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만민보] ‘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 최은주 “맥도날드가 어떻게 나오든 끝까지 간다”
없음

“제발 조사좀 해달라고 했어요. 어쨌든 제 딸아이가 햄버거 먹고 이렇게 됐을 확률이 높은 거잖아요.”

최은주 씨는 올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햄버거병’에 걸린 딸아이의 엄마다. 결혼한 지 10여 년이 된 평범한 아줌마이기도 하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맥도날드를 고소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는 최은주 씨(가운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맥도날드를 고소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는 최은주 씨(가운데)ⓒ뉴시스

그는 지난 2001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했다. 아직 학생이었던 남편이 대학원 진학문제로 한국으로 귀국했고 은주 씨도 함께 오게 됐다. 이후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워낙 건강한 아이들이라 병원에 데려갈 일도 거의 없었다. 가끔씩 열이 나거나 감기에 걸려 동네 병원에 데려간 것이 전부였다.

평범한 일상이 깨진 것은 지난해 9월 25일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모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하면서 부터였다.

“얘들이 계속 맥도날드에 있는 해피밀 장난감이 갖고 싶다고 자꾸 졸라서 밥을 먼저 먹이고 간식으로 사주려고 간 거였어요. 평소에 햄버거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아서 장난감이 아니었으면 데려가지도 않았을 거예요.”

아이가 저녁때쯤 배가 조금 아프다고 했을 뿐 별일은 없었다. 일은 모두가 자고 있을 때 발생했다. 자정쯤 아이가 자면서 이불 위에 설사한 것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은주 씨는 큰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집 근처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서도 장염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햄버거를 먹고 이틀 후 혈변이 나왔고 병원에서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 의사도 이곳에서는 더 이상 손쓸수가 없다며 더 큰 대학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대학병원에서 격리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신장기능을 저하시키는 병이다. 신장의 여과시스템에 독소가 침투해 기능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특히 5세 미만 유아나 65세 이상 노인에게 치명적인 질병이다.

그대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황


“이때 아이 심장이 4분이나 멈추기도 하고 모든 장기와 뇌에 독소가 퍼져버려서 사망할 수도 있었어요. 딱히 치료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의료진도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의사들이 설령 살아난다 해도 인지능력에 이상이 있거나 전신이나 부분 마비 등 후유증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의료진에게 생존확률을 물어도 지금은 무의미하다고 말했고 그대로 세상을 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때였다. 의사들의 예상과 달리 큰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의료진이 저보고 그랬어요. ‘(아이에게) 운동시켰냐’고. 정말 건강한 아이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회복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내려오자마자 아이가 ‘엄마 나 걷고 싶어’ 할 정도로 예전 모습을 거의 되찾은 것 같았어요.”

최 씨의 딸은 겨우 살아났다. 그러나 남은 평생을 복막투석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맥도날드는 계속 ‘우리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맥도날드에 보험접수를 해달라고 했을 때 진단서를 달라고 했어요. 진단서를 냈더니 거기서 하는 말이 ‘몇월 며칠 몇 시에 맥도날드 제품을 먹고 이렇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우리는 보험접수를 해주고 싶은데 그 내용이 없어서 ‘우리 보험회사에서 거부하고 있다’ 하는 식으로 계속 핑계를 댔습니다. 사고 당일 조리 과정을 담은 CCTV를 보여달라고 해도 본사로 넘어갔다고 발뺌을 했어요.”

딸이 햄버거를 먹은 이후 배가 아프다고 해서 제대로 먹이지 못했다. 그 이전에는 집밥 말고는 먹은 게 없어서 병의 원인이 햄버거 때문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딸이 햄버거를 먹고 신장기능이 저하 됐다는 인과관계 증명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기관에도 알렸다. 식약처에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위생관리과에 통보했고 위생검사가 실시됐으나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맥도날드 콜센터와 통화하면서 너무 말이 안 통해서 높은 사람좀바꿔 달라고 했어요. 그때마다 항상 자리에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이제는 세상이 알아야겠네요’ 라고 했어요.”

언론에 알려지자 그제서야 반응보인 맥도날드


연락 한번 없던 맥도날드에서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은 사고 가 난지 9개월쯤 지나서였다. 은주 씨의 딸이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 요독증후군에 걸렸는데 맥도날드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KBS 보도가 나갔을 때였다.

“KBS 보도가 나가고 맥도날드 이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저한테 연락을 해왔어요. ‘자식 키우는 처지에서 만남을 한번 주선하고 싶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냐’ 이러면서 연락을 해오고 우리 집 앞까지 오기도 했어요. 제가 콜센터 직원하고 통화할 때는 코빼기도 안비치던 분들이었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은주 씨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결심하고 로펌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형로펌들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았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다가도 상대가 맥도날드인 것을 알고 다들 난색을 보였다. 큰맘먹고 결심한 소송인데 시작도 못 해보고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때 황다연 변호사와 인연이 닿게 되었다. 황 변호사도 기사를 보고 맥도날드의 무책임한 모습에 분노하고 있었다.

지난 7월 5일 최 씨는 결국 맥도날드를 상대로 사고 당일 매장 영상이 녹화된 CCTV 증거보전신청과 형사고소장을 접수했다. 검찰은 한국 맥도날드 본사와 패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돌입했다.

복막투석을 하는 최은주 씨의 딸
복막투석을 하는 최은주 씨의 딸ⓒ최은주 씨 제공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최 씨의 딸은 평생을 복막투석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밤마다 9시간 반에서 10시간 정도 복막투석을 해야 한다. 딸아이 배에 약물이 잘 주입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이가 몸을 움직여서 약물이 들어가는 관이 조금만 꺾여도 바로 잡아줘야 한다. 은주 씨는 밤에 자다가 몇 번씩이나 일어나서 관을 잡아주곤 한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심장초음파, 복부, 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투석하는 부위를 매일 소독해줘야 해요. 이제 여섯 살밖에 안된 아이인데 매일 그러고 있으니 너무 힘들어해요. 하도 울어서 눈에 진물이 났어요.”

“저는 끝까지 갑니다. 검찰조사 받을 때 검사님이 저에게 그러셨어요. 검찰에서 못 밝히면 대한민국에서 못 밝힌다고. 그러니 있는 그대로 진실만 얘기해 달라고 했어요. 그거 하나 믿습니다. 소송 시작할 때 남편이 저에게 그랬어요. ‘여기는 한국이고 상대는 대기업이라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저는 혼자라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겠지만 모든 것을 각오하고 갈 겁니다.”

김한수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