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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칼럼] 보건의료 빅데이터? 줄기세포 사기 잊었나

정부가 지난 9월 5일 ‘정밀의료 사업단’을 발족했다. 이 사업단은 ‘4차 산업혁명의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5년간(17-21) 631억원이 투입되는 ‘정밀의료’ 사업을 총괄한다. 동시에 2가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첫번째는‘암 정밀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430억원)이고, 두번째는‘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단’(201억원) 이다.

정밀의료는 최근 도입되기 시작한 개념으로 개인의 유전정보, 진료정보, 생체정보 등을 빅데이터화 하여 분석해서 개개인에게 맞춤형 진료를 제공한다는 시도다. 표적항암제 등이 이미 유전자정보를 바탕으로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 유전자정보를 통해 맞춤형 의료를 제공한다는 것은 해외에서도 입증된 바 없다. 때문에 한국이 선점해 4차 산업혁명의 표본이 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입증된 맞춤형진료라면 유방암 같은 경우 특정 발암유전자를 발견해 아예 유방제거술 등으로 암 발생을 예방하는 경우 정도이다. 앞서 밝힌 표적항암제는 치료과정의 검사일 뿐이다. 즉 현재의 생물학수준은 특정 암에 대해서 표적항암제의 효용성을 평가할 때 유전자형을 파악하는 것이 효용성이 입증된 부분이다.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진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진ⓒ뉴시스/자료사진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정밀의료는 어떻게 맞춤형 의료를 제공한다는 것일까? 그 비밀은 엄청난 양의 개인건강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획기적인 해법이 제공된다는 ‘가정’에 있다. 이는 뒤에 더 밝히겠지만 정말 ‘가정’이다.

대표적으로 알파고에 바둑대국의 빅데이터를 제공하고 학습시켜 인간기사(이세돌)를 이긴 바로 그 방법을 적용한다는 ‘가정’이다. 따라서 정밀의료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엄청난 양의 개인건강정보, 그것도 유전자정보를 포함한 엄청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의료산업화론자들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때문에 정밀의료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다른 이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 다른 하나는 빅데이터를 통한 인공지능(딥러닝, 머신러닝등)이 올바른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이것은 ‘확신’인데, 아직 입증된 바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내린 진단과 처치가 어느 정도까지 정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컴퓨터가 조언자가 아니라, 그 과정조차 신뢰할 수준에 도달하려면 이는 바둑을 이기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상 인공지능(AI)의 완성단계일 것이다. 아쉽게도 의료부분에서 효용성이 입증된 인공지능은 최근 빅데이터의 초기단계를 통한 ‘왓슨’정도가 항암치료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 수준이다.

대부분 질병의 원인은 사회적, 환경적 요인

다시 돌아가서 정밀의료의 전제가 곧 시작점인데, 이는 엄청난 양의 개인건강정보(빅데이터)를 요구한다. 또한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요구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성립해야 하는데, 우선 개인건강정보 중 절대 바뀌지 않는 나이, 성별, 유전자, 출신지역등은 그래도 수집이 가능하고 한번 수집하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습관, 작업노동환경, 스트레스, 식이습관은 어떨까? 이런 개인건강정보는 정확한 수집이 어렵다. 대략의 경향성만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그 조차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규칙한 생활과 식이습관을 파악한다는 게 가능할 리 없듯이, 현대사회의 불규칙성, 환경문제 등으로 건강문제에 취약한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데이터는 빈곤해진다. 정말 필요한 건강결정요인을 알고 싶다면 24시간 통제되고 기록된 정보가 축적되어야 한다.

여기다 건강결정요인에서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낮다. 2003년에 사실상 종료된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최초에는 인간 질환의 상당부분을 밝힐 수 있다는 장미빛 환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종료시점에 전체 질환의 0.1%도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이후 인간의 유전자를 밝히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도리어 현재 질환의 대부분은 후천적인 사회적, 물리적 환경 때문에 발생한다고 결론이 난 상태다.

건강결정요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무시하고 다시 유전자환원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빅데이터 이론의 한계다. 따라서 올바른 전제에 올바른 답이 나오듯이 단순한 개인 유전자정보와 생체정보에서건강관리나 질병치료방법이 나올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정밀의료’는 제2의 인체 게놈프로젝트와 비슷한 유전자환원론의 과학적 신기루 현상일 가능성도 크다.

개인건강정보 유출은 없을까?

여기다 유전자정보, 생체정보, 진료정보 등을 모으는 과정은 어떠한가? 한국에서는 이들 개인건강정보가 아직 표준화되어 있지도 않고, 개별 병원에 남아있어 취득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일단 개인건강정보를 많이 그것도 표준화된 형태로 모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게 된다.

그런데 한국은 95% 의료기관은 민간기관이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다보니 각 병원의 개인건강정보도 상이한 프로그램과 규격으로 저장되고 관리된다. 민간중심의 시장화된 의료가 빅데이터를 모으려는 산업화세력에는 독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대형병원들은 자신의 전산정보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자회사를 차리고 경쟁하는 관계로 상호이익이 없다면 이들 데이터를 쉽게 공유하지 않을 공산도 크다.

이러다보니 표준화되어 있는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중소병원들의 개인건강정보를 표준화해서 모아보겠다는 시도였다. 손쉽게 통합시키기 위해서 클라우드 서비스(외부 서버에 통합저장하는 방식) 등이 고안되었다. 개인건강정보의 외부기록을 금지한 의료법이 걸림돌이었고, 이를 규제완화로 없애려 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2015년부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추진하였음)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단’을 보면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개인건강정보 클라우드서비스 제공 계획과 놀랄 만큼 동일하다. 이름에 국민들이 아직 이해하기 힘든 ‘정밀의료’라는 단어를 넣었을 뿐이다. 거기다 이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단은 노골적으로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 중소병원의 낙후된 병원정보시스템을 대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것도 병원 외에 집적화해서 보관하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말이다. 즉 이 사업은 정밀의료는 포장이고 개인건강정보를 직접화해서 데이터셋으로 상품화하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구멍투성이 개인건강정보 관리

그렇다면 이렇게 모인 개인건강정보는 제대로 관리라도 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국감에서는 이미 2014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민 6400만명의 건강정보를 민간보험사에 넘겼다는 자료(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자료)가 나오고 있다.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니고 민간보험회사에 말이다. 거기다 한국의 개인건강정보는 이름하고 지역 몇 개 삭제한다고 개개인이 식별되지 않는 정보로 남아있을 수가 없다. 바로 주민등록번호가 존재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정춘숙 의원
정춘숙 의원ⓒ뉴시스

정밀의료는 아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의료기술일 수는 있다. 또한 맞춤형 의료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의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과학에는 기본전제와 발전단계가 필요하다. 앞서 주장했듯이 정밀의료를 위해 우리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들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를 만족할 것은 직접 상품화 가능한 데이터셋 창출,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니라 정작 중요한 인공지능기술, 데이터 보안관리 기술 등의 기본 기술들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만성질환과 같은 비감염 질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런 만성질환의 치료는 환경적 요인의 수정이 필수적이다. 적절한 노동시간, 유해물질 없는 환경, 충분한 휴식, 제대로 된 먹거리 등등 건강을 위해 우리사회가 바꿔야 할 것들은 개인건강정보 수집보다 훨씬 더 많다. 건강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둔갑된 특정 기술이 아니라, 사회가 바꿔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부분에서 계속된 비과학과 미신적 행태를 걷어내고 올바른 방향을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에 개인건강정보의 잘못된 유출과 영리적사용이 예상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정밀의료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황우석 줄기세포 사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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