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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제2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는 ‘꼬북칩’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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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편의점이나 슈퍼를 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스낵 코너를 꼼꼼히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편의점에서 찾는 것은 바로 ‘꼬북칩’이라는 과자다. 바삭한 식감과 콘소메 가루의 고소하고 달달한 맛은 그야말로 ‘취향저격’이다.

출시 초기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꼬북칩은 4개월 만에 1400만개가 팔리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편의점이나 마트 판매대에서 꼬북칩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제2의 ‘허니버터칩’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 1회 들어오는 물량이 하루도 안 돼 동이 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편의점에 문의한 결과 “오전에 물건이 들어오면 저녁이 채 되기도 전에 다 팔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얼마 뒤 날짜를 맞춰 찾은 편의점에서 그토록 찾았던 꼬북칩을 살 수 있었다. 평소 고소하고 달달한 것을 좋아했기에 콘소메 맛 꼬북칩은 작은 행복감을 느끼게 했다. 문득 ‘내가 그동안 먹어온 과자들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고, 몇 차례 통화를 거쳐 ‘꼬북칩’ 개발자인 신남선(41) 오리온연구소 개발4팀 부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리온 꼬북칩 광고에 출연한 가수 싸이
오리온 꼬북칩 광고에 출연한 가수 싸이ⓒYG

고작 과자하나?... “그만둘 각오로 만들었어요”

“그만둘 각오를 하고 만들었는데 정말 다행이죠. 투자금도 엄청 많았고... 사실 저도 엄청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어요.”

솔직히 성공한 개발자와의 대화였기에 화기애애한 이야기만 오갈 줄 알았다. 엄청난 발명품도 아니고, ‘고작 과자 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신 부장의 말에서 그가 수십수백 가지 제품들 사이에서 얼마나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꼬북칩’을 개발하는 데 8년이라는 시간이 들었고, 100억원의 엄청난 자금이 투입됐죠. 보통 신제품이 개발되는 시간이 2년 남짓인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 연구원이었던 그가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임했을 만큼 말이다. 특히 그가 겪었던 고충들은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이 정작 개발자에겐 큰 문제이고 고민인지 알 수 있었다.

“처음 우리 회사가 가진 기술로는 지금의 꼬북칩을 만들 수 없어요. 가볍고 바삭한 식감을 만들기 위해 해외 협력업체에서 테스트를 하기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죠. 정말 죽을 맛이었죠. 저뿐만 아니라 꼬북칩 개발에 관여했던 사람들 다 회사를 그만둘 각오로 만들었거든요.”

그가 꼬북칩을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바로 ‘4겹’이다. 소비자들이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부분일 수도 있지만 가벼우면서도 바삭하고, 입안에서 빠르게 녹는 식감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막상 원하는 성과를 거둬 생산을 시작하려는데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회사에서 많은 돈을 투자했고, 제품에 기대도 많았는데 막상 제품이 안 나오니 막막했죠. 많은 고민이 계속됐고 결국 회사에 추가 투자까지 요청했어요. 그때부터 출시까지 살얼음판이었죠.”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됐다. 그런데 그 결과가 좋지 않다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싫었다.

꼬북칩 개발자 신남선 개발팀 부장
꼬북칩 개발자 신남선 개발팀 부장ⓒ오리온 제공

출시되자마자 ‘빵’터진 꼬북칩
없어서 못 팔아... ‘제2의 허니버터칩’

“예정보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히도 생산에 성공했고, 제품을 론칭할 수 있었죠. 회사 내 평가도 좋았어요.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반응에도 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죠.”

제품을 만든 개발자에게 ‘재고가 부족하다’는 말만큼 기쁜 말이 있을까. 꼬북칩은 판매 시작 이후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각종 SNS에서는 꼬북칩에 대한 호평이 담긴 글들은 물론이고, 일부 소비자들은 꼬북칩을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처음엔 ‘성공했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꼬북칩 판매대에 ‘품절’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들을 보고 나서야 진짜 실감이 났죠. 완판 행진이 계속되고 회사에선 재고가 부족하다고 난리였어요.”

2000년 오리온 연구소에 입사한 그는 사실 그동안 우리가 먹어온 스낵 중 상당수를 개발한 베테랑 개발자다. 그가 개발한 제품은 오감자를 비롯해 치킨팝, 닥터유 라이스칩 등 수십여개에 달한다.

“꼬북칩을 만들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그 못지않게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오감자라는 제품을 개발할 당시 이태리에서 반제품을 수입하던 것을 한국, 중국, 러시아에 론칭 했는데, 기술력이 부족해서 해외 기술자들에게 모르는 부분을 배워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죠. 제품 출시 직전까지 제품이 안 나오다가 간신히 문제점을 해결해 론칭했었죠.”

보통 사람들은 죽기 직전 생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꼬북칩이 출시될 당시 신 부장 역시 그랬지 않을까 싶다. 계획대로 제품만 나온다면 성공할 자신이 있었던 그였지만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개발 중인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신남선 부장
개발 중인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신남선 부장ⓒ오리온 제공

타고난 개발자?... “혀가 마비될 만큼 과자 먹었다”

수많은 제품을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맛의 달인’, ‘타고난 개발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가 오리온 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된 과정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내 적성에 맞는 걸 알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하기 싫은 걸 제외하고 남은 것 중 취업률이 좋다는 걸 선택했죠. 그게 바로 식품공학과였어요. 취업도 전공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었죠. 하지만 제가 취업을 하던 2000년도는 IMF 직후라 취업이 쉽지 않았고 처음 면접을 본 두 곳의 회사 중 먼저 합격자 발표가 난 회사에 입사하게 됐어요. 그게 바로 오리온이었죠.”

그랬기 때문일까. 과자를 개발하는 식품연구원으로서 그의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양한 제품들을 맛보고, 비교해야 하는 그에게는 예민한 후각과 미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식품연구원들은 다양한 제품 맛을 보는 ‘관능평가’가 있지만 이조차도 그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민한 미각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저는 정말 혀가 마비될 만큼 많은 과자들을 먹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의 자질을 의심했었죠. 그런 노력들이 반복되니 저도 모르게 차츰 혀가 예민해지더라고요. 후천적인 노력으로 이룩한 결과였죠.”

누가 뭐래도 이제 그는 성공한 개발자다. 업계 생리상 20억원 이상 팔리면 히트 상품으로 불린다. 그런데 꼬북칩은 불과 4개월 만에 20억원을 넘어섰다. 실제 오리온은 꼬북칩을 중국에서 한해 2,000억원 이상 판매되는 초코파이나 오감자의 대를 이을 히트제품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제품들이 몇 년 지나지 않아 매출이 급감하는 사례가 많았죠. 하지만 전 지금에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디어가 생기면 즉각 실행에 옮기는 활동을 계속할 겁니다.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제품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죠.”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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