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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칼럼] 트럼프 ‘미치광이’에 주눅 들지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시스 / AP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7일과 8일에 걸쳐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그가 어떤 말을 쏟아낼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나의 관심은 주로 한미FTA 재협상 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왜냐하면 한미FTA 협정문을 개정하는 재협상이 시작된 것은 사실상 그의 일방통행식 막무가내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거친 막말로 유명하다. 절제되지 않은 막말로 상대방을 거칠게 압박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고자 한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런 트럼프의 언행을 두고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마치 미치광이와 같은 언행을 통해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그에 대한 이러한 세간의 평가는 마치 전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듯하다. 좀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트럼프를 빗대어 ‘dotard(망령든 늙은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라는 흥미로운 표현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런 ‘미치광이’ 전략에 당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과 원칙을 분명히 밝히면서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만약 트럼프를 적당한 선에서 달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조금이라도 물러선다면 그 순간부터 미치광이 전략에 말려들어 하나 둘씩 내주게 되고 결국에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미FTA 재협상은 첫 단추를 끼우는 것에서부터 트럼프의 술책에 넘어가고 말았다. 당초 정부는 “한미FTA 협정문의 틀을 바꾸는 재협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요구대로 한미FTA 협정문을 개정하는 재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해 주었다. 트럼프의 술책에 말려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미치광이 전략의 특성상 앞으로 미국은 더욱 거칠게 밀어붙일 것이다. 벌써부터 아직 관세가 남아 있는 농산물 574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라고 미국이 요구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쌀의 추가 개방도 요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동차, 섬유, 철강, 전자 등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부분에서도 앞으로 더욱 많은 요구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하필이면 한미FTA 재협상의 최고 책임자가 김현종 통상교선본부장이라는 점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의 한미FTA 재협상에 합의를 해주고 난 후에 그가 국회에서 “농업부분의 양보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한 농민은 거의 없는 듯하다. 왜냐하면 과거 수많은 농민과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협상을 주도했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검은 머리의 미국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한미FTA 협상 당시에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다는 의혹까지 받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첫 촛불집회 1주년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촛불항쟁 1주년대회를 마친  참석한 시민들이 트럼프 방한 반대 사드 반대 청와대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첫 촛불집회 1주년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촛불항쟁 1주년대회를 마친 참석한 시민들이 트럼프 방한 반대 사드 반대 청와대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트럼프 압박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칙·당당함 견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의 한미FTA 재협상 과정에서도 트럼프는 ‘미치광이’ 전략 차원에서 한미FTA를 폐기할 수도 있다는 말을 포함하여 거친 막말을 쏟아낼 수 있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 협상단은 이것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을 압박해 올 것이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이런 식의 막말과 압박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칙과 당당함을 견지하는 것이다. 한미FTA 협정문을 폐기하자는 막말과 협박에 주눅이 들어 물러선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한국 역시 한미FTA를 폐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갖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길게 거론할 수는 없지만 '한미FTA'를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도 아니고, 건드리지 못할 신성불가침의 영역도 아니다.

그런데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문재인 정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와 같이 통상관료가 테이블에 앉아 벌이는 협상 방식으로는 미치광이 전략을 당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비밀주의 협상 혹은 밀실 협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통상관료들의 낡은 방식은 미치광이 전략의 좋은 먹이감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절차법을 활용하여 협상의 모든 과정과 주요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 여론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통상전문가들의 의견을 주목해야 한다. 촛불혁명을 이루어낸 국민의 힘이 정부와 협상단으로 하여금 원칙과 당당함을 유지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주눅 들지 않는 것이 이번 한미FTA 재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라고 본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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