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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민주적 ‘국정원 블랙리스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책임 없나

소문만 무성했던 이명박 정부의 ‘연예인 블랙리스트’는 사실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청와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하거나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문화예술계 인사를 ‘좌파’로 분류해 프로그램 배제, 퇴출 등 전방위적 압박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별도로 이명박 정부도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와 언론 보도에 의해 밝혀진 명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상당수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5개 분야 82명이나 되는 규모다. 상당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SNS나 방송 등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인물들이다. 영화감독은 모두 52명이 포함됐는데, 2006년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해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의 과거 이력까지 샅샅이 뒤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실행은 국정원이 했지만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깊이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퇴출시키려는 국정원의 이러한 공작은 ‘VIP(대통령) 일일보고’ 형태로 청와대에 보고됐다.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나 민정수석 명의로 작성된 문서들도 나왔다. 특히 2010년 10월에 기획관리비서관에 보고된 문서에는, 당시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한 연예인을 ‘적극 가담’과 ‘단순 동조자’로 나눈 뒤 전자는 ‘실질적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후자는 ‘계도 조치’했다는 대목마저 나왔다. 이 ‘조치’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분명하다.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국정원의 행위는 국가와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드는 파렴치한 범죄 행위다. 국정원 개혁위도 국정원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고 검찰도 수사 의지를 밝힌만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일사불란함 움직임은 대통령의 지시가 없다면 상상하기 어렵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했던 관계자들에 대한 단죄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기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책임도 물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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