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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정치력 발휘할 때다

북미 사이의 말 공방이 ‘전쟁’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북한은 ‘괌 포위사격’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괌 기지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의 전략 무기가 발진하는 곳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미국을 직접 위협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받겠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4발을 동시에 발사해 괌 주변 해역에 탄착시킨다면 북미 사이의 군사적 긴장은 한국 전쟁 이후 최고조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대응도 날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우월한 핵 전력과 재래식 무기를 앞세운 미국은 한반도에 전략 핵 폭격기를 연일 전개하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 정권의 종말과 국민의 파멸”이라는 말을 꺼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건국기념일인 9월 9일에 기념행사장을 “때려버리겠다”고 아베 일본 총리에게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개적으로 나왔던 ‘화염과 분노’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이야기다.

북미 사이의 군사적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강도 높게 설전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긴급하고도 위험한 사태다. 대개 말로 이루어지는 적대가 축적되면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더욱이 지금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쌍방은 한 쪽은 세계 최대의 핵보유 국가이고, 다른 한 쪽은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다. 북미간의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참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것은 아니다. 북미 사이의 대결은 긴장이 가장 높았을 때 방향을 틀어 협상으로 나아간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94년의 영변 핵 위기가 그랬고, 냉전 시기의 푸에블루호 사건이 그랬다. 두 당사자 모두 이런 경험들을 잘 알고 있고,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긴장이 지속된다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압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북한이건 미국이건 지금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대화를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우리 정부의 역할도 있다. 북미 사이의 군사적 공방은 우리에게 무기력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달에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긴장상태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은 분명하며, 북한이나 미국 모두 우리를 무시할 수 만은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의외로 작은 힘이다. 1994년 위기를 풀어나가는 데 기여했던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역할도 그러했다. 이 사태를 헤쳐나갈 정치력을 우리 정부에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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