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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외로운 한국인, 해결법 내놓은 아프리카 청년 엠마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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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엠마누엘씨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엠마누엘씨ⓒ민중의소리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프리카 전통춤 예술가인 엠마누엘 사누(Emmanuel Sanou, 36)씨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고국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사람들을 환대하는 나라’라고 소개하면서,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정, 흥을 언급하면서 자신에게 음식을 퍼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서 고향을 느꼈다며 웃었다.

그는 ‘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살던 부르키나파소는 나라 전역으로 잔치가 많다. 그 잔치는 결혼식 등의 경사가 있을 때 열리며, 초대장이 없어도 모두를 환영한다.

잔치에서는 언제나 춤판이 열렸고, 이 춤판에는 전문 댄서들이 주최자의 초대를 받아 참여하는 일이 많다. 어린 엠마누엘씨는 거리를 거닐다가도 음악소리가 들리면 그 곳으로 달려가 춤을 췄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지난 2016년 열린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에서<br
지난 2016년 열린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에서ⓒ본인 제공

부르키나파소는 각각 언어, 전통춤, 문화 등이 다른 5~60여개의 민족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민족 간 분쟁이 거의 없다. 엠마누엘씨는 ‘보보’ 민족으로 이 민족의 춤인 ‘보보동’은 이미 그의 것이었다. 어릴 적 놀러 다니던 잔치에서 자연스럽게 각 민족들의 춤을 접한 그는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프로로서 활동하고 싶어 댄스센터에서 다양한 민족들의 춤을 섭렵했다.

그는 이후 현대무용에도 관심이 생겨, 프랑스 문화원(부르키나파소는 프랑스 식민지였다)에서 유럽, 아프리카의 안무가들로부터 현대무용뿐만 아니라 연극, 까포에라 등을 배웠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열린 페스티벌
부르키나파소에서 열린 페스티벌ⓒ본인 제공

그렇게 프로페셔널 댄서로서 활동하게 된 그는 프랑스, 포르투칼, 모나코 등 유럽 각국에서 현대무용과 아프리카 전통춤을 혼합한 창작 공연을 몇 개월씩 하고 돌아오곤 했다.

엠마누엘씨가 한국에 오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포천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에서 그가 속한 팀을 보러 왔고, 오디션을 통해 해당 박물관에서 일하게 됐다.

현재 한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이지만, 이 나라에서 좋은 일만 겪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첫 인상은 끔찍했다. (그는 ‘sick’이라고 표현했다.)

엠마누엘씨는 한국에 첫 발을 딛은 2012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약 2년 간 노동 착취와 인종 차별을 겪어야 했다. 그는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 노동자 착취사건’의 주인공이다.

사건은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일하던 엠마누엘씨의 아프리카 전통예술 공연단이 2014년 1월말 계약이 종료되면서 새 계약서를 요구하자, 박물관 측이 2월 돌연 재계약을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박물관 측의 재계약 거부로 일자리를 잃고, 체불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고향으로 쫓겨날 위기에 몰린 이들은 그간 받아온 노동착취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세간에 알리게 됐다. 당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박물관 이사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여파가 거세지기도 했다.

결국 엠마누엘씨가 속한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공연단과 짐바브웨 출신 조각가 등 12명이 2012년부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 650달러(짐바브웨)와 600달러(부르키나파소), 한화 60여만 원을 받으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잠자리와 먹을거리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던 것은 물론,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초과근무가 일상이었다.

엠마누엘씨는 “정상이 아니었다. ‘난 왜 행복할 수가 없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상황을 바꿀 힘이 없었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었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 상황이 계속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또 “지금 우리는 16세기가 아니라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왜 그런 짓을 계속 하는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사건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반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한국인 친구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함께 일하는 친구의 소개로 한국의 아프리카 아티스트 네트워크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된 그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당한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 털어놓게 된다.

애초 보보민족어와 프랑스어만을 사용했던 그는 당시까지는 영어에 서툴러 전달이 어려웠다. 그러나 친구들 중 프랑스어에 능통했고 로스쿨에 다녀 법에 해박한 친구가 엠마누엘씨가 겪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도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이후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상담소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면서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자신의 댄스 커뮤니티 '쿨레 칸' 활동 중인 엠마누엘씨
자신의 댄스 커뮤니티 '쿨레 칸' 활동 중인 엠마누엘씨ⓒ본인 제공

사건 이후 그는 한국에서 아프리카 음악, 춤 공연밴드 ‘쿨레 칸’을 운영하면서, 각종 공연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등 활발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물관 사건을 겪었던 당시 동료들은 문제가 해결된 이후 밀린 임금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또 앞서 한국 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일을 해왔던 엠마누엘씨이기에 이곳에서의 일을 훌훌 털고 다른 나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왜 굳이 한국에 남는 길을 선택했을까?

그는 이 모든 일을 겪은 후에도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면서 “모든 곳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들이 있고 이런 일은 한국이 아니라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살면서 겪지 않았던 일임은 분명하다”고 말해 그가 받은 상처의 깊이를 짐작케 했다.

2017 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서 엠마누엘씨가 진행한 아프리카 댄스 워크숍에 많은 이들이 참가했다.
2017 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서 엠마누엘씨가 진행한 아프리카 댄스 워크숍에 많은 이들이 참가했다.ⓒ본인 제공

한국 사람들에게 갖게 된 애정 어린 시선이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점차 각자가 혼자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한국 사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을 봤을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나이가 있으신 분은 그렇지 않은데 젊은 사람들일수록 그런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려운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좁히고, 사람들이 외롭게 남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그러면서 그는 아프리카 댄스가 가진 힘에 대해 설명했다. 엠마누엘씨는 “모든 춤에는 힘이 있다. 특히 아프리카 댄스는 사람들을 함께 하게 하고, 서로 존중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가졌다”면서 “실제로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춤을 추면서 누가 높고 낮은지, 부자고 가난한지 신경쓰지 않는다. 이 춤으로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고 100% 믿는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는 그의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알리고 싶은 욕망을 가지는 예술가적 기질이 발동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엠마누엘씨는 “예술가는 한 나라의 외교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천 박물관에서 한국어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아프리카의 이미지가 원시시대에 머무른 아주 옛날의 모습들이 전시돼있는 것을 봤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현재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들이 아닌 전쟁과 가난에 한정된 이미지만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는 실제로 부르키나파소 외교관도 없고, 제가 예술가로서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은 박물관 속에 박제된 그런 슬픈 삶이 아니라, 굉장히 활력이 있는 모습이다.”

그는 또 밴드 ‘쿨레 칸’에서 생겨난, 댄스 커뮤니티 ‘쿨레 칸 에스쁘와’도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엠마누엘씨가 진행하는 수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커뮤니티는 단순이 춤 뿐만 아니라, 연극과 음악 모든 예술 문화를 복합적으로 공부하며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엠마누엘씨는 또 하자작업장학교, 노들 발달장애인 센터 등에서 아프리카 댄스, 현대 무용 등을 주제로 교습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그가 직접 연출한 댄스공연이 열려 엠마누엘씨는 요즘 그 준비에 한창 매진중이다. 공연의 제목은 ‘무엇을 찾고 있어?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 – 데게베’로 그가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겪었던 일을 현대무용으로 창작했다. 재미있게도 단 세 음절의 단어인 부제 ‘데게베’는 부르키나파소어로 ‘무엇을 찾고 있어?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뜻을 가졌다.

엠마누엘씨는 준비하고 있는 공연에 대해 “저의 한국에서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라면서 “전 세계에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인간은 무엇이 좋고 나쁜지 가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사실 포천 박물관에서의 일을 다루지만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사실 많은 나라에서 반복돼온 일”이라며 “피부색, 계급과 같은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내가 누구든지 상대가 누구든지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무엇을 찾고 있어?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 – 데게베’는 11월 25, 26일 양일간 홍대 포스트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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