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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욱 칼럼] 꺼지지 않는 민중의 생명력과 사드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잔여발사대의 추가 배치를 위해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들이 사드기지(옛 롯데골프장)로 이동하고 있다.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잔여발사대의 추가 배치를 위해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들이 사드기지(옛 롯데골프장)로 이동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9월 7일 낮 12시 경이다. 그 전날부터 진입하여 주민과 연대자들을 강제진압한 대규모 경찰병력은 철수하고 난 뒤다. 골프장 쪽에 있는 경비교대병력을 실으러 버스 세 대가 소성리를 통과하려고 했다. 그런데 할매들이 길을 막아섰다. 한참을 막아서니, 할 수 없이 경찰도 차를 뒤로 물렸다. 잠시 후 골프장 쪽에 있던 병력이 마을 뒷길로 걸어서 빠져나갔다. 벼룩도 낯짝이 있는지, 또 한 번 강제진압으로 뚫고 지나가기는 양심이 꺼려졌던 모양이다.

그날 밤새도록 주민과 시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민낯을 고스란히 겪었다. 8천 명의 경찰은 400명의 시민들을 제압하고 사드를 들여보냈다. 9월 6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총 18시간 동안, 특히 0시부터 아침 9시까지, 아홉 시간 동안 경찰은 너무도 열심히 제 나라 시민들을 짓밟고 미국의 충견 노릇을 했다. 시민들은 밤새 배신감에 분노하고 울부짖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정권이 촛불시민을 철저히 짓밟는 이 지독한 모순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맨몸으로 열심히 싸웠으나 중과부적이었다. 밤새 그 어둠과 폭력을 겪었으니 우선 몸은 지쳤고 정신은 체념으로 늘어질 법도 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성주시민들이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성주시민들이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그런데 할매들은 곧바로 다시 일어선 것이다. 늘 하던 대로 마을입구 자경단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전에는 미군 차량과 미군만 통제했었는데 이제는 범위를 확대하여 경찰 출입도 통제했다. 경찰은 그날 진압과정에서 천막 일곱 동을 무너뜨렸다.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얽힌 천막골조는 경찰폭력의 잔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할매들은 망가진 천막골조들을 끌어 모아서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민중의 지혜가 번쩍이는 조치였다. 구겨진 천막골조는 경찰폭력의 상징이지만, 주민들은 그 골조를 바리케이드 삼음으로 경찰폭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나타냈다. 이 천막골조 바리케이드는 지금도 소성리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수구언론이 주야장천 깍아내리는 외부단체의 선동도 아니고 상황실의 결정도 아닌, 민중들의 즉자적인 행동이었다. 오히려 연대자들은 할매들의 선도에 힘입어 다시 정신을 차렸다. 패배감에 빠지지 않고 제 자리를 찾았다. 필자는 이 모든 진행과정을 보면서, 부활의 또 다른 의미를 새로 배웠다. 부활은 포기하지 않는 민중의 생존력임을 깨우쳤다.

물론 상처는 깊다. 그 날 이후 주민과 연대자들은 잠을 설친다. 혼자 있을 때는 눈물을 쏟는다. 수없이 복기하고, 막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경찰이 몰려오는 꿈을 꾼다. 한 할매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마을에 뭔 일이 일어났는가 싶어서 갔다 오기를 반복한다. 집회에서 누가 그 날의 악몽을 떠올리면 모두가 눈시울이 축축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가 못 볼꼴 보고 온갖 험한 일을 당했으니 여기서 투쟁을 접자고 하면, 역사에 민중이라는 말도 진즉에 사라졌을 것이다. 소성리에 모인 사람 중에 이미 사드는 들어갔으니 투쟁은 끝난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되레 방관자들이 사드 들어갔으니 보상 쪽으로 알아보자고 한다면서 강력 성토한다. 기필코 사드를 도로 물리고 승리하자는 결의로 충만하다. 우리가 똘똘 뭉치면 사드는 철수하게 돼 있다고 다짐한다. 역사는 발전하고 역사에 정의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민중이 끝내 다시 일어서서 역사에 남기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강제투입 후, 대국민메시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우려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며, 또 성지가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원불교의 희망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 지독한 형용모순은 누구의 발상인가? 대통령인가? 연설비서관인가? 취임 초 5.18이나 광복절 기념식에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던 표현력은 다 어디 가고 이런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는지. 사드배치 때문에 주민들은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고, 원불교는 성지에 사드 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인데, 사드를 그대로 두고 무슨 불편과 우려를 최소화하고, 성지 보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과거 정권의 권력자들이 전혀 실효성도 없고, 공감도 안 되는 말을 써 주는 대로 읽던 습성을 벌써 닮은 것인지, 씁쓸할뿐이다.

이런 말을 듣는 주민과 원불교 교도들은 대통령의 넓으신 배려의 말씀에 감읍할까. 우리가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고 사드 반대를 중단할까. 아마 대통령도 자신의 말이 하나도 쓸모없는 말인 줄 알 것이다.

성주 소성리 사드 반대 농성장 진압에 투입된 종교케어팀
성주 소성리 사드 반대 농성장 진압에 투입된 종교케어팀ⓒ뉴시스

특히 9월 7일 문재인 정권의 폭력이 심각한 것은 종교도 예외없이 짓밟은 일이다. 경찰은 ‘기독교 현장기도소’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왜 그랬을까? 도로가 막힌 경찰은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도로 위 천막들을 공격했다. 그 천막이 어떤 천막인지 알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기독교 기도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 뒤에 있는 가톨릭 천막 내부도 다 파괴하고 주둔지로 삼았다. 그 공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천막에 있는 성물과 개인 물품들을 짓밟아서 모조리 망가뜨렸다. 도로와 붙어 있는 원불교 평화교당 컨테이너도 무너뜨리고 싶었지만 천막이 아니어서 쉽게 부셔지지 않았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연좌한 시민들 중에는 원불교 여성교무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도 예외없이, 법복이 찢기고 벗겨져서 끌려 나갔다. 말하자면 종교를 밟고 넘어서 진압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그동안 무수한 분쟁현장을 경험했지만 경찰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종교를 무너뜨린 사례는 처음이다. 우리는 누가 큰 잘못을 하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하고 경을 친다. 정말, 문재인 정권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알기는 하는가?”라고.

소성리 뿐만 아니라 성주와 김천주민들, 그리고 전국에서 달려온 연대자들, 그리고 이들과 동고동락한 종교인들은 그 날 아비규환을 똑같이 겪었다. 똑같이 사지가 붙잡혀 들려나갔다. 제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제 나라 시민들을 누르고 미국의 푸들이 된 현실에 비통했다. 그러니 그날 밤새 격전을 치루면서, 시민들은 이후의 행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몸으로 결심했다. 기어이 사드를 물리고 소성리에 일상의 평화를 되돌리겠다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디딤돌이 되겠다고.

이 시민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문재인이 자랑으로 말하는 촛불정권을 세운 촛불시민들이다. 절대무능무통 권력자를 끌어내고 새 정권을 세운 기운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없다. 자신들의 촛불이 옳았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이 나라의 정의와 평화를 향해 더한층 몸을 던질 결의가 돼 있다.

성서는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마태 26:52)”라고 했다. 폭력을 쓰는 자는 그 폭력이 자신을 삼킬 것이라는 경고이다. 9월 7일, 이 정권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를 짓밟았을 뿐 아니라, 종교인들까지 밟고 넘어섰다. 어쩌려고 그러는지 심히 염려된다. 돌이키지 않으면 소망이 없다. 촛불시민은 이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 이 정권이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자는 탄핵당한 정치세력들뿐이다. 그 외에는 이 정권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치권력이 교체되거나 상황이 바뀌어서 관료들이 대책마련 하는 것을 보면, 저렇게 시원하게 할 것을 왜 그렇게 미루고 방치하고 시간을 끈 것인지, 하면서 감탄과 개탄을 동시에 할 때가 많다. 사드 문제 해법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이 정권이 너무도 잘 안다. 촛불시민들도 문재인 정권이 미국의 압력을 못 이겨서 그러는 줄 안다. 노동자들이 잘 쓰는 구호가 있다. “동지를 믿고 나를 믿고 힘차게 나가자“ 이 구호를 문재인 정권에게 돌린다. “촛불시민을 믿고 이 정권의 정통성을 믿고 자주의 나라로 힘차게 나가기”를 빌고 또 빈다.

백창욱 대구새민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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