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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북한은 결코 유별난 나라가 아니다
책 ‘장마당과 선군정치:미지의 나라 북한이라는 신화에 도전한다’
책 ‘장마당과 선군정치:미지의 나라 북한이라는 신화에 도전한다’ⓒ기타

북한의 핵 보유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등에선 대북 무역제재를 가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끊임없이 핵·미사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왜 그런 것일까? 북한은 비이성적 국가이고, 체제이기 때문인 걸까? 이런 북한과 대화와 협상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동안 미국의 시각을 중심으로 보도해온 우리나라 언론의 시각을 통해보면 북한은 무모한 도발을 일삼을 뿐이고, 마치 합리적 이해와 해석이 불가능한 국가처럼 여겨지게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지금이야말로 북한의 핵무장에 깔린 심리는 무엇이며, 그런 정권의 움직임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미지의 나라’라고 치부되는 북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을 둘러싼 판에 박힌 인식을 걷어내고 사실에 기초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책 ‘장마당과 선군정치:미지의 나라 북한이라는 신화에 도전한다’의 저자 헤이즐 스미스는 온갖 신화와 오해로 덧씌워진 북한 사회를 25년간 철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 현지 체류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복원하려 했다.

이 책은 ‘북한 정권은 주민을 샅샅이 통제한다’, ‘북한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사고한다’, ‘북한 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등등 북한 사회에 대한 외부의 선입견에 맞서, 북한 역시 여느 나라처럼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방식으로 분석 가능한 나라임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1990년대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낳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에서 중요한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으며, 이런 변화는 정권에서 행하는 ‘위로부터의 군사통치’와 대비되는 민간 중심의 ‘아래로부터의 시장화’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2000년대 이후 현재 북한 사회를 이끄는 실질적인 동력은 북한 주민들에게 있다는 분석이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구체화된 핵개발의 역사는 햇수로 20년이 넘는다. 극도의 식량난과 경제난, 국제적 고립과 경제 제재를 겪으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계속됐다. 여기에는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조차 북한을 너무 모른다는 속사정이 있었다. 오랫동안 ‘북한 체제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다.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 사태로 북한 주민 1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를 인신매매하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인육을 먹는다는 등의 괴담이 퍼졌다. 최고지도부의 도덕적 일탈,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는 부도덕한 정책, 수용자를 대상으로 생화학 실험을 하는 정치범 수용소 같은 소문도 나왔다. 하지만 이 책은 북한을 ‘범죄국가’라고 주장하는 이런 가십들은 불확실한 기록과 추정에서 나왔고, 실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할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북한에서는 식량 원조를 받아 빈곤층으로부터 이를 빼돌려 엘리트층에게 흘려보낸다는 일설이 있다. 그러나 국제기구의 조사와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북한은 최악의 기근 동안에도 전체 식량 수요량의 80퍼센트를 계속 생산했으며, 군대는 1990년 2300만 인구 중 100만을 차지했는데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으로 군에 음식을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으로 공표되었기 때문에 ‘빼돌린’ 국제 원조 물품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된다는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 책은 “북한은 결코 유별나지 않다.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나라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현 상황을 “전 세계는 이른바 북한의 괴상함이라는 것에 여전히 매료되어 있다”라는 말로 일축한다. 저자는 북한의 특수성이나 보편성 어느 한쪽을 강조하며 심정적으로 이해하는 대신, 여느 나라를 분석하는 방식과 똑같이 북한을 사회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고 본다. 현대 북한에 관한, 아직 연구자들이 잘 활용하지 않은 ‘자료’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유엔 기구들을 비롯한 각종 통계자료와 헤이즐 스미스 자신이 1998년에서 2001년 사이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 업무를 맡아 2년간 북한에 체류하며 얻은 현장자료가 그 근거다.

이 책은 아울러 ‘시장화’라는 개념으로 북한의 변화를 해석한다. 옛 소련을 비롯해 사회주의권을 이루던 국가 대부분에는, 자원을 배분하는 정부의 공식 경로 이외에 자생적으로 암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을 이런 암시장이 보완했기에 정권은 암시장을 묵인하곤 했다. 북한에도 비공식 시장이 존재해왔지만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시장은 단지 부족한 것을 채우는 공간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 공간이 되었다. 저자의 분석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시장화는 경제 영역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군사와 복지, 심지어 북한의 핵무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핵과 미사일, 한반도의 전쟁 위협과 동북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 불안, 이로써 벌어지는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갈등의 중심에 북한이 있다. 하지만 북한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으로 치부하고,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에 그저 따라가기만 한다면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 있는 우리나라로선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정확하게 이해해야 해법이 나온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선 오해와 선입견을 지우고, 사실에 입각해서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한반도 위기를 말하면서 여당과 야당, 심지어 진보진영에서조차 안보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지 않은채 안보논리에만 매몰되면 현실을 제대로 볼수 없고, 오히려 위기를 키울 수밖에 없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북한이 고의적으로 주민을 굶겨 죽인다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 사정에 정통한 국제기구들의 조사 결과와 배치된다. 왜 북한에 관한 논의에서 흔히 사실확인보다 가치판단이 앞서는가. 헤이즐 스미스 교수는 북한을 안보논리로만 파악하는 인식론적 왜곡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런 편견을 조장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그 기원은 무엇인가. 이 책은 북한을 바라볼 때 예단을 피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균형 잡힌 시각이 필수적임을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책은 우리 머릿속에 오랫동안 ‘악마’로 자리잡아온 북한을 제대로 바라보게 도와준다. 도널드 P.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이 책은 ‘악마화’에 대한 해독제로서 강한 효력을 발휘한다. 북한을 그저 천덕꾸러기가 아닌,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나라로 바라보게끔 한다”고 말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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