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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인디 신 10년을 지킨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음반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음반ⓒ@일렉트릭 뮤즈

인디 신의 역사를 이야기 하는 몇 가지 방법. 히트곡의 역사로 이야기 하거나 뮤지션으로 이야기 하기. 가령 ‘말 달리자’와 ‘차우차우’로 시작해서 ‘공항가는 길’, ‘사막’, ‘스무살’에 이어, ‘싸구려 커피’까지 쓰는 방법. 그리고 각 곡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방법. 그런데 신은 뮤지션과 노래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공간이 있어야 하고, 제작의 주체가 있어야 한다. 인디 신의 공간이라면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라이브 클럽과 카페, 대중음악 페스티벌과 온라인 플랫폼들.

그렇다면 제작의 주체는 누구일까? 음악을 만드는 이는 뮤지션이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드는 주체가 반드시 뮤지션은 아니다.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 인디 신의 경우는 레이블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인디 신의 역사는 레이블의 역사이기도 하다. 강아지문화예술, 드럭, 인디, 카바레 같은 초기 인디 레이블에 이어 지금 활동 중인 붕가붕가, 파스텔뮤직, 해피로봇 같은 레이블이 인디 신의 역사를 함께 쓰고 있다. 레이블은 레이블마다의 정체성과 지향을 가지고 뮤지션과 계약해 음반을 만들고 유통하고 마케팅 한다. 레이블은 하나의 공동체이다. 단지 계약 관계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디 신의 레이블은 음악 취향, 장르, 정서, 태도 등을 공유하는 공동체로서 단지 음반을 만들고 배포하는 과정을 기계적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레이블은 음악 동료이자 멘토로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실무적인 일을 대신하면서 더 효과적인 활동방법을 찾아주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뮤지션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음반을 어떤 톤으로 만들 것인지, 녹음은 어디서 하고,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찍으며, 소셜미디어에서는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등등을 기획하는 역할이 모두 레이블의 몫이다. 물론 모든 레이블이 이 같은 역할을 잘 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요즘에는 뮤지션 스스로 이 일들을 해내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지금 대표적인 인디 뮤지션들은 대부분 레이블의 직간접적인 조력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일렉트릭 뮤즈이다.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기념 공연 포스터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기념 공연 포스터ⓒ@일렉트릭 뮤즈

일렉트릭 뮤즈는 2007년 밴드 플라스틱 피플의 리더 김민규가 창립한 레이블이다. 인디 신의 음악들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는 시점에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에서 문을 연 일렉트릭 뮤즈는 그러나 취향을 분명히 하는 레이블이었다. 밴드 플라스틱 피플, 다방밴드, 굴소년단, 아톰북, 비둘기우유, 스타리아이드, 오르겔탄츠 등으로 이어진 초기의 발매작들에는 포크, 록큰롤, 사이키델릭, 포스트록, 월드뮤직 등의 자장이 폭넓게 펼쳐져 있다. 일렉트릭 뮤즈의 음악은 당대의 트렌드보다는 30~40년을 거뜬히 거슬러 올라가는 대중음악의 역사 속에서 은밀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마이너한 정서와 자유로운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주류는 아닐지라도 대중음악의 일부분으로 현존하는 장르의 전통을 계승할 뿐만 아니라 현재 변화하는 어법을 섬세하게 담아낸 음악들이 쌓여가면서 일렉트릭 뮤즈는 인디 신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산실로 조용히 풍성해졌다. 그 사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레이블을 떠난 뮤지션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일렉트릭 뮤즈는 자신의 속도대로, 자신의 스타일대로 걸어갔다. 음악을 띄우기 위해 음악 외적인 시도를 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시장의 변화를 외면하지 않았다. 2010년부터 레이블 공연을 열기 시작했고, 소속 밴드인 비둘기우유가 해외 투어를 떠났으며, 2011년에는 카탈로그를 일본에 배포하게 되었다. 2012년에는 5주년 컴필레이션 음반을 내놓았다. 2012년에는 김목인이, 2013년에는 강아솔이 합류했다. 일렉트릭 뮤즈의 뮤지션들은 하나둘 네이버 온스테이지 촬영을 하고, EBS Space 공감에 출연했다. 뮤지션들의 페스티벌 참여와 해외 공연들도 조금씩 늘어갔다. 2014년부터는 A&R 담당자가 두 사람으로 늘었다. 2015년에는 빌리카터, 이아립, 이호석이 가세했다. 2017년에는 이호석, 홍갑, 빌리카터, bbdTRIO, 시크릿 아시안 맨까지 다섯 팀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기에 이르렀다. 10년만에 타이틀은 50여장에 육박했고, 작고 예쁜 공간에서 일렉트릭 뮤즈 소속 뮤지션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일도 흔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일렉트릭 뮤즈에서 밝힌대로 일렉트릭 뮤즈가 ‘인디’와 ‘로컬’에 무게중심을 두고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애정하는 음악가들과 함께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음반을 꾸준히 내놓았다는 점이다. 일렉트릭 뮤즈는 인디의 바깥을 꿈꾸지 않았다. 일렉트릭 뮤즈는 크게 알려지거나 히트하지 않더라도 다수가 되지 못한 이들의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음반들을 꾸준히 내놓는데 주력했다. 제작과 활동에서도 인디의 방식을 고수함과 동시에 새롭게 모색함으로써 일렉트릭 뮤즈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모델이 되었다. 인디 신의 음악이 지닌 매력을 극대화해 히트하고 성장하는 레이블들의 한 켠에서 일렉트릭 뮤즈는 인디 신이 아니면 만들지 않고 만들 수 없는 음악을 계속 내놓으면서 무너지지 않았다. 묵묵히 다른 음악, 오래된 음악, 좋은 음악의 가치를 지켰고, 일렉트릭 뮤즈의 음악에 이를 수밖에 없는 길을 곳곳에 만들어냈다. 오래 인디 신을 지킨 레이블들이 주춤하고 활동을 멈추었을 때에도 일렉트릭 뮤즈는 묵묵히 ‘히트 없이 운영이 가능한 모델’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음악인을 존중하고, 음악을 존중하고, 취향을 존중하고, 인디와 로컬을 존중하면서 무리하거나 가치를 버리지 않고 제 나름의 가치와 방식을 음악과 활동으로 개척해낸 결과이다. 그 결과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다양성을 지켜냈으며, 인디 신이 인디 신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기념 전시 기획 프로젝트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기념 전시 기획 프로젝트ⓒ@일렉트릭 뮤즈

이렇게 10년을 자신의 시간으로 쌓아올린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은 10주년 기념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9월 5일 화요일부터 10일 일요일까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탈영역우정국에서 ‘음악가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린다. 일렉트릭 뮤즈의 지향과 역할을 대변하는 ‘음악가의 집’이라는 타이틀 아래 열리는 전시에서는 12팀의 소속 뮤지션과 작가가 콜라보레이션한 아트워크 포스터를 만날 수 있다. 일렉트릭 뮤즈의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고, 그간 내놓은 음반들을 들어볼 수도 있다. 배지와 에코백, 포스터를 비롯한 머천다이징 상품과 음반도 판매한다. 전시회 기간에는 매일 소속 뮤지션들이 돌아가며 상주하고, 저녁 8시에는 공연을 펼친다. 2층에서는 음악가의 방을 기웃거릴 수도 있다. 9월 16일 토요일에는 소속 뮤지션 11팀이 참여하는 공연이 아트스페이스 에무에서 열린다.

가장 인상적인 기념 프로그램은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강아솔, 김목인,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 이아립 등 12팀이 12곡의 신곡을 카세트테이프 한정반에 담았다. 각 뮤지션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옮겨진 기념 음반은 이전의 음반들이 그러했듯 음악으로 일렉트릭 뮤즈의 가치와 의미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서로 다른 장르의 지도 위에서 여유로운 음악들이 한 채의 집으로 어울렸다. 다른 음악이 다르게 존재함으로써 그 안에서 거닐고 머물 수 있다. 역사와 흐름과 음악가의 마음이 담겨진 음악은 소중한데, 그 소중함이 과장 없이 담겨 있어 음악은 온전히 음악답다. 다행이다. 이런 음악가들이 있어서, 이런 음악가들이 기댈 수 있는 집이 있어서. 그 집이 10년이나 되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떠나간 예술가들을 그리워하는만큼 지금의 예술가와 좋은 제작자들을 주목하고 응원하는 일이 아닐지. 어떤 예술가도 한 번에 자신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았고, 거장의 가치는 늘 뒤늦게 인정되니까.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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