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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이하늘…이명박 정부 비판했던 연예인 모두 블랙리스트에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인사 퇴출 공작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했던 연예인들과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문화계 인사들이 블랙리스트에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었다. 특히 국정원이 10~30대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았던 연예인들을 대거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킨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가 젊은 층에게 확산되던 '반MB 정서'를 차단하는데 어느정도 총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공개한 문화계 명단 외에 연합뉴스가 12일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문화·예술인은 대부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문화계에서는 전날 국정원 개혁위가 발표한 이외수·조정래·진중권씨 외에 참여정부에서 배우 김명곤씨와 민중미술 화가 신학철씨, 탁현민 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총 6명이 포함돼 있었다.

배우 중에서는 발표된 문성근·명계남·김민선씨 외에도 권해효·문소리·이준기·유준상·김가연씨 등 8명이 이름을 올렸다. 방송인 중에서는 김미화·김구라·김제동씨 외에 노정렬·오종록·박미선·배칠수·황현희씨가 포함됐다. 가요계에서는 공개된 윤도현·신해철·김장훈씨 외에 안치환·윤민석·양희은·이하늘·이수씨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SNS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인물들이다. 이하늘씨는 지난 2008년 MBC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명랑히어로'에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쥐'는 이 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책 등을 비판했던 국민들이 그를 비하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일종의 별칭이다. 이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얼리버드(아침에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라고 한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잠이 덜깨서 비몽사몽 하느라 쇠고기 수입에 대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는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출연했던 이하늘씨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는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출연했던 이하늘씨ⓒMBC 캡쳐

방송인 김가연씨도 자신의 미니홈피에 "강대국의 외압에 굴해서 개방할 수 밖에 없다면 적어도 그에 대응한 자구책이나 대안들은 마련해야하는 게 대한민국 정부의 일이 아닌가"라며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으로서 받아야할 대우만 챙기지 말고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행하라"라고 질타했다.

배우 이준기씨는 경찰이 촛불집회를 강경진압하기 시작하자 자신의 미니홈피에 "국민을 섬기기는 싫은거지"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당시 이씨는 "강경진압, 강제연행 등은 역사 속에 익숙한 단어들"이라며 "큰 선거 때나 국민을 섬기네 마네 웃기지도 않는 거짓말로 눈시울 붉히기나 하지, 도대체 뭐하나 똑바로 하는 게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영화감독은 총 52명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국정원은 전날 보도자료에서 이창동·박찬욱·봉준호씨의 이름만 공개했는데, 이들 외에도 김조광수·류승완·변영주·장준환씨 등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다수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던 영화감독들이다. 박근혜 정부 때 강제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무상급식 등 진보적인 정책을 발굴하는 등 한국 사회 변화에 앞장서왔던 정당이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때에도 강기갑·이정희 등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는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했었다.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한 영화감독 등은 박찬욱, 김동원씨 외에도 양윤모·김경형·정윤철·오지혜·변영주·윤인호·박진표·김대승·김지운·권칠인·권병길·황철민·공미연·김태용 류승완·신동일·이윤빈·조성봉·최진성·최태규·김조광수·김동현·김선화·김태완·김화범·남태우·맹수진·민병훈·박광수·손영득·송덕호·안현주·유창서·원승환·이지연·이지형·이송희일·이찬현·장현희·장형윤·조영각·최송길·최유진·최은정·함주리씨 등이다.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린 방송인, 실제 퇴출까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넘어 퇴출까지 실행시키는 등 집요하게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관리했다. 실행기구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팀장을 맡은 '좌파연예인 대응 TF'였는데, 회의 등 관련 자료에는 이들이 2009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2년 가까이 진행한 퇴출 활동 20여건이 등장한다.

공개된 경우만 보면 '2010년 4월:○○○ 출연 엠비시 환상의 짝꿍 폐지 유도'와 관련된 방송인은 김제동씨다. 김씨는 당시 '환상의 짝꿍', '스타골든벨' 등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했는데,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아 '외압'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도 문화예술인 퇴출에 깊이 관여했다. 2009년 9월과 2010년 4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명의의 '좌파성향 감독들의 이념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 종합 및 좌편향 방송피디 주요 제작활동 실태',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방안' 등의 문서들이 나왔다. 2010년 작성된 '문화예술단체 내 좌파인사 현황, 제어 관리방안 보고(기획관리비서관 요청)'에는,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연예인을 적극가담과 단순 동조자로 나눈 뒤, 전자의 경우 '실질적 제재 조치', 후자의 경우 '계도 조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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