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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 열렸지만 ‘순수한 기자회견’만 가능하다?
경찰이 분수대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다.
경찰이 분수대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다.ⓒ민중의소리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낮은 경호'의 영향으로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이 가능해졌지만, 경찰은 여전히 과도한 통제와 제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이 무산되거나 소환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13일 경찰청이 제출한 '지난 5월 이후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에 대한 출석요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4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기자회견 주최 단체를 통해 추가로 확인한 결과 경찰은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의 경우 주로 15명 또는 20명의 인원수 제한, 피켓사용 금지 또는 제한, 몸자보 부착 금지, 구호제창 금지, 앰프 사용 제한 등으로 제재를 가했다. 구호를 외치지 않고 피켓을 들지 않는 이른바 '순수한 기자회견'에 한해서만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을 허용한 셈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6월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한 알바노조는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당시 경찰은 '노조 조끼를 입고 둘 이상이 함께 걸어가면 집회로 간주된다', '앰프를 가지고 가는 것은 행진이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이들의 기자회견을 제지했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이 기자회견이 금지장소의 집회라는 이유로 종로경찰서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조사에 응해야 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열렸던 또 다른 기자회견에서도 경찰은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혹은 구호를 외치거나 몸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제지했다.

더욱이 소환장이 발부되지 않은 경우에도 접근금지와 방해로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 자체를 무산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경찰의 과잉 제재는 문재인 정부의 '낮은 경호' 지침에도 상충될 뿐더러 경찰개혁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과도 큰 차이가 있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1일 1인 시위와 기자회견에 대해 평화적인 진행을 최대한 보장하는 권고를 하면서 구호제창 여부, 플래카드 여부, 확성장치 사용 여부 등의 기준을 형식적으로 적용해 기자회견을 집회·시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기자회견이 집회·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에는 현장에서는 진행을 보장하고 추후 집회·시위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설사 기자회견을 집회·시위라고 판단하더라도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면 기자회견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의원은 "기자회견이 의사표현인지 집회인지를 구분함에 있어 집회금지 장소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면 기자회견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장소의 선택이 원천적으로 부정되는 것이며, 이러한 금지는 법률적·논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오남용의 근거로 활용되는 집시법 11조 역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으로, 헌법이 관련 기본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합치하도록 개정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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