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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 특별사면은 왜 불발됐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96일이 됐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간의 적폐 청산은 새 정부 제1의 사명이다. 특히 정치적 반대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한 두 정권과 단절하기 위해서라도 양심수를 전원 석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한 8.15특사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기획으로 양심수 석방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8.15 특별기획①]김대중 17일, 노무현 65일.. 양심수 석방의 역사
[8.15 특별기획②]국제앰네스티는 왜 양심수 석방을 촉구했나
[8.15 특별기획③]‘진보 죽이기’ 희생양, 통합진보당·민주노총과 양심수
[8.15 특별기획④]이석기 전 의원과 내란음모 사건
[8.15 특별기획⑤]절박한 이들의 생존권 지키려했던 한상균
[8.15 특별기획⑥]박근혜 전 대통령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감옥에서 만난다면?
[8.15 특별기획⑦] 기록적 폭염에도 매일 청와대 앞까지 걷는 파란 수의입은 사람들
[8.15 특별기획⑧] 청와대 사람들:그들도 양심수였다

"이번 특별사면은 광복 7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살려 사회적 갈등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 비판자에 대한 탄압과 보복 등 정치적 사유로 처벌받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절감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포용하는 국민통합적 사면이 실시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내던 2015년 8월 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특사)' 단행을 앞두고 "재벌·대기업 총수의 특혜사면을 자제하고 약자를 위한 국민사면이 돼야 한다"며 했던 말이다. 이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에게도 최근 시민사회단체의 '양심수 석방' 요구는 무시 못할 문제이다. 양심수에 대한 사면 조치는 특정 정치인이나 재벌,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보수 정권의 사면과는 결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번 8.15 특사는 없다"고 못 박아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취임 첫해에 곧바로 단행했던 특사를 왜 이번에는 추진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학생들이 지난 6월 3일 오후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양심수 석방을 위한 ‘열다를 열다’에서 감옥에 갇힌 양심수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마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년학생들이 지난 6월 3일 오후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양심수 석방을 위한 ‘열다를 열다’에서 감옥에 갇힌 양심수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마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청와대 "전례를 보면 특사 절차에 최소 두 달 정도 시간 소요"

8.15 특사가 불발된 데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광복절을 한 달 가량 앞둔 7월 18일 기자들과 만나 "8.15 특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8.15 특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사는 주체가 법무부이고 시스템상 3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며 "8.15 특사는 물리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발족한 '양심수 석방 추진위원회'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의원 등 37명을 양심수로 선정하고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보수매체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문 대통령이 8·15를 맞아 특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는데 청와대가 나서서 이를 일축한 것이다.

현재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보장하고 있다. 특별사면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특권으로 형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법치주의의 경직성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국회동의 없이' 대통령 개인의 재량에 의해 시행됐다.

사면법에 따르면 특사는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면심사위원회'에서의 심사를 통해 특사 명단을 조정하게 돼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사 명단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를 대통령이 단행하는 절차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면을 하려면 (심사위원회) 구성과 조건, 기준 이런 걸 준비해서 대상자를 물색하고 선정을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전 정부의 전례를 보면 최소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새 정부가 5월 10일 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출범했는데, 그 기간 동안에 그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8.15 특사 건과 관련해선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서 8.15 특사를 담당했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정권이 바뀌면 국민통합 차원에서 특사가 기본적으로 논의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이전 정부와 달리 인수위원회가 없었던 차이가 있다"며 "적폐청산, 안보위기 극복, 민생경제 등 대통령이 초반에 집중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어서 특사까지 신경을 쓸 만한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뉴시스

양심수 석방에 미온적인 청와대

하지만 통상 청와대 민정수석이 특사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법무부 장관이 실무 정도를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보면 '물리적 시간의 한계가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한 지 17일, 노무현 대통령은 65일 만에 양심수 등에 대한 특사를 단행했다.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양심수 석방은 시간 문제 아니라 대통령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유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사면 자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앞서 대선을 앞두고 국정농단으로 파면 당하고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난데 없이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떠오르자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대통령 사면권이 대통령 권한이긴 하지만 그것 역시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행사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권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에 이념적인 논쟁에 휩싸이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광복절을 앞두고 보수매체를 중심으로 ▲"이석기·한상균 석방" 도넘은 '촛불청구서' ▲이석기·한상균을 양심수라며 특사 운운하는 反(반)법치 ▲민노총 '사회적 총파업' 마지막 날 "이석기-한상균 석방" 정치구호 난무 등 양심수 석방의 목소리를 비난하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청와대가 '8.15 특사는 없다'고 처음 입장을 밝힌 것도 이 시점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대선 전에도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양심수에 대한 특사를 단행한 것을 두고 색깔론을 펼쳐왔다.

다만 청와대가 양심수 석방 문제 자체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월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한상균 위원장 석방도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절실한 요구임을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에는 두 달 간 시민사회·종교계 인사들을 비롯한 1만6천650명의 시민들이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며 작성한 '보라색 엽서'가 청와대에 전달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에 대한) 어떤 입장도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여론을 청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청와대가 향후 여론 추이 등을 보고 양심수 등에 대한 특사를 단행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심수든 아니든 사면이 8.15에만 딱 국한된 건 아니다. 예전 정부에서도 8.15 때마다 사면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8.15 특사에만 국한된 사안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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