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곧바로 버전2로 넘어간 것은 당연한 미래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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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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