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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록 페스티벌의 시대가 끝나간다

작년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아니, 그 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 이제 더 이상 록 페스티벌의 시대가 아니라고. 록 페스티벌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록 페스티벌이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주도하지 않을 거라고. 최근 몇 년간 품고 있던 생각은 올해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이하 지산)에 이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에 다녀오며 확신으로 바뀌었다.

관객이 확연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산은 그간 보았던 지산 가운데 관객이 가장 적었다. 펜타포트 역시 다르지 않았다. 펜타포트는 지산보다 티켓이 덜 팔리는 편이었지만 올해 펜타포트는 유독 듬성듬성했다. 물론 일요일 하루만 봐서 오해했을 수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더 많은 관객이 왔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올해 펜타포트에 관여하거나 참여한 이들 역시 관객 수가 줄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2017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7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예스컴이엔티 제공

관객들이 듬성듬성했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대체 왜일까?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 성장한 한국 대중음악 페스티벌 시장을 주도한 두 개의 여름 페스티벌, 지산과 펜타포트는 왜 이렇게 관객이 줄어들어버렸을까? 몇 가지 추론을 해본다. 일단 페스티벌이 흔해지고 많아졌다. 2006년 펜타포트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 이만큼 큰 규모의 페스티벌은 드물었다. 3일 동안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이 계속 공연을 펼치고, 마음 편히 음악에 젖어들 수 있는 공간 자체가 거의 없었다. 더더군다나 평소 보기 힘들었던 해외의 스타 뮤지션들이 한꺼번에 공연을 펼치는 페스티벌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목마른 음악팬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펜타포트와 지산은 한국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대명사가 되었고, 음악팬들의 여름 일정은 펜타포트와 지산에 맞춰졌다. 좋은 시절이었다.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감상의 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음악팬들이 일체감을 확인하는 장이자 해방감을 느끼는 장으로 각광 받았다. 페스티벌이 인기를 끌자 페스티벌이 꾸준히 늘었고, 늘어난 페스티벌은 차츰 레저의 공간으로 소비되었다. 좋은 음악을 BGM으로 소풍을 즐기고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이 결합하면서 페스티벌 시장은 더욱 성장했다. 멋을 알고 유행을 안다면 페스티벌에 한번쯤은 가고, 페스티벌에 간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생겼다.

그 사이 대중음악의 주도권은 아이돌 팝, 일렉트로닉, 힙합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내한공연도 늘어났다. 페스티벌은 수도권에서 지역 광역시와 중소도시로 서서히 확장되었다. 새로 늘어나는 페스티벌 중에 록 페스티벌은 드물었다. 어쩌면 록 페스티벌의 시대는 수년전부터 저물고 있었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페스티벌은 팝과 일렉트로닉 음악에 중점을 두었고, 소풍과 결합한 페스티벌이 인기를 끌었다. 사실 록 페스티벌의 이름으로 시작한 펜타포트, 지산 등에서도 록 뮤지션만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다. 초기부터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헤드라이너로 출연했고, 대중적인 뮤지션들과 아이돌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 특히 페스티벌이 늘어나면서 일렉트로닉, 팝, 힙합 등의 장르와 록, 포크 등의 장르가 섞이는 경향이 확산되었다. 그러다보니 몇몇 페스티벌을 제외하곤 페스티벌 출연진들이 비슷비슷해져버렸다. 출연진 뿐 아니라 사이트 환경과 경험도 흡사해졌다. 비슷비슷한 페스티벌에 굳이 다 가고, 매년 갈 필요가 없어지면서 관객 수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신선했던 페스티벌이 어느새 식상해졌고 성장도 정체되어 버린 것이다.

이디오테잎
이디오테잎ⓒ예스컴이엔티 제공

록 마니아들은 하드 록이나 헤비메탈 계열 뮤지션들의 공연을 록 페스티벌에서도 쉽게 볼 수 없다며 아쉬워했지만 사실 한국에서 록 음악이 대중음악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순간은 1970년대 초와 1980년대 중반 정도였다. 인디 록 밴드들이 각광을 받았던 2000년대 초중반 이후에도 록 밴드 음악이 시장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국내에서 록 음악과 록 페스티벌이 오랫동안 음악 마니아의 취향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록 마니아가 다른 음악 마니아보다 권위를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음악을 들으려면 록 음악을 듣고, 록 음악을 좋아해야만 진짜 음악마니아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록 음악은 충성스러운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라이브에서 가장 파괴력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장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스타디움에 모인 수만 관객을 사로잡는 음악은 왠지 록뿐인 것처럼 여겨졌다. 록 음악에 축적된 일탈과 저항, 자유의 이미지도 록의 권위를 더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다보니 펜타포트와 지산은 자연스럽게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새롭고 파격적이고 트렌디한 음악의 이미지와 권위는 일렉트로닉이나 힙합으로 서서히 넘어갔다. 록 음악이 더 이상 새롭거나 파격적이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전히 록 음악을 새롭게 느끼고 파격적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있으며, 록 음악에 열광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훨씬 많은 이들이 일렉트로닉과 힙합이 더 파격적이고 더 신나고 더 트렌디하다고 느낀다. 그러다보니 록 페스티벌보다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음악 중심의 페스티벌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린다.

이디오테잎
이디오테잎ⓒ예스컴이엔티 제공

펜타포트 11년, 이제 뮤지션만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다수의 페스티벌의 출연진들이 비슷비슷해지고 변별력이 줄어들면서 펜타포트와 지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떨어졌다. 여전히 일부 음악 마니아들은 매년 지산과 펜타포트의 라인업 발표를 기다리지만 페스티벌과 내한공연이 늘어나면서 펜타포트와 지산이 갖고 있던 권위는 떨어졌다. 펜타포트와 지산의 권위는 다분히 페스티벌이 드물었던 시기, 가장 화려했던 해외 라인업으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 규모에서 불러올 수 있는 해외 뮤지션의 수와 규모에는 한계가 있다. 매년 라디오 헤드 급의 빅스타를 불러오기는 불가능하다. 해외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상황이라 국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빅스타도 많지 않다. 한국 관객들은 해외 라인업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 시장 규모에서 해외 뮤지션의 라인업으로 승부를 거는 건 모험에 가깝다. 한국 대중음악 페스티벌 시장에서 정작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페스티벌은 유명 해외 뮤지션이 거의 없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나 재즈 중심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음악마니아들은 누가 오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일반 관객에게 중요한 건 친숙한 국내 라인업이거나, 그 페스티벌만의 느낌과 분위기이다. 뮤지션은 잘 몰라도 다른 페스티벌과 차별되는 분위기와 컨셉트가 있는 음악 페스티벌이어야 산다. 물론 펜타포트와 지산 역시 꾸준히 환경을 개선하고 관객의 편의성을 높였으며 다양한 트렌드를 반영하려고 애썼지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스스로를 대동소이한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록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인데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 아니고, 출연진이 아니고, 개성과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찰리엑스시엑스
찰리엑스시엑스ⓒ예스컴이엔티 제공

실제로 올해 지산과 펜타포트에 출연한 뮤지션들 모두가 엄청난 인기 뮤지션들은 아니었다 해도, 각 뮤지션들의 공연은 대개 기본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펜타포트에서 8월 13일에 공연한 김오키, 새소년, 솔루션스, 크리스탈 레이크, 이용원, 찰리 엑스시엑스, 이디오테잎, 저스티스 등의 공연은 모두 최선을 다했고 훌륭했으며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찰리 엑스시엑스, 이디오테잎, 저스티스의 공연은 제각각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뮤지션이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처음에는 진흙밭에서도 음악에 열광했지만 2006년 펜타포트가 처음 시작한 후 11년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여전히 누군가는 지산과 펜타포트에 설레고, 땀 흘려 뛰며 열광하겠지만 지금 이대로, 이 정도 관객만으로 지산과 펜타포트가 계속 유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먼저 시작한 페스티벌이 가장 먼저 변화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이 갈림길이 오직 펜타포트와 지산에게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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