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이 구단주로 돼 있는 성남FC와 네이버의 유착 관계를 제기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가계 빚으로 고통 받는 시민을 구제하고자 '빚탕감 프로젝트'를 벌이던 성남시가 사단법인 희망살림, 네이버, 성남FC와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한 것을 비리가 있는 것처럼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박성중(서울 서초을) 의원은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네이버가 2015년과 2016년에 시민단체 희망살림 측에 법인 회비 명목으로 지원한 40억 원 중 39억 원이 '빚탕감 운동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프로축구단 성남FC 유니폼의 로고 광고비로 쓰였다"며 "같은 기간에 본연의 사업인 저소득층의 '부실 채권 매입'에는 겨우 1억4000만원 만 썼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공개한 '성남FC 후원 기업 명단'과 '희망살림의 수입·지출 현황'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년 6월과 10월, 지난해 7월과 9월 네 차례 10억 원씩 40억 원을 희망살림에 냈다. 희망살림은 이 중 39억 원을 내고 성남FC 메인 스폰서 자격을 땄다. 박 의원은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네 번째 10억 원을 납부한 뒤 성남시는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I&S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했다. 성남FC는 희망살림을 거쳐 네이버로부터 후원을 받았고, 성남시는 이 대가로 네이버를 우회 지원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0억 원 후원한 것을 이해하려면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시장은 그해 9월 12일 성남시청 광장에서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선포식'을 열고 서민들 빚탕감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롤링 주빌리란 채무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시민들의 성금 등으로 저신용자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그 채무를 탕감을 해주는 운동을 말한다. 애초 일정 기간마다 죄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 전통인 '희년'에서 유래됐다. 한국에서는 2014년 희망살림을 주축으로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성남시로 확대됐다. 성남시는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재정이 건전해지자 저소득층을 돕고자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2015년에는 성남FC와 네이버가 이 사업에 동참했다.
성남FC가 빚탕감 프로젝트를 유니폼 메인 로고로 채택하는 등 홍보도 강화됐다. 스페인에서는 프로축구팀인 FC 바르셀로나가 유엔 기구인 유니세프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한 경험이 있지만, 국내에서 공익캠페인을 유니폼 메인 로고로 활용한 것은 성남FC가 처음이었다.
이 시장은 그해 5월 19일 김진희 네이버I&S 대표, 제윤경 희망살림 상임이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롤링 주빌리 사업 확대 등에 협력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 내용은 네이버가 롤링 주빌리 사업을 벌이던 희망살림에 2년간 4회에 걸쳐 40억 원을 후원하고, 희망살림은 성남FC에 2년간 39억 원을 스폰서 광고료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구단은 롤링 주빌리 문구를 유니폼 전면에 노출하며 공익캠페인 홍보를 담당했고, 기업은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와 세제 혜택을, 희망살림은 캠페인 홍보 극대화를 노렸다. 성남시는 행정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 시장과 김 대표 등이 업무협약을 맺자 다수 언론들이 새로운 모델이라고 주목을 했다. 사회공헌 사업과 연계해 스폰서를 유치하면서 성남FC의 안정적인 운영과 지역 통합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공존 모델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1345명의 빚 788억 원이 탕감됐는데(출처:희망살림), 다수의 시민들도 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던 중 돌연 한국당 박 의원이 이 시장 측과 네이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쟁에 휘말리게 됐다. 이 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버, 성남FC, 희망살림, 성남시는 4자 동시협약을 공개적으로 맺었고, 당시 언론은 후원 광고와 공익 기여를 조합한 훌륭한 사례로 대서특필했다"며 "어제 한국당에 의해 갑자기 후원금 39억 원을 빼돌린 부도덕한 행위로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의 공익 기여는 전임 이대엽 시장의 네이버 유치 시 약속된 것으로 40억 중 39억 원은 성남FC 광고비, 1억 원은 희망살림 지원금으로 애당초 협약서에 명기된 것"이라며 "세상이 어찌 되든 제 정략적 잇속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자들이 나라를 망치는 우울한 현장"이라고 한탄했다.

정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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