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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두 음악가가 거울처럼 보여주는 인간의 실제
텐거의 음반 ‘Spiritual’
텐거의 음반 ‘Spiritual’ⓒ텐거 제공

숨은 명곡이라거나 숨어있는 예술가 같은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곡이 스스로 숨으려 할 리 없고, 예술가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가들 중에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죄다 골방에 숨어 혼자 작업하길 좋아한다는 이미지는 환상에 가깝다. 예술가라고 모두 숨어있기 좋은 방에 머무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예술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아닌가. 소셜미디어를 하고, 언론에 소개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여전히 은둔과 미발견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은 고전적인 예술가 상에 기대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어보려는 낡은 관습에 가깝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음악이 있다 해도, 숨은 음악과 예술가를 신비화하고 경배할 일이 아니다. 클릭 한 두 번만 하면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왜 이 음악을 발견하지 못했을지 되짚어 봐야 한다. 일단 유행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은 지금 유행하는 음악만으로 만족한다. 트렌드에서 벗어난 음악을 좋아하려면 징검다리가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유행음악만이 아니라 다른 좋은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고, 좋은 음악을 찾아 들어야겠다는 욕구를 지키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그래야 숨은 명곡, 숨어있는 예술가 같은 말들이 사라진다.

텐거의 음반 ‘Spiritual’
텐거의 음반 ‘Spiritual’ⓒ텐거 제공

일상을 신비로운 순간으로 바꿔주는 ‘Spiritual’

서론이 길었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텐거와 그들의 음악을 신비화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1997년부터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한 일렉트로닉 뮤지션 있다와 마르키도가 텐 이후 결성한 새로운 듀엣 텐거. 아는 이들보다 모를 이들이 더 많을 텐거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음악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은 아니다. 텐거의 음악은 있다가 연주하는 인디언 하모니움과 마르키도가 연주하는 신디사이저 음악들로 채워진다. 최근 발표한 새 음반 ‘Spiritual’ 역시 마찬가지이다. 음반의 수록곡은 총 8곡. 노래가 주도하지 않는 음악은 끝나지 않고 하염없이 이어질 것처럼 흘러간다. 신디사이저가 만드는 투박한 리듬감과 단순한 멜로디 위에 인디언 하모니움이 몽롱하고 서정적인 사운드를 빚어내며 덮인다. 매우 단순한 구조처럼 여겨지는 음악인데 이 단순한 결합이 창조해내는 친숙함과 전복의 쾌감이 있다. 음반의 첫 곡인 ‘spiritual’에서 단순한 반복은 하루하루 별 다를 것 없이 이어지는 우리네 삶을 음악으로 재현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텐거는 인디언 하모니움과 신디사이저뿐만 아니라 있다의 보컬까지 꿈결처럼 입힘으로써 일상과 음악의 모든 순간을 무의식과 영혼이 함께 하는 신비로운 순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실제 인간은 이성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성의 기저에 이성보다 거대한 무의식이 있고, 영혼이 있다. 현대의 예술은 이성으로 담을 수 없는 무의식과 영혼에 대한 탐구이며 재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탐구와 재현은 그 의미와 깊이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객관적 사실을 기록하기보다 감정과 인상을 드러내거나 본질을 소리로 재현하는 음악은 음악가의 의도가 듣는 이들 앞에서 번번이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노랫말을 빌어 음악의 서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주거나 쉽게 잘 들리는 멜로디와 리듬을 결합시키지 않는 음악은 어렵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 자체가 결코 다 알 수 없는 존재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해도 인간의 마음은 끝내 모를 것이며, 끝내 모를 것이어서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음악은 끝내 알 수 없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향해 결국 패배할 걸음을 옮기는 시지프스처럼 멜로디를 쏘아올리고 리듬을 흘려보내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인간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자신이 본 인간은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이 아닐는지. 그리고 그 작품들이 거울이 되어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것은 아닐는지.

텐거
텐거ⓒ텐거 제공

인간이 가진 남루함과 모호함, 은밀함을 보여주는 텐거의 음악

텐거의 음반 ‘Spiritual’을 들으면 인간에 대해 혹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영혼에 대해, 지구인에 대해, 바라봄에 대해, 종소리에 대해, 춤에 대해, 음악에 대해 생각하면서 보이지 않지만 이 세계에 가득 찬 어떤 기운과 그 기운에 이르러 음악으로 옮기려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성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생활의 순간순간, 그 속되고 보잘 것 없는 삶의 사이에 흘러 다니는 무수한 무의식과 욕망과 의지와 가치. 그것이 모두 모인 존재가 비로소 인간일 것이다.

텐거의 음악은 그 남루함과 모호함과 은밀함을 모두 껴안으며 인간을 보여준다. 분리할 수 없는 인간. 분리될 수 없는 인간. 분리할 필요가 없는 인간. 부끄럽고 지겹지만 알 수 없고 신비롭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이 텐거의 음악에 모두 담겨있다. 반복되는 리듬과 유영하듯 흘러가는 신디사이저, 그리고 무드와 서사를 강화하는 보컬의 조합은 자연스럽게 지금 이 곳에서 지금도 아니고 이 곳도 아니지만 지금 이 곳과 멀지 않은 어떤 시공간으로 인도하면서 빠져들게 한다. 그 탈주와 침잠과 충돌과 감응이 텐거의 음악적 본질이며 가치이다. 숨어있지 않은, 그저 자신의 음악으로 살아갈 뿐인 두 음악가가 들려주고 알려주는 세계. 어쩌면 우리가 외면했을지도 모를 음악이 보여주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나 자주 말하지 않았을 뿐인 진실 혹은 실제.

텐거의 음반 ‘Spiritual’
텐거의 음반 ‘Spiritual’ⓒ텐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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