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교실에서 세상으로] 친구와 잡담은 해도 혼자 자지 않는 학교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라는 곳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경험 또한 비슷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등교하면, 교문 앞에서 복장과 머리 모양을 지적당한다. 수업 시간에는 칠판만 바라보고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칠판에 쓰여 있는 내용에 대해 필기만 잘 하고, 조용히만 있으면 혼나지 않고 한 시간을 버틸 수 있다. 시험기간에는 교과서를 달달 외우거나 문제집을 몇 권 푼다면 성적 또한 나쁘지 않게 받을 수 있다. 교실 뒷자리에서 수업시간에 잠을 청하던 친구들도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면 군인이 군대를 제대하듯 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 떨던 기억도 있지만, 권위적인 교사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혼이 나거나 맞았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학교는 변해야 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변해야 할지에 대한 상상력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어른이 되어 몸담은 사회도 학교랑 별반 다르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상사에게 혼나기도 하고, 불평등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할 때도 있고, 경쟁에서 패배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사회에 나와서나 학교를 다닐 때나 똑같았던 것이다. 학교가 특별히 이상했던 곳이 아니라, 세상이 딱 그 수준이라서 학교도 딱 그 수준이었던 것이다. 조금 바꿔 말하면, 답답한 학교를 버티며 다녔던 경험이 답답한 세상을 꾸역꾸역 버티며 살게 한다.

혁신학교 아이들과 선생님
혁신학교 아이들과 선생님ⓒ김정애 선생님

교사 생활 10년. 학생들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외엔 학교생활에 별 의미를 찾지 못하던 차에 혁신학교에서 혁신교육을 펼쳐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정책을 펼친 지 2~3년쯤 지났을 때였다. 그 당시 혁신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곳 가운데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고 생각되는 학교가 몇 개. 그마저도 몇몇 교사들의 헌신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과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약간의 변화에 취해 내가 세상의 변화에 무관심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교차하면서 혁신학교에서 11년차 교직생활을 맞게 되었고, 그렇게 지금은 혁신학교에서 5년째 근무 중이다.

우리학교는 확실히 다른 학교와는 다른 점이 많다. 아침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등교맞이를 한다. 수요일에는 특별히 많은 선생님들이 나와서 하이파이브를 한다. 나오라고 하는 사람은 따로 없다. 하이파이브 교사동아리가 있을 뿐이다. 수업시간에는 모둠별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이 대부분이다. 자는 학생은 거의 없다.(잡담을 하는 학생들은 있다.) 학생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온 몸으로 표현한다. “다시 알려주세요. 얘(짝궁)가 잘 안 알려줘요.” 모르는 문제에 대해 서로 물어봤을 때 알려주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 반에서 5명의 학생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같은 학년 담임 5명은 한 명씩 데리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고 5명이 모여서 갈등을 어떻게 중재할지 회의를 한다. 교실에서는 매달 동그랗게 앉아서 회의를 한다. 서로 평등하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함이다. “학원의 영어선생님은 전체를 대상으로 한 번에 알려주는데요. 학교의 영어선생님은 한 명, 한 명에 맞게 따로 알려줘요.” 수업시간에 교사는 칠판 앞에 서있지 않고, 학생들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서로 다른 교과목의 교사들이 자신의 활동지를 가지고 와서 회의를 한다. “광물과 암석 단원을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암석 캐기를 했는데, 이 수업을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아이들이 더 수업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조언들이 튀어나온다.

이런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학교는 비단 우리학교 뿐만은 아니다. 무늬만 혁신학교들도 있지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잘해보려는 학교들은 곳곳에 있다. 그런데, 전체 학교로 전파되거나 큰 반향을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작은 변화를 넘어 공교육의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혁신학교 수업 모습
혁신학교 수업 모습ⓒ김정애 선생님

혁신학교의 한계는 무엇일까?

아직도 학교는 교장중심의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 교장은 ‘역할’을 수행한다기보다는 ‘지위’에 맞는 대우를 원한다. 교육활동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회의 자리에는 ‘윗사람’에게 보고를 안했다는 핀잔이 주를 이룬다. 학생과 대화하고 상담할 시간에 ‘보고문’, ‘협의록’ 등을 작성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교사는 안전하다. 교육청에서 하라고 해서 ‘교육대토론회’를 진행하지만, 거기서 나온 내용을 그대로 교육활동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교장이 ‘결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 학교에서 하는 수업도 좋고 다 좋은데요. 그래도 고등학교에 가면 입시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라고 학부모님들은 하소연한다. ‘혁신학교=공부 안 시키는 학교’라는 인식은 교사들이 창의적으로 교육 과정을 짜는데 발목을 잡는다. 입시, 경쟁에서 승리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에서 어쩌면 혁신학교에서 말하는 “민주적 운영체제” “윤리적 생활공동체” “전문적 학습 공동체” “창의적 교육과정”은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로 들린다.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학교도 근본적으로 변하기가 어렵다. 학교에서 경쟁보다 공동체를 강조하려면, 진짜 사회에서도 경쟁보다는 공동체를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의 변화를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난 겨울 매주 촛불을 든 것이다. 이제 내 교실, 내 학교를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수업 모습
혁신학교 수업 모습ⓒ김정애 선생님

학교의 변화를 상상해본다. 학생들은 배움 그 자체를 소중히 여기며 서로의 배움을 돕는다. 교사들은 서로 협력하고 공동으로 수업을 준비한다. 학부모는 ‘내 아이’보다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교사들과 나눈다.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직접 교육활동을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해 가장 낮은 곳에서 고민하고 헌신할 사람을 교장으로 뽑는다.

사회의 변화를 또 상상해 본다. 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가 존중된다. 누구나 땀 흘려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요한 가치라고 모두 인식하고 있다.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정치적인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사상과 양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학교의 변화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상상력이 풍부해 질 수 밖에 없다. 학교의 변화는 변화를 갈망하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의 힘으로 진행할 때 가장 강력하다. 학교 시스템의 변화 없이 좋은 교장이 온다고 학교는 변하지 않는다. 구조에 대한 성찰 없이 대통령만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는다는 교훈은 학교를 넘어 사회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혁신학교에서 만들어 내는 작은 변화들을 모든 국민이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내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상상력을 교육하는 곳이 혁신학교였으면 좋겠다. 정의롭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공동체가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혁신학교였으면 좋겠다. 모든 학교가 이런 혁신 교육을 하는 곳이 되면 참 좋겠다.

김정애 일산중학교 교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