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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남 칼럼] ‘비리 설립자’가 학교 주인이라고? : 사학분쟁조정위의 정치학
2005년 12월 14일 사립학교법 무효 장외투쟁 이틀째를 맞아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앞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들과 ‘전교조로 부터 우리아이 지키기 운동’ 집회를 열고 “사학법 무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5년 12월 14일 사립학교법 무효 장외투쟁 이틀째를 맞아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앞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들과 ‘전교조로 부터 우리아이 지키기 운동’ 집회를 열고 “사학법 무효”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사립학교법은 2007년 7월 일부개정을 통하여 임시이사의 선임과 해임, 그리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등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소속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에서는 ‘사분위’라고 함)를 두도록 하였다. 특히 사분위의 심의 내지 재심의 결과는 관할청을 기속한다. 사분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파격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등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경우, 그리고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판단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 가운데 하나로 이해되었지만 정치적·법적 한계를 이미 안고 있었다. 우선 사분위는 2007년 당시 천막당사를 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장외투쟁을 하던 한나라당이 얻은 여러 전리품 중 하나였다.

한나라당 장외투쟁의 전리품, ‘사분위’

무엇보다도 사분위는 그 명칭을 갖고 마술을 부렸다. 사분위 스스로 분규사학을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 기구설치의 배경과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그 역할을 사학분쟁의 공정한 조정자인 실질적 의미의 사법기관 정도로 오해하도록 유도하였다. 학교법인을 정상화한다고 할 경우 ‘분쟁’은 사실적이든 법률적이든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분위에는 그 조정 권한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만약 필요하다면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임직원과 이해관계인 등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수는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사분위가 신중하고 공정하게 심의하기 위함이지 마치 대체적 분쟁해결기관처럼 분쟁당사자들의 합의나 양보를 전제로 타협적인 이익을 조정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그 결과 사학분쟁을 ‘조정’한다는 정치적 명분 아래 학교법인의 설립자나 종전이사들에게 정이사의 후보추천을 보장하는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시간은 언제나 학교법인 설립자나 종전이사 편이 되었다. 지난 10년이 그랬다.

이렇게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추천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사학비리를 완벽하게 세탁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가공된 법적 고리가 이른바 ‘(학교법인)정상화심의원칙’이다. ‘합의 또는 합의에 준하는 이해관계자(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종전이사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그 합의대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종전이사로 하여금 과반의 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종전이사는 사학비리 등을 이유로써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하기 직전의 이사들로서 비리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사를 말하는데, 사실상 구 재단의 복귀를 정당화하는 주문(呪文)이 되었다. 이들에게 이사회의 과반을 보장하는 이유를 ‘지배구조의 큰 틀을 변경시키지 않는’ 다는 정상화심의원칙에서의 명시적 언어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학교법인의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인적 연결로써 확보되는 지배구조라는 그 진부한 틀에서 ‘정상화’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상지학원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한 행위의 효력을 부인한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 특히 양승태 대법관의 보충의견에서 비롯되었다. 그에 의하면 국가권력이 파견한 임시이사에 의해 이사회의 조직이 전면 개편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국가가 간접적인 방법으로 사학을 접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사학의 자율성은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은 무너지게 된다며 이런 결과는 결국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에 관한 침해로서 허용되어서는 안 되므로 종전이사들에게 과반의 정이사를 추천토록 하여야 한다는 식이다. 돌이켜보면 상지학원 사건의 상고심은 임시이사의 행위를 다툴 소의 이익을 종전이사들에게도 인정해주고 임시이사의 권한을 새롭게 정립한 데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학의 자율성과 재산권을 빌미로 종전이사에게 학교법인의 운영권을 다시 보장해주는 논리로 이어졌는데, 이는 그 논리가 놀라운 유추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숨긴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사분위는 정상화심의원칙을 앞세워 지난 10년 동안 60개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주도하였는데, 대학은 28곳에 이른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이 가운데 상당수 대학이 여전히 사학분규를 앓고 있다. 사학분쟁을 조정한답시고 종전이사에게 과도한 정이사 추천권을 보장한 지난 10년 동안의 사분위를 보노라면 스스로 정한 학교법인의 정상화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가치였음은 물론, 오히려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하는 체제보다 후퇴하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사분위를 둘러싼 지난 10년의 교육왜곡은 사학의 자율성을 빌미로 형성된 주문, 즉 사학에 주인이 있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교육정치적 폭거나 다름 아니다.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양지웅 기자

‘정상화’ 학교마다 이어지는 사학분쟁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사분위는 임시이사의 선임과 해임을 위한 심의기구로서의 지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학교법인의 정상화 여부는 사분위의 심의를 거쳐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에게 맡기면 된다.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고 판시한 2007년 상지학원 사건의 상고심은 이제 유지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상화심의원칙의 법적 기초로 작용하던 2007년 상지학원 사건의 상고심을 완전하게 뒤집은 2013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2014년 대법원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의 영속성도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이사의 인적 연속성보다는 정관에 의하여 보장되고, 설립 목적을 구현하는 이사의 지위 역시 인적 연속성보다는 객관화된 설립목적인 정관에 기속’된다. 더욱이 ‘설립자는 학교법인이 설립됨으로써 그리고 종전이사는 퇴임함으로써 각각 학교운영의 주체인 학교법인과 더 이상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지속되지 않게 된다 할 것이므로 설립자나 종전이사가 사립학교 운영에 대하여 가지는 재산적 이해관계는 법률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학교법인의 정체성은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이사 선임의 순결주의가 아니라 정관의 설립목적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달린 것이므로 이사가 누구로부터 선임되는지는 본질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임시이사의 교육적 판단에 학교법인의 정상화 여부를 맡겨도 충분하다고 본다. 학교법인을 정상화하는 정신은 과거와 현재의 타협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토대를 둔 미래를 꿈꾸는 데 있다. 물론 이러한 정신에 기초할 때 비로소 사립학교의 자주성이 확보되고 공공성이 앙양될 것이다. 최근 혁신적 정상화심의원칙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을 충분히 반영하는 입법이 최소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든 아니면 국가나 사회의 공적 개입에 크게 의존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사립학교에서 강하게 주장하든 대학의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존재론적으로 구축되어 실천되지 않는다면 대학과 고등교육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사학의 모든 문제는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입장이나 정파 내지 그 합리성 여부를 떠나 대학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구축되고 운영되는지의 여부로 환원된다. 따라서 학교법인이나 이사의 구성과 권한과 관련하여 설립자 또는 상당한 재산의 출연을 감내한 기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지배구조가 아니라 학교 안팎의 교육주체 등을 중심으로 재구조화된 이사회 내지 대학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이사회가 임시이사로 구성되든 아니면 임시이사가 선임한 정이사로 구성되든 국민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할 학교 자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교육의 목적을 구현할 것이다.

고영남 인제대 교수, 김해교육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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