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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항소심 첫 공판, 특검‧삼성 또 다시 ‘안종범 수첩’ 공방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공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삼성과 특검 양측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현식) 심리로 12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삼성 측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전문법칙이 적용돼야 하므로 증거물인 서면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이에 대한 안 전 수석과 관계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가 인정됐다”며 증거로 삼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수첩에 기재된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간접사실로서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안종범 수첩은 두 사람 사이의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는 증거로 사용돼 이 부회장 등의 1심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삼성 측 이인재 변호사는 “안 전 수석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에 참여하지 않고 사후에 대통령에게 들은 말을 수첩에 적은 것”이라며 “이는 재진술서로 당시 대화 상황을 정확히 기재한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전문법칙이 적용돼 증거물인 서면이 될 수 없다”며 “만약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려면 대통령이 서명 날인한 게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안 전 수석이 사후에 보완한 부분도 있기에 원심이 수첩을 근거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눴다고 인정한 건 중대한 오류”라면서 “주술이 명시된 게 아니라 단어가 나열된 수준에 그친 수첩 내용은 안 전 수석 본인도 누구의 발언인지 특정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이 수첩의 증거 능력을 문제로 삼으면서, 수첩을 유죄 사실 인정의 근거로 삼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변호인이 말하는 전문증거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전문법칙의 적용을 오해한 것”이라며 곧바로 반박했다.

이어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여러 재판에서의 안 전 수석과 관계자들의 진술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사실관계가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수첩은 진술서에 해당하는데 진술서는 작성자 또는 진술자 자필이거나 서명, 날인이 있는 것으로 진정이 성립되면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며 “수첩은 안 전 수석의 자필이고 법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했기에 진술서로서도 증거 능력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수첩 기재 내용이 대통령에게서 들은 이 부회장과의 대화 내용이라 진술증거로 쓰일 때 전문법칙이 적용될 수 있지만 진술증거로 쓰인다고 해서 모두 전문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법원 판례도 간접사실을 증명할 때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결론적으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현존 자체가 증거가 된거고 이와 함께 안 전 수석의 법정 증언과 다수의 객관적 증거가 결합해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된 것”이라며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간접사실로 활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날 미르와 K스포츠재단 지원과 삼성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도 1심에 이어 주요 쟁점이 됐다.

양측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묵시적 청탁’과 인정하지 않은 ‘명시적 청탁’에 대해서도 열띤 공방을 펼쳤다.

특검팀은 “삼성물산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은 대통령 말씀자료와 안종범 수첩에 명확하게 기재됐다”며 “그런데도 1심이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건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심이 (무죄로 판단한) 재단 지원에 대해서도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며 “삼성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재단 지원에 대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 청탁의 대가가 있었고, 재단의 설립도 (소관인) 교육문화수석실이 아니라 기업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수석실이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양형과 관련해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계열사 주주와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의 희생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며 “1심이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점, 피고인들이 재판 마지막까지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점 등이 양형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 측 이 변호사는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증거주의가 밀려났다”며 “1심은 개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1심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최순실씨)이 박 전 대통령과 공동정범으로 돈을 받은 단순수뢰죄(민간인이 돈을 받은 건 공무원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확대 해석했다”며 “이는 제3자 뇌물죄(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민간인이 돈을 받음)로 보는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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