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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017]신재훈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노력, ‘비온새 라이브’”
신재훈 연출가
신재훈 연출가ⓒ신재훈 연출가

올초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에 분노한 연극인들이 세운 ‘블랙텐트’엔 신재훈 연출가도 있었다. 이곳에서 신 연출가는 이양구 작가에게 작품에 대해 먼저 제안을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들 가운데엔 ‘세월호’가 있었다. 그 이야기가 희곡으로 탄생됐다. 이양구 작가가 썼고 신재훈 연출가가 연출을 맡기로 했다. 제목은 ‘비온새 라이브’다. 구자혜 작가의 ‘윤리의 감각’과 함께 ‘세월호 2017’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비온새 라이브’는 침수를 당한 한 마을 인근에 있는 라이브 주점이다. 수해 피해 때문에 이곳은 전기도 끊기고,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물론 이곳에서 노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운영자 온새는 보이지 않고, 딸 진아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그리고 온새와 진아를 아는 이웃, 혹은 지인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극이 펼쳐진다.

블랙텐트에서 만난 이양구 작가와
나눈 세월호 이야기들

수해 상황을 담은 희곡은 온몸으로 축축함과 눅눅함을 풍기고 있다. 버려진 창고에서 느낄 수 있는 어수선함과 어두컴컴한 느낌도 발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행동은 딱히 절망적이거나 전투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과도한 희망을 내비치지도 않는다. 침수난 일상의 어떤 부분을 딱 잘라 놓은 듯 매우 평범하고 일상적인 군상의 삶을 펼쳐 보일 뿐이다. ‘비온새 라이브’는 그 군상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성북구 화랑로 인근의 한 연습실에서 신재훈 연출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양구 작가님과 블랙텐트 앞에 있는 카페에서 새벽에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노래방 이야기였다. 이 작가님이 세월호 이후 안산에 갔는데 촛불집회 열리는 쪽에 노래방이 있었다고 했다. 세월호 이후 손님이 없으니까 그곳이 망했는지, 아니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무튼 사람들이 거기서 노래를 안 부르게 됐다고 하더라. 극중 경애가 3년 전 수해 피해로 라이브 주점이 망했다면서 ‘노래가 꼭 신나는 노래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노래가 꼭 즐거워서 부르는 것만도 아니고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처럼 살아있는 사람들도 살아야 하는데 그런 이야길 나누다가 노래가 불러졌으면 좋겠다, 살아 있는 분들이 노래 부르면서 위안도 삼고 오히려 기운을 내면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길 했던 기억이 난다.”

수해로 인해서 이웃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라이브 주점 장사는 안 되고, 묘지가 떠내려가는 등 상황은 좋지 않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극도로 절망적이거나 전투적이지 않다. 인물과 인물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치열한 갈등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이 난관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때론 대처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것에 대해 신 연출가는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인물들이 어떤 하나의 갈등으로 수렴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보면 사건 자체가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놓여 있다. 근데 놓여 있는 사이사이에 온새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저는 이 작품을 이렇게 파악했다. 어떤 수해 지역에 있는 군상들 사이를 스쳐지나가면서 그 안에서 묵묵히 교감하는 온새 같은 인물이 있는 것이다. 그 사람들 틈바구니 안에서 따지지 않고 머무는 사람이 있고 그 머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있는 것. 그런 걸 이야기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자연스럽게 온새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질 것이다. ‘비온새 라이브’를 운영하는 온새는 여타 등장인물들 입을 통해서만 거론될 뿐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관객은 다른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온새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게 될 뿐이다. 분명한 것이 있다면 온새는 타인의 고통을 ‘나몰라’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해 속에서 다양한 군상들
온새는 누구인가

“원래 대본엔 온새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온다. 온새와 관련한 추상적인 설명과 구체적인 설명이 나온다. 근데 제가 작가님께 온새란 인물의 단서가 너무 많아서 상징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님은 추상적인 걸 남기자고 했고, 저는 구체적인 걸 남기자고 했다. 의견이 달랐는데 제 의견을 받아주셨다. 어쨌든 동의된 것은 온새가 항상 어디에 가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감 능력이 뛰어나고 측은지심이 있는 사람이다. 너무 먼 우주인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타인의 안타까운 상황에 잘 다가가는 사람이다. 온새가 하는 일이 어쩌면 작지 않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온새는 기억하려는, 공감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작품 속엔 엄마 온새가 없는 라이브 주점에서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는 딸 진아, 전기를 고쳐보려는 전기노동자 윤산, 침수 피해 상황 속에서도 아카펠라를 해보자고 독려하는 영랑, ‘뉴스룸’에 침수 상황을 인터뷰 하는 경애, 그리고 도청 직원 승환 등이 나온다.

특히 자연재해 속에서 승환을 포함한 공무원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이 눈길을 자아낸다. 도지사의 경우 수해 피해가 났다는 소식에 직접 읍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대책 본부를 차리고 마을 회관을 방문해 간담회도 연다. 수해 복구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이다. 신 연출가는 “도지사의 경우 현재 정권 교체의 모습을 담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도지사가 마을을 떠난 뒤 도청 직원 승환이가 그 이유에 대해 도지사가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요청을 하러 가셨다’고 말한다. 저는 배우들에게 이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대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말에 확신을 갖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 이유가 있다. 저는 정치라는 것이 어떤 열망을 담아낼 수 있지만 그것이 선지자처럼 먼저 해결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갑자기 정치가 바뀌었다고 해서 저기서 다 해줄 거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저는 믿지 않는다. 정치는 우리가 있는 힘만큼, 우리가 이뤄내는 것만큼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이뤄낸 것은 도지사가 여기 와서 일할 정도로 이뤄낸 거다. 하지만 도지사는 또 딴 데로 가버릴 것이다. 결국 여기 남은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극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수해 피해를 헤쳐 나가는 사람들이 부르는 아카펠라다. 신 연출가는 “남은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래, 아카펠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순히 아카펠라를 부르는 것이 이들의 화합으로 그치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사실 아카펠라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 자연과 인간을 잇고, 삶과 죽음을 잇는 어떤 매개의 역할로 아카펠라가 쓰였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랬는데 만일 여기서 단순히 화합으로 끝나면 아카펠라가 시련을 이겨내는 수단정도로 되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이 됐다.”

신재훈 연출가는 혜화동1번지 6기동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세월호 3주기를 보내면서 “이 연극을 왜 해야 하지? 이 연극이 이 세상과 어떤 점점이 있지?”라는 질문을 더 깊게 예민하게 하게 됐다고 했다.

동시에 세월호와 관련된 ‘좋은 작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월호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말하는 작업’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적으로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세월호니까 해야 한다”는 마인드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때에 무엇을 연극으로 말해야 할지 막막했던 그는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힘이 나서 다시 싸울 힘을 찾게 해줄지도 모르는, 연극이라는 노래 말이다.

“저는 인물들을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으로 그려내고 했다. 수해 피해가 터진 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을 나누는 것 자체가 ‘세월호’를 무시하거나 없는 것처럼 대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꺼내서 이야기 하고 기억하려는 어떤 노력이었던 것 같다. 3주기가 흐르면서 저도 달라진 게 있지만 여전히 세월호를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계속 문대고 스킨십 하면서 노력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공연 시기가 짧다.
8월 10일(목)~11일(금) 7:30
8월 12일(토)~13일(일) 3:00
‘비온새 라이브’는 ‘윤리의 감각’과 연속으로 공연된다. 한 장의 입장권으로 두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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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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