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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칼럼] 문재인케어, 보수언론 헤치고 의료시장화 넘어야

문재인 정부가 8월 9일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문재인케어’라는 말을 붙여 ‘보장성강화안’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보장성강화안을 발표한 점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간 보장성 강화는 매우 중요한 의료복지과제였음에도 대통령선거가 지나고 집권하게 되면 후순위로 밀리거나, 실제 이행되지 않는 공약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박근혜정부는‘4대중증질환 국가책임 100%’를 핵심공약으로 당선되었으나, 집권 1년도 안되어 본인의 약속을 누더기로 만든 바 있다.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의료복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정책안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우선 집권말인 2022년까지 목표보장율을 70%로 정했는데, 이는 OECD 국가평균인 80%보다도 한창 떨어지지만, 더 안타까운 점은 이명박정부가 제시한 7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도 2022년이 되면 현재 63.7% 수준의 보장성이 70%가 된다는 것인데, 이는 쉽게 설명하면 평균적으로 그동안 자신이 부담하던 36%의 본인부담율이 30%가 된다는 것으로 실제 평균경감율은1/6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즉 평균적인 의료비 부담의 경감율 18%에 지나지 않는 계획에 너무나 큰 광고를 하고 있다는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건강보험보장강화 현장 방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병원 내 어린이학교에서 어린이 환우와 색칠공부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건강보험보장강화 현장 방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병원 내 어린이학교에서 어린이 환우와 색칠공부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보수언론과 정당의 재정고갈론은 허구

물론 이를 위해서도 무려 31조의 재원이 투자되는데, 현재의 재정상황에 비추어 이 정도 목표가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 등의 보수정당은 연일 ‘문재인케어’의 재정문제를 거론하며 꺼꾸로 이정도 보장성강화안에 대해서도 재 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실제 31조의 재원투자는 매년 31조를 투자하는 확대안이 아니라 무려 6여년간의 누적투입금액일 뿐이다. 가장 많은 투입을 하는 것인 2018년인데, 추가투입은 고작 3조2천억수준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실제로 임금인상 및 보험료 사각지대해소로 인해 매년 자연증가분이 수조원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국고지원비율을 줄여왔지만, 자연증가분으로 인해 2013년에서 2014년으로 갈 때 3조3천억, 2015년은 전년대비 3조원가량이 증가했다. 당시에는 흑자로 인해 보험요율인상이 거의 없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2010년 건강보험 총재정은 34조원가량이었지만, 2015년에는 53조원을 넘어섰다. 만약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을 약속한대로 1만원까지 올린다면 자연증가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가장 많은 추가지출을 고작 3조2천억정도만 계산한 ‘문재인케어’의 재정추계는 사실상 매우 째째한 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단순계산도 못하는 바보처럼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이 재원마련에 대해서 주된 비판지점을 삼는 이유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에도 여타 복지담론에 대한 공격처럼 ‘세금폭탄론’을 들이대려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수우익의 공격이 ‘문재인케어’의 째째한 재정계획까지 합리화 해줄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정부의 적폐 중 하나인 건강보험이 무려 21조이상의 누적흑자상황이라는 점이다.

박근혜의 건강보험 적폐

박근혜정부가 남긴 21조 흑자는 건강보험 경영을 잘한 결과가 아니라, 국민들이 낸 보험료만큼 의료비 절감을 받지 못한 결과다. 즉 서비스에 비해 비용을 많이 지불한 셈이다. 특히 한국의 건강보험은 철저하게 의료서비스 중심이기 때문에 현금을 적립할 이유가 전혀없는데도, 박근혜정부는 준비금명목으로 국민들을 쥐어짜서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결국 집권말에 본색을 드러냈는데, 박근혜정부 기획재정부는 사회보험 재정건전화라는 논리로 건강보험 흑자분도 국민연금처럼 돈놀이에 이용하려 했다.

따라서 박근혜 적폐를 청산하려는 문재인정부는 최소한 건강보험누적흑자 21조원을 수년내에 사용하는 보장성강화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또한 박근혜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축소해왔는데, 이를 정상적으로 모두 사후정산해도 10조가량을 더 내야 한다. 즉 박근혜적폐로 인한 가용금액만 31조원가량이 있다. 여기에 앞서 말한 자연증가분이 매년 3-4조, 그리고 앞으로 제대로 낼 국고지원금 추가금이 매년 2-3조, 또한 마지막으로 문재인정부가 주장한 소득주도성장론에 따라 순증할 보험금이 매년 1-2조가량 될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31조의 흑자분에 매년 6-9조가 자연증가되는 상황이므로, ‘문재인케어’의 계산법에 따르면 총 투입재정을 누적 100조 넘게 잡을 수 있다. 그런데 고작 70% 목표치에 한해 순증분 3조수준으로 누적 31조 투입만 광고한 것은여러가지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사실 현재의 지출규모를 유지한다면 노령화를 고려하더라도 막대한 흑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의료산업화의 밑밥

우선 제일 큰 우려는 남은 재정의 상당부분이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등의 자본으로 빨려들어가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문재인케어’의 발표에 주식시장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는데, 보험사의 주가가 떨어진 반면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주가가 올라간 것이다. 보험사 주가가 떨어지는 건 보장성강화로 인해 보험가입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런데 왜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의 주가로 올라갔을까?

우선 문재인케어의 보장성강화안은 예비급여라는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약제도 급여범위에 넣는다. 문제는 예비급여는 일반 건강보험 급여처럼 입원 20% 수준의 보장율이 아니라 50,70,90%의 높은 본인부담을 가지게 되고,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제외된다. 사실상 가격을 결정하는 것외에는 별로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제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예비급여가 된다는 것은 사실 국가로부터 일부 효과라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즉 예비급여의 포함된 기존 비급여 검사, 약제, 치료재료 등은 안정적인 시장이 열리게 된다. 여기다가 예비급여는 높은 본인부담율과상한제 제외로 인해서 건강보험총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다. 따라서 책정된 가격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건강보험 급여를 정할 때 기존 가격보다 낮은 가격이 결정되는 이유는 공익적 고려와 사용빈도 증가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비급여는 그런 과정이 기존의 건강보험 급여만큼 강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낮다.

사실 로봇수술 같은 고가장비가 이용되는 수술이 예비급여가 된다면, 로봇수술 기계가 더 팔릴 것은 자명하다. 고가의 면역항암제등도마찬가지다. 때문에 의료기기 및 제약회사들은 ‘문재인케어’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의료복지선진국들OECD 국가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문제인 케어에 비판적인 보수 언론
문제인 케어에 비판적인 보수 언론ⓒ조선일보 인터넷 캡처

의료공급의 공공화

우선 유럽국가들은 병원의 대부분이 공공병원인 점도 있지만, 입원에 대해서는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로 추가적인 행위가 있더라도 병원이 돈을 벌지 못하게 막고 있다. 가까운 대만도 병원에 대해서 이미 총액계약제를 실시한다. 동네의원이 담당하는 1차 진료도 환자등록을 중심으로 돈을 받는 인두제를 시행하거나, 한국과 같은 수가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일본처럼 비급여를 섞어 진료할 수 없는 ‘혼합진료금지’제도를 이용한다. 여기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전국민주치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네의원과 클리닉이 외래진료를 하고, 병원은 입원진료만 전담하는 임무분담도 명확하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국처럼 의원과 병원이 무차별적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최소한 지역별로 공공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있어서, 돈이 없어도 진료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케어’에는 이런 의료공급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방향성은 전혀 제시되고 있지 않다. 지불제도 개편과 관련해서 ‘신포괄수가제’의 확대 정도만 언급했다. 노무현정부가 제시했던 공공의료 30% 확충이나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 공약사항이었던 건강보험공단 산하 병원 설립도 제안하고 있지 않다.

사실 앞서 이야기한 재정계산, 목표 보장율 같은 것들은 틀릴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공공성을 확보하는 비전과 전략은 이제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과제다. OECD 최저수준의 공공병상 수준, 미국보다 더 시장화된 의료공급 등은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대통령의 이름을 붙일 정책이라면 의료공공성을 확보할 비전과 전망을 보여줘야 했다. 끝으로 공공의료를 중심에 둔 주치의제, 지역공공병상 확충이 빠진 이유가 혹시나 제약산업, 의료기기산업, 의료산업체의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도 걱정스럽다. 여전히 의료부분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추진하면서 주장하는 보장성강화안이 제대로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케어’라는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정책이라면 ‘의료산업화’가 아닌 ‘의료공공화’라는 명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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