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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로 위장해 탈퇴 공작 벌인 국정원
국정원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교조 탈퇴' 글
국정원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교조 탈퇴' 글ⓒ다음 캡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로 위장해 회원 탈퇴를 유도하는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MB 정부 때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청소년이 많이 참여한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배후로 전교조를 지목하고, 보수세력이 적대적인 종북공세를 펼친 바 있는데, 이번엔 국정원이 나서서 탈퇴 공작을 벌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2011년 5월 하순께 원세훈 당시 원장에게 '전교조 와해 특수공작' 계획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문서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에 제출했다. 원 전 원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아직도 전교조 등 종북좌파 단체들이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의 허울 뒤에 숨어 활발히 움직이므로, 국가의 중심에서 일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 해 주기 바람"(2009.6.19) 등 전교조에 대한 대처를 주문하는 지시를 수차례 한 바 있다.

심리전단은 보수 학부모 단체가 당시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단체 탈퇴를 종용하는 편지를 집단 발송한 것을 계기로 전교조 교사로 위장해 인터넷에 전교조의 반국가·반체제 문제를 폭로하는 '양심선언' 글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당시 보수 성향 단체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김순희 상임대표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전교조 탈퇴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단체는 박근혜 정부 때에도 전교조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쳤고,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된 뒤에는 합의를 비판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정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펼쳤었다.

지난 2014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좌익교육감, 전교조 정치편향수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회원들이 전교조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2014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좌익교육감, 전교조 정치편향수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회원들이 전교조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김 대표가 전교조 교사들에게 편지를 보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31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장인 아고라에는 '양심교사'라는 필명을 쓰는 이가 '이제 나는 전교조 교사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80년대 대학을 다니고 15년 동안 전교조 활동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김 대표가 보낸 편지를 받고 고심한 끝에 참교육과 거리가 멀어지고 이념 색채가 짙어진 전교조를 탈퇴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남겼다.

보수 성향 언론들을 중심으로 전교조 교사가 '양심선언'을 했다고 보도됐고, 보수 사이트에도 글이 퍼졌다. 유튜브에는 이 글을 가지고 만든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양심교사'는 이후 다음을 탈퇴했지만, 그가 쓴 글은 남겨져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 와해 공작'은 배우 문성근·김여진씨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심리전단 소속 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교조에게 편지를 보낸 단체의 간부와 심리전단 직원이 다수의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긴밀한 연락 관계를 유지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이 단체가 전교조 교사들에게 편지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3천만 원가량의 자금을 쓴 것과 관련해 국정원이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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