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MBC 잔혹사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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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년 170일 파업 종료…험난한 여정의 시작
  2. 해고된 언론인들
  3. 현장에서 쫓겨난 기자와 PD들
  4. 간판급 아나운서들 줄줄이 퇴사
  5. '브런치 만들기'가 언론인 교육?
  6. 기자 성향 분석한 살생부까지 등장했다
  7. ‘마봉춘’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박소영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7-08-26 12:02:19
  • CARD 1/

    2012년 170일 파업 종료…험난한 여정의 시작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지부가 조합원 총회를 통회 170일 만에 파업을 잠정 중단한  2012년 7월 17일 서울 여의도 MBC D스튜디오에서 열린  'MBC 정상화를 위한 복귀투쟁 선포식'에서 정영하 노조 위원장이 복귀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지부가 조합원 총회를 통회 170일 만에 파업을 잠정 중단한 2012년 7월 17일 서울 여의도 MBC D스튜디오에서 열린 'MBC 정상화를 위한 복귀투쟁 선포식'에서 정영하 노조 위원장이 복귀투쟁을 선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마봉춘’으로 불리며 시청자에게 사랑받던 공영방송 MBC가 추락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재철 전 사장의 취임이었다. 그가 점령한 MBC는 시사프로그램을 축소폐지하거나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등 신뢰받던 공영방송으로서의 모습을 잃어갔다.

    MBC 구성원들은 방송 공정성 회복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 김재철 사장의 퇴진에 사활을 걸고 싸웠지만 결과적으로 김재철 사장을 쫓아내지는 못했다. 2012년 7월 17일 MBC 노동조합은 언론사 파업사상 최장기간인 170일 총파업을 접기로 하고 업무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MBC 구성원들의 본격적인 잔혹사가 시작됐다.

  • CARD 2/

    해고된 언론인들

    2012년 파업 당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MBC 노조가 주최하는 파업콘서트 '김재철 헌정콘서트-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가 열린 가운데 해고자인 정영하 위원장,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가 무대에 올라 J에게를 부르고 있다.
    2012년 파업 당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MBC 노조가 주최하는 파업콘서트 '김재철 헌정콘서트-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가 열린 가운데 해고자인 정영하 위원장,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가 무대에 올라 J에게를 부르고 있다.ⓒ이승빈 기자

    MBC 구성원들에게 2012년 파업의 내상은 깊고도 광범위했다.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해고, 정직 등 징계조치가 이어졌다.

    정영하 전 본부장을 비롯해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은 파업기간에 해고를 당했고, 박성호 전 MBC기자협회장은 재심에서 정직 6개월 감면 처분을 받았지만 사측에 의해 재차 해고를 당했다. 특히 ‘PD수첩’ 최승호PD와 전 노조위원장 출신이었던 박성제 기자는 노조 집행부도 아니었지만 정당한 이유도 없이 해고됐다. 이와 관련해 2012년 파업 당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현 부사장)이 한 극우매체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을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쫓겨난 해직언론인들 가운데 최승호PD와 박성제 기자는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에서 언론인으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은 최승호 PD가 지난해 ‘자백’에 이어 내놓은 영화다.

    해직 이후 원목 수제 스피커를 만들고 회사까지 차린 박성제 기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수백번 사포질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뉴스타파에서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뉴스포차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이용마 기자는 복막암 투병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 ‘공범자들’에서는 2012년 당시 암에 걸리기 전 건강한 모습의 이용마 기자의 모습이 나온다. 그러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투병 생활로 바싹 야윈 최근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함께 노조에서 집행부로 활동했던 김민식 PD는 ‘공범자들’ 시사회 당시 이용마 기자를 언급하며 오열을 하기도 했다.

    이들 6명의 해직 언론인들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해고 무효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사측이 판결에 불복하면서 2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지금이라도 MBC에 복귀할 수는 있지만 이들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2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무너진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한 투쟁이 정당했음을 판례로서 명확하게 남기기 위해서다.

  • CARD 3/

    현장에서 쫓겨난 기자와 PD들

    13일 저녁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PD 수첩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12일 MBC는 PD수첩 이우환피디와 "아프리카의눈물""7일간의기적"을 연출한 한학수 피디가 어제 각각 드라미아개발단(드라마세트관리)과 경인지사로 발령해 PD 수첩 탄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저녁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PD 수첩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12일 MBC는 PD수첩 이우환피디와 "아프리카의눈물""7일간의기적"을 연출한 한학수 피디가 어제 각각 드라미아개발단(드라마세트관리)과 경인지사로 발령해 PD 수첩 탄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양지웅 기자

    파업 참가자들이 업무에 복귀하자 MBC 사측은 대대적인 보복인사를 내리기 시작했다. 노조에 따르면 MBC 내에서 2012년 파업 이후 징계, 대기발령, 교육발령, 비제작부서 발령 등 보복 인사를 경험한 조합원은 165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91명은 여전히 제작 업무에서 제외돼 있다.

    ‘황우석 논문 조작사건’을 파헤쳤던 ‘PD수첩’ 한학수 PD는 2012년 파업 이후 부당전보·대기발령·등을 전전하다 지난 4월 대법원에서 부당전보 무효 확정판결을 받고 콘텐츠제작국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30명이 제작거부를 선언하자 MBC는 또 다시 그에게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과거 ‘PD수첩’ 책임 프로듀서로 파업에 참가했던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역시 경인지사로 발령돼 유배 생활을 해야했다.

    파업 당시 집회 프로그램 기획과 총연출을 도맡았던 김민식 PD 또한 파업이 끝나고 정직 6개월을 통보받았다. 이후 드라마국으로 복귀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연출할 기회는 맡지 못했다. 김민식 PD는 이후 그마저도 기회를 빼앗겨 비제작부서에서 근무하다 사내에서 큰소리로 ‘김장겸은 물러나라’라며 페이스북 라이브를 해 징계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파업 참여 인원들의 비제작부서 발령으로 생긴 빈 자리는 경력직 채용을 통해 메워졌다. 노조에 따르면 파업 이후 채용된 경력기자는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나운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기자·PD들과 마찬가지로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아나운서실로 복귀를 해도 제대로 방송을 맡을 수 없었다.

    허일후 아나운서는 지난 18일 아나운서 제작거부 돌입 이후 기자회견에서 "파업이 중단된 7월 17일에 저녁에 생긴 미래전략실이란 곳으로 발령이 났다"면서 "다음날 그곳으로 갔더니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정수기도 없어서 옆 사무실에 물을 얻으러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일후 아나운서는 2013년 9월 부당전보 무효 소송에서 이겨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온 이후에도 3분 라디오 뉴스 외 방송 출연은 금지됐다.

    '뉴스데스크, 'PD수첩'에서 진행을 맡았던 손정은 아나운서 역시 2012년 파업 이후 휴직기간을 거쳐 복귀했지만 2015년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유도 모른채 하차를 통보받았다. 현재는 아나운서국이 아닌 사회공헌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 CARD 4/

    간판급 아나운서들 줄줄이 퇴사

    문지애, 박혜진 아나운서
    문지애, 박혜진 아나운서ⓒ뉴시스 제공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에서 배제된 아나운서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결국 회사를 떠나는 것 뿐이었다. 2012년 파업 이후 5년간 MBC의 간판급 아나운서들 12명이 회사를 떠났다. 박혜진·최윤영·서현진·나경은·오상진·최현정·문지애·방현주·김경화·박소현·김정근·김소영 12명의 아나운서들이다.

    2012년 파업에 열심히 동참했던 문지애 아나운서도 그 중 하나다. 문지애 아나운서는2006년 MBC에 입사한 뒤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과 함께 주말 ‘뉴스데스크’를 맡았던 간판 아나운서였다. 하지만 파업이 끝나고 아나운서국으로 복귀했지만 일이 주어지지 않았다.

    문지애 아나운서는 퇴사 이후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퇴사 이유에 대해 "방송을 하고 싶어서 나온 것"이라면서 "파업이 끝난 이후에 회사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됐더라"며 당시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퇴사한 김소영 아나운서의 동기인 이재은 아나운서는 "김소영 아나운서는 누구보다 실력있고 유능한 아나운서였지만 지난해 10월 뉴스투데이에서 갑자기 하차한 뒤 무려 10개월간 방송을 하지 못했다"면서 "수많은 프로그램 섭외가 왔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제돼 떠밀리듯 회사를 나가야했다"고 전했다.

  • CARD 5/

    '브런치 만들기'가 언론인 교육?

    2012년 파업에 직접 참여했던 MBC 임명현 기자가 성공회대 석사학위 논문으로 작성한 ‘2012년 파업 이후 공영방송 기자들의 주체성 재구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업무 복귀자 일부는 2012년 하순부터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MBC아카데미에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8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에는 기초 인문학 강좌, 요가, 브런치 만들기 등이 포함됐다. 교육대상자들은 전두환정권 삼청교육대를 빗대어 자신들의 교육장소를 ‘신천교육대’라 명명했다.

    해당 논문에서 ‘신천교육대’를 다녀온 기자의 심층 인터뷰에는 "진짜 허접한 그런 강의를 들으러 신천까지 안 좋은 몸을 이끌고...(중략)그해 겨울에 또 엄청 추웠는데 와 보면 이런 강의 듣고 있으면 되게 한심스럽기도 하고 눈물 나기도 하고 그런 감정 소모가 되게 힘들었지"라며 괴로웠던 심경이 드러난다.

    2012년 당시 부국장급 간부로서 파업에 참여했던 최일구 뉴스데스크 앵커 역시 '신천교육대'을 면치 못했다. 당시 교육발령 기간 동안 외부 특강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는 그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더 이상의 모멸감을 견디기가 힘들어 그는 결국 퇴사했다.

    교육 발령이 끝나고 난 뒤에는 비제작부서로 보내졌다.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미래방송연구소, 매체전략국, 광고국, 마케팅·심의 부서,신사업개발센터 등 취재·보도 인력들이 자신의 본업과는 무관한 부서에 배치됐다. 부당전보 무효소송을 통해 복직을 하더라도 사측은 재차 대기발령을 내리거나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을 보내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게 한 것이다. 최근 개봉한 최승호 PD의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에는 스케이트장 관리를 맡게 된 이우환 PD가 눈을 쓸고 있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MBC 사측은 이 PD에 대한 부당전보 무효 가처분 판결이 났음에도 그를 제작부서로 배치하지 않았다.

  • CARD 6/

    기자 성향 분석한 살생부까지 등장했다

    MBC노조가 공개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MBC노조가 공개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제공 : 언론노조 MBC본부

    카메라 기자의 성향을 등급으로 나눈 ‘블랙리스트’까지 등장했다.

    MBC노조가 공개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 문서는 MBC가 2012년 파업 이후 얼마나 구성원들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왔는지 증명하고 있다.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는 MBC에 당시 재직 중이던 카메라기자 65명의 성향과 파업 가담 여부 등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한 문서로 지난 2013년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을 맡고 있던 시기다.

    ‘☆☆’등급은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고 향후 보도영상 구조 개선과 관련 합리적 개선안 관련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로 평가되었다.

    나머지 ‘○’등급은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는 높지만 기존 카메라기자 시스템 고수만을 내세우는 등 구체적 마인드를 갖지 못한 이들’, ‘△’등급은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X’등급은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로 철저하게 구분됐다.

    해당 문서에는 ‘보도국 이외로 방출’, ‘추후 계속 격리 필요’ 등 노골적인 표현들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렇게 나눈 등급은 카메라 기자들의 인사평가에도 영향을 미쳐 좋은 등급을 받을수록 보직 간부로 재직하거나 주요 출입처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CARD 7/

    ‘마봉춘’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자료사진
    자료사진ⓒ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5년 만에 총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에 24일 돌입했다. 김장겸 사장은 찬반 투표가 열리기 하루 전날 확대간부 회의에서 퇴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오히려 노조를 정부의 ‘홍위병’이라며 비난하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재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있는데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노조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여서 김 사장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또한 MBC내부에서는 각 부서 구성원들의 제작 거부 성명이 연일 이어지고 있고, 총파업 투표에 앞서 조합원 가입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는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가결될 경우 5년 만에 MBC는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MBC 뉴스를 떠났던 시청자들은 예전의 ‘마봉춘’을 기다리며 MBC 구성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 공영방송이 무너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은 개봉 8일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MBC·KBS의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의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매주 금요일 '돌아와라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오는 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작거부에 돌입한 MBC, KBS 구성원들이 직접 거리에서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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