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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태원 회장의 재테크, 하나도 변하지 않은 재벌들

"최태원은 주식회사제도를 개인적 목적에 활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지, 향후에도 이런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서가 아니다. 회사돈 4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의 지난 2013년 2심 판결문 중 일부다. 당시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징역 4년을 선고했고 그의 동생도 법정 구속했다. 최태원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4년형을 구형 받고 복역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석연치 않은 815특사로 풀려났다.

SK 최태원 회장이 출소 2년만에 재판부의 '의구심'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상장이 예상되는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회사 대신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올해 SK하이닉스에 부품을 납품하는 비상장 회사 SK실트론의 주식(29.4%)을 매입했다. 최태원 회장의 주식 매입을 두고 경제지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투자 '물꼬'를 활짝 열어젖혔다"거나 "책임경영에 나섰다"는 등의 낯뜨거운 찬사를 내놨다. 진보적인 성향의 신문조차 "반도체 핵심소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것"이라고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주식 매입 본질은 그룹 지배력을 동원해 재산을 증식하는 재테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태원 회장이 주식을 매입하기 수개월 전에 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이미 실트론 주식 51%를 LG로부터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SK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영권을 확보한 몇 개월 뒤 SK(주)는 19.6%의 주식을 추가로 확보했다. 최태원 회장이 추가 매입에 나서기 전에도 벌써 SK그룹이 보유한 주식은 7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SK측의 설명에 따르더라도 최 회장이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이유는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매입에 나선 최태원 회장의 행태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투자 물꼬를 활짝 텄다'기 보다는 그룹의 반도체 사업 영역 확장 과정에서 생긴 재테크 기회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주식회사제도를 개인적 목적에 활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할 것이라는 재판부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사실 최태원 회장은 이같은 재테크 방식에 매우 익숙하다. 최 회장의 재산 4조5천억원 대부분이 SK C&C 주식을 헐값에 인수한 뒤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로 회사를 키워 만들어진 재산이다.

비단 SK 뿐 아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재벌 3세 대부분은 '주식회사제도를 개인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불법에 가까운 편법에 매우 익숙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당 8만원을 호가하는 에버랜드 주식을 불과 7천700원에 꿀꺽해 수백배의 이익을 챙겼고,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를 세워 수조원대의 폭리를 취했다.

그렇다고 최근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한 최근 행태를 두고 '재벌들이 뭐 늘 그렇지'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룹 총수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로 집어넣고 지금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폭리'는 최소한 재벌 그룹에 투자한 주주들의 몫이었고, 적어도 SK와 삼성, 현대 등 재벌 그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몫이며, 좀 더 넓게 보면 재벌의 성장을 위해 희생된 납품업체·중소상공인, 울며 겨자먹기로 '호갱' 노릇을 하고 있는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가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서글프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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