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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즉흥연주와 전통적인 서사를 넘나드는 재즈의 아름다움
최성호 특이점
최성호 특이점ⓒ문화오름

음악의 완성도를 판가름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취향과 안목과 철학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대개 얼마나 새로움과 아름다움에 이르렀는지가 음악의 완성도를 좌우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대중음악은 장르의 방법론을 토대로 음악을 만든다. 록, 재즈, 팝, 포크, 힙합을 비롯한 대중음악 장르는 오랫동안 축적해온 장르의 미학을 지니고 있어 익숙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음악은 자유롭고 창조적이라 하지만 완전히 자유롭고 무한대로 창조적인 음악,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음악은 세상에 없다. 어지간한 실험과 도전은 기존 뮤지션들이 다 했고, 기승전결 구조의 서사를 해체해버린 음악은 뮤지션 한 사람만의 작업으로 끝나버리기 쉽다. 지금 존재하고 만들어지는 음악은 모두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음악이고, 일정한 합의를 기반으로 한 음악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각각의 음악에는 뮤지션 한 사람 한 사람의 숨결이 더해지면서 숨길 수 없는 차이를 스스로 새긴다. 음악 안에서의 차이는 기존의 방법론을 최대한 확장하면서 자기화 하려는 쟁투이다. 그 쟁투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에 따라 음악의 오리지널리티가 달라진다. 익숙함에 대한 변주 능력은 뮤지션의 능력을 반증한다.

그러나 새로움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다움 역시 주관적이고 다양하지만 아름다움은 항상 다양함을 관통하는 종착지이다. 고요하건, 맹렬하건, 경쾌하건, 끈끈하건, 하물며 기괴하건 아름답지 않으면 음악은 자신의 의미를 실현하지 못한다. 제 각각의 감성과 메시지로 아름다움에 이를 때에만 음악은 언어로 제 기능을 하며 완성된다. 음악은 단지 언어를 대신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말함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존재한다. 마음은 아름다움 앞에서만 흔들린다. 그러나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함께 갖춘 음악은 많지 않다. 새로움에 이르지 못하고 상투적인 음악으로 멈추거나, 자신의 감정을 곡진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밋밋해진 음악들 사이에서 어느 한 편에라도 이른 음악들만 사람들의 귀에 오래 머문다. 그리고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함께 담은 음악은 음악을 느끼고 사유하는 틀을 전복하면서, 여느 음악처럼 감동을 향해 나아간다. 즉흥연주에 강한 재즈 기타리스트 최성호가 결성한 최성호 특이점의 음악은 그 중 하나이다.

최성호 특이점
최성호 특이점ⓒ문화오름

서정적 연주와 즉흥 연주의 조합 ‘최성호 특이점’

최성호 특이점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해 두 장의 음반을 연거푸 발표하고 한국대중음악상을 거머쥔 최성호 특이점은 올해 10월 17일 다시 새 음반을 내놓았다. 여섯 곡이 실린 음반의 제목은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쉽게 틀리곤 하는 한국어의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음반 제목은 그러나 이성적 판단과 논리적 규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할 따름이다. 전작들에서 자신이 연주하는 기타를 중심으로 즉흥연주와 서정적인 연주를 결합시켰던 최성호 특이점은 이번 음반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계승한다. 선이 굵기보다는 아련하고 소박한 멜로디로 일기를 써내려가듯 연주하는 연주 스타일과,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듯 연주하는 즉흥연주의 스타일은 이번 음반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음반에서 최성호 특이점은 한 곡 안에 즉흥연주와 서정적이고 보편적인 연주를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움과 익숙함을 아우르고 있다. 음반의 첫 곡 ‘잊혀지지 않는 것들’에서 최성호 특이점은 민속음악 같은 질감을 가미한 합창과 록킹한 연주로 곡을 시작하지만 곧 피아노 연주를 부각시키며 숨을 죽이다가 금세 즉흥연주로 건너가고는 다시 인트로로 귀환한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일 따름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이키델릭한 즉흥연주를 펼치는 최성호 특이점은 즉흥연주를 통해 잊히지 않는 것들이 불러내는 또 다른 잊히지 않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잊히지 것들은 없다. 다만 잠시 멀어졌을 뿐이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이야기들과 재회하는 음악은 최성호의 보컬을 빌어 인트로의 멜로디를 다시 한 번 불러내더니 급기야 페이드인과 페이드아웃처럼 즉흥연주를 겹쳐버린다. 이 곡은 어쩌면 이렇게 잊히지 않는 것들과 잊혔다 되살아나는 것들이 예고 없이 출몰하는 움직임이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인간의 실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곡 ‘이른 겨울’도 최성호의 보컬로 곡을 시작하지만 보컬은 명확한 멜로디를 따라가기보다는 즉시 시작하는 즉흥연주를 옮기는 듯 생경하다. ‘이른 겨울’의 스산함과 스산함으로 인해 더욱 부각되는 따스함을 각각의 즉흥연주로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곡은 기타와 베이스를 대조하고 기타와 클라리넷의 편안함을 부각시켰다가 다시 즉흥연주를 교차시키면서 재즈다움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즉흥연주는 ‘이른 겨울’의 시공간을 사운드의 이미지로 구현하는데 충실함으로써 원곡의 담장을 함부로 넘지 않는다. 봄이나 여름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는 즉흥연주는 자신의 길을 자유롭게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를 잡아채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미덕을 잃지 않음으로써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결합하고 제목이 구현하려는 심상과 서사를 충분히 형상화한다.

‘도시비’ 역시 빠른 리듬감으로 현대 도시의 분주함을 드러낸 후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피아노 연주로 일순 바뀌는 도시의 풍경을 잡아챈다. 크로키하듯 신속하게 이어지는 즉흥연주는 리듬과 주악기를 바꿔가면서 복잡한 현대도시를 모사한다. 시각과 청각과 후각과 공감각으로 감지되는 도시와 비를 최성호 특이점은 악기의 들고 남으로 표현하는 소리의 높고 낮음, 빠르기, 멜로디의 흐름으로 충분히 재현한다. 끝까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즉흥연주의 변칙성은 도시의 변화무쌍을 표현하는데 제격이다. 즉흥연주의 변화를 빌어 도시 풍경의 총체성을 최대한 표현해내는 인터플레이는 최성호 특이점의 역량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명확한 기승전결에 기반한 다른 장르의 음악에 비해 재즈가 탁월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의 직관적 결합은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나 ‘상관없는 사람들’, ‘근정전 앞마당에서’ 등의 후반부 수록곡에서도 다르지 않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는 시작부터 즉흥연주를 펼치며 다르다와 틀리다가 혼동되는 현실, 그러니까 틀리고도 틀린지 모르고, 틀림을 지적해도 외면당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관념에 의미를 부여해 만들어내는 사유를 음악으로 표현하는데도 즉흥연주는 매우 효과적이다. 긴 곡의 흐름 안에서 최성호 특이점은 몽롱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연주로 곡의 중심을 지켜나간다.

최성호 특이점
최성호 특이점ⓒ문화오름

즉흥연주와 전통적인 서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감동

즉흥적인 연주에 이어 보컬의 노래를 결합시킴으로써 이해하기 쉬운 ‘상관없는 사람들’도 현대 도시의 풍경과 생각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최성호 특이점은 이렇게 오늘을 기록하는 음악이 되는데,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즉흥연주를 빠트리지 않음으로써 이 또한 최성호 특이점의 음악임을 분명히 한다. 덕분에 서사는 확장하고 음악은 자유로워진다.

11분 49초에 이르는 긴 곡 ‘근정전 앞마당에서’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위주로 한 연주의 내밀함과 즉흥연주를 연결해 일렉트릭 기타 플레이어로서 최성호의 면모를 최대한 부각시킨다. 혼곤해질만큼 꿈결같은 연주는 보컬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다시 한 번 아름다워진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곡의 창작자인 최성호가 근정전 앞마당에서 어떤 생각에 휩싸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왠지 알 것만 같다. 그 생각을 행여 정확히 맞추지는 못했다 해도 좋을만큼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곡이다. 좋은 곡은 이렇게 듣는 이들의 감상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곡이다.

이처럼 최성호 특이점은 재즈의 핵심이자 자신들의 주종인 즉흥연주와 전통적인 서사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말하고 탈주함으로써 음악 언어를 녹슬지 않게 만들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 즉 감동에 이른다. 불친절하지는 않지만 전적으로 친절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는 음악이고, 음악 외적으로 캐릭터나 스토리가 구축되지 않은 음악에 주목하지 않는 트렌드에서는 장르의 팬들보다 많은 이들에게 닿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고전적이고 우직한 방식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음악에도 충분한 주목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트렌드를 사랑하는만큼 트렌드 밖에서 제 몫을 다하는 이들에 주목할 때 우리는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다양함은 말뿐인 수사가 되지 않을 수 있을테니까.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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