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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기본소득과 주당 15시간 노동은 꿈이 아닌 현실
책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책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기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주장들이 나올 때면 항상 “그게 가능해”, “너무 비현실적이야” 등등 많은 벽에 부딪힌다. 더구나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이 몰락한 이후부턴 사회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는 좌파들과 사회주의자들조차 ‘실현 가능성’을 비롯한 여러 현실적인 벽을 의식한 때문인지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적 주장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던 이상적으로만 보안 세상이 지금은 현실이 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중세나 근대 이전의 시각으로보면 이미 유토피아다.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출간한 책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원제:Utopia for Realists)’은 어째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는데도 점점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어째서 빈곤을 완전히 퇴치하고도 남을 만큼 풍족한데도 수백만 명이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는지, 과거 사람들이 그토록 꿈꾸던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헤쳤다.

저자는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실시한 일련의 실험, 캐나다의 한 도시에서 가난을 완전히 근절시킨 일,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했던 리처드 닉슨 이야기 등 여러 사례를 접목해 기본소득과 근무시간 축소, 빈곤 퇴치에 관한 유토피아적 사고를 피력하고, 인간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로봇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강력한 해법을 제시한다. 노예제도의 종말에서부터 민주주의의 시작까지, 모든 이정표는 한때 유토피아적 판타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보편적 기본소득과 주당 15시간 노동, 국경 없는 세계 같은 새로운 관념들은 우리의 삶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유토피아가 없다면 우리는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현재가 엉망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가 원해야 하는 것은 완성된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상과 희망이 살아 있고 꿈틀거리는 세상이다’”라고 말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정치적 이상으로
복귀시켜야 함을 지적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더욱 유연한 정년 제도를 발달시키고,
남성의 육아휴직과 보육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의 질문을 하나하나 파고들어보자. 대공황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30년 여름,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재앙의 벼랑 끝에 서 있던 도시 마드리드에서 과감하게도 직관에 거스르는 예측을 발표했다. 2030년이면 인류가 최대 과제, 즉 무한한 여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리라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파멸을 초래하는 실수”(예를 들어 경제 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긴축 재정을 펼치는 등)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한 세기 안에 서구의 생활수준은 최소한 1930년대의 네 배로 높아지리라 예측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2030년이면 우리는 주당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상당한 양의 여가를 누리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가족, 공동체 생활, 레크리에이션처럼 자신에게 중요한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생긴다. 주당 근로시간이 짧은 국가에 자원봉사자와 사회자본이 많은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주당 근로시간을 20시간이나 30시간으로 갑자기 줄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정치적 이상으로 복귀시켜야 함을 지적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더욱 유연한 정년 제도를 발달시키고, 남성의 육아휴직과 보육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경제학자 맷 브뤼니흐는 불과 1,750억 달러면
미국에서 가난을 근절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 금액은 미국이 소비하는 군사비의 약 4분의 1이다.

기본소득과 관련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많은 과거의 주장들이 현실론이란 벽에 부딛혔듯이 기본소득도 정부가 지불할 수 없으므로 헛되고, 수혜자들이 일을 그만둘 것이므로 위험하고, 결국 소수가 다수를 부양하려고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하므로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명료하게 말한다. “경제학자 맷 브뤼니흐는 불과 1,750억 달러면 미국에서 가난을 근절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 금액은 미국이 소비하는 군사비의 약 4분의 1이다. 하버드대학교가 실시한 연구에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인 전쟁에 자그마치 4~6조 달러를 썼다고 추산했다.” 저자는 이어 “기본소득이 부여하는 특권 중 하나는 빈곤층을 복지의 덫에서 해방시켜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를 잡아 유급 직업을 구하도록 격려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받을 뿐 아니라 유급 직업을 구하더라도 빼앗기거나 줄어들지 않으므로 빈곤층의 경제 상황은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통제와 굴욕이라는 사악한 괴물에게 빈곤층을 던지는 것은 오히려 복지제도이다. 관리들은 페이스북을 사용해 공공부조 수혜자를 주시하면서 지원금을 현명하게 쓰는지 감시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기본소득 개념에 급작스럽게 호응이 쏟아진 계기는 2016년 6월 5일 스위스에 실시된 국민투표였다. 물론 상당히 많은 사람이 반대해서 제안은 부결되었다. 하지만 1959년만 해도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유토피아적 제안에 반대한 남성이 훨씬 많았으나 1971년 다시 투표를 실시했을 때는 대부분의 남성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본소득 운동을 촉발시켜 미스터 기본소득이라 불리는 저자는 “스위스 국민투표는 기본소득에 관한 토론의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국경 없는 세상을 제안한다. 100년 전만 해도 세계는 개방되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스파이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람은 국내에 가둘 목적으로 국경이 봉쇄된 사실을 언급하며 국경을 개방했을 때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효과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제 유토피아적 사고로 돌아갈 때다.
우리에게는 새 북극성이 필요하고,
지도에 없는 머나먼 대륙인 유토피아를 포함한
새 세계지도가 필요하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에 담긴 주장들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등 바라는 세상을 하나의 ‘단어’와 ‘주의’로 가둬두지 않고 미래의 청사진을 하나하나 밝히며 방향을 고민해보는 매력도 상당하다. 우리를 가두는 벽에서 벗어나 미래를 꿈꾸고, 현실로 만들어 보자.

“이제 유토피아적 사고로 돌아갈 때다. 우리에게는 새 북극성이 필요하고, 지도에 없는 머나먼 대륙인 유토피아를 포함한 새 세계지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유토피아 광신자들이 신권정치나 5년 계획 등을 도구처럼 휘두르며 억지로 떠맡기는 엄격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열렬한 꿈에 우리를 종속시킬 뿐이다. 유토피아utopia는 ‘좋은 장소’와 ‘없는 장소’를 동시에 가리킨다. 이제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안적 관점이 필요하다. 이 관점은 복수이므로 서로 충돌하는 유토피아 개념들은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생명선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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