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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넘쳐나는 화학물질과 농약 안전성에 대한 신화
2년 동안 GMO 옥수수를 먹은 실험용 쥐가 복부 부위에 암이 생겼다. (자료사진)
2년 동안 GMO 옥수수를 먹은 실험용 쥐가 복부 부위에 암이 생겼다. (자료사진)ⓒ민중의소리

최근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살충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식약처는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준치 이하라서 수백 개를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지만,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단기 독성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장기적 섭취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서로 다른 듯한 두 주장에 혼란스러운 소비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안전하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농약 살충제뿐만 아니라 우리는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살고 있습니다. 최근 ‘바디버든(body burden)’ 즉, 체내 축적된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방송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전 세계인 누구나 지방조직에는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 수백 종 이상의 유해화학물질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원하지 않아도 노출되고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 중에는 우리 몸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습니다. 최근 사망에 까지 이르게 한 가습기살균제 사고에서부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리대에 사용된 화학물질까지, 문제를 들여다보면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인데 어떻게 버젓이 사용이 승인되었을까?”

농약이나 첨가물같은 식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에는 1일 섭취허용기준(ADI = Acceptable daily intake)이 있습니다. 이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략하게 보면, 몇 가지 종류의 실험 동물군을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다양한 수준의 농도로 화학물질들을 장기간 급여하면서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관찰, 검사합니다. 그 결과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집단의 화학물질 최대치를 최대무작용량(NOEL=No observed effect level)이라고 하는데, 그것에 안전계수를 약 1/100정도로 하여 사람의 1일 허용량 기준(ADI)을 만듭니다. 거기에 한국인의 평균적인 음식 섭취 통계에 근거하여 음식마다 노출에 기여하는 정도, 작물에 농약이 사용되고 잔류되는 정도를 평가하여 식품마다의 잔류허용 기준치를 설정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일견 과학적으로 설계된 안전성 검증의 절차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이 안전성을 담보하는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실험하는 여러 동물들과 생리적 기능이 매우 다를 수 있고 뇌신경계도 매우 발달한 편이기 때문에 1/100이라는 ‘안전계수’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쥐나 토끼에게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의 1/100에 불과하더라도 사람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안전계수’의 개념 자체가 어떤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 개념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라, 행정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농약의 안전성 문제로 지적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농약이 환경호르몬(내분비계장애물질)으로 작용하는지 여부입니다. 현행 농약성분의 안전성 검사는 만성독성을 평가하더라도 그것이 환경호르몬으로서 작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잘 평가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약들이 환경단체나 각국의 환경처로부터 환경호르몬 물질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일부농약은 최근에도 계란에서 발견되어 문제가 된 DDT처럼 수십 년간 토양에서 분해되지 않고 잔류하는 독성이 강하기도 합니다. 유기염소계 농약과 같은 난분해성의 고독성 농약들은 현재 대부분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유기인계 농약같은 다른 형태의 농약들은 여전히 승인되어 있습니다.
(* 농약의 안전성과 관련된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은 존 험프리스의 ‘위험한 식탁’이나 마리-모니크 로뱅의 ‘죽음의 식탁’, 산드라 스타인그래버의 ‘모성혁명’ 등의 책을 참고해 볼 것을 권합니다.)

승인이 취소된 농약들은 책임당국의 지속적인 과학적 안전성 평가와 관리를 통해 새로운 문제가 확인되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농약과 관련된 돌이킬 수 없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야생동물과 인체에 독성이 나타나는 사건 사고들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출간 이후, 농약의 장기적 노출에 따른 독성과 발암성에 대한 안전기준을 만들자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났고, 테오 콜본의 ‘도둑맞은 미래’ 같은 책을 통해 보고된 환경호르몬이 야생동물과 인체에 미친 심각한 사례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기 때문에 농약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사건 사고를 통해 사용이 금지되기 전까지 그러한 화학물질들은 안전하다는 평가에 근거하여 버젓이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부 화학물질의 오염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전 세대가 금지한 화학물질이 여전히 우리 몸에 바디버든으로 축적되고 있으며, 우리의 자손들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분해되지 않습니다.

또한 많은 농약들이 유기염소계 농약처럼 긴 잔류성을 갖지 않더라도 우리의 뇌나 신경에 ‘신경독성’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독성 역시 안전성 검사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GMO농작물에 뿌려지는 강한 유기인계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는 신경독성을 가진 강력한 농약입니다. 항공기를 통해 이러한 농약을 대량으로 뿌려대는 미국이나 중남미, 인도의 대단위 농장들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지적능력,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일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과거 영국의 의사회는 이러한 유기인계 농약의 사용이 아이들 ADHD(과잉행동집중력장애) 증상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입장을 주장한 적도 있었습니다.

화성시 양계농장에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검사요원이 유해물질 검사를 위해 달걀을 수거하고 있다.
화성시 양계농장에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검사요원이 유해물질 검사를 위해 달걀을 수거하고 있다.ⓒ뉴시스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지 여부나 신경독성 같은 문제는 화학물질이 가진 다양한 독성 중에 한 면일 뿐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화학물질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현재의 과학적 검증 수준으로는 충분히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수만 가지의 화학물질이 새롭게 개발되고 제품으로서 생산됩니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의 안전성 검사는 주로 그것을 만들어낸 화학회사의 자체 시험 결과에 의존하며, 정부당국 역시 서류 검토하여 승인됩니다. 돈에 눈이 멀어 자체 시험 결과를 조작하거나, 문제를 알면서도 불리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문가라는 자들이 기업과 결탁하여 거짓에 동조하고 과학적 검증이란 포장을 씌우기도 합니다.

아마 피해자 가족의 문제제기와 소송이 아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하다 조용히 숨을 거두거나, 생리대의 화학물질로 인해 생식기계통의 질환으로 고통받아야 했을지 모릅니다. 그것은 빙산의 일부일 뿐, 많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물질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갖는 ‘사전예방’의 권리는 한 개인의 행복추구를 위한 인권적인 권리일 수 있습니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의 여파로 친환경 인증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최근엔 유명한 한 ‘맛 칼럼리스트’가 한국사회의 농업 실정에서 농약이나 비료의 사용은 불가피하며,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더 건강에 유익할 거라고 기대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관행 농산물이라고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것은 일견 현실적인 견해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농약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가 얼마나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인지 이해가 부족한 데에서 비롯된 발언이라고 생각됩니다.(우리 나라 단위면적당 농약 살포량은 세계에서도 수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약을 선택하는 대신 친환경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자 노력해온 수많은 농민들의 진심어린 노력과, 가족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보다 많은 지출을 감수하고 있는 수많은 가정들의 고민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제인 구달의 견해처럼, 친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노력이야말로 우리의 땅은 안전하게 바꾸어가는 사회적 원동력입니다.

실상을 제대로 안다면 친환경에 대한 선택은 뭘 몰라서 하는, 바보 같은 선택이 아닙니다. 친환경 매장이나 생협을 통해 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행위는 ‘사전 예방적’ 관점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태도는 전혀 비과학적인 신념이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자하는 고유한 권리 행사로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현재 제도적 한계로 인해 친환경 인증 제도가 비난받고 있지만, 친환경 인증의 제도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더욱 보완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 여러분의 아이들도 나중에 커서 지금 여러분의 선택에 대해 고마워할 것입니다.

현승은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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