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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지금 새소년을 듣지 않는다면
새소년 ‘여름깃’ 표지
새소년 ‘여름깃’ 표지ⓒ붕가붕가레코드

이제는 록 음악이 인기 없다 한다. 록 음악은 옛날 음악이 되었다고, 대세는 일렉트로닉과 힙합이라 한다. 새로운 리듬앤블루스와 소울도 인기라 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던가. 아무리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스타도 시대가 흘러가면 저물기 마련이다. 록 장르에서 세계대중음악의 전설들이 아무리 많이 쏟아졌다 해도 인기와 권위가 영원할 수는 없다. 일렉트로닉과 힙합도 마찬가지이다. 그 인기도 언젠가는 저문다. 하지만 인기가 저문다 해서 멈춰있지는 않는다. 어떤 역사도 순식간에 단절되지 않는다. 대중음악의 역사는 끊임없는 연속과 혼종의 진행형이며 그로 인한 변화의 축적이다. 그러므로 인기와 비인기로 작품의 성취와 완성도를 재단하지 말 것. 반대로 작품의 성취와 완성도로 인기와 비인기를 부정하지 말 것.

록 음악의 인기와 권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지만 올해 음악팬들과 음악 관계자들에게 특히 주목받은 신인 뮤지션은 바로 밴드 새소년이다. 2015년 겨울에 결성한 밴드 새소년은 지난해 EBS Space 공감 헬로루키, 신한카드 펜타루키즈 등에 등장해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신인이라고 해서 서툴고 풋풋하라는 법은 없지만, 새소년은 안정된 연주력과 팀워크에 새소년만의 개성까지 보여줌으로써 한 번의 공연만으로도 항상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냈다.

새소년의 매력은 보컬과 기타를 맡은 황소윤에게서 먼저 튀어나온다.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황소윤은 능숙하고 안정적이며 깊이 있는 보컬로 팀 음악의 무게 중심을 자임할 뿐 아니라 자신이 부르는 노랫말의 정서와 이야기에 진실함과 생생함을 부여한다. 쉽게 들뜨지 않고 사려 깊고 성숙한 톤으로 노랫말을 발화하면서 노랫말에 담긴 정서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냉정함은 새소년의 음악에 명확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록음악이 열정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겠지만 황소윤의 보컬은 새소년의 음악을 분출하는 열정보다는 차가운 열정과 세련됨 쪽으로 더 기울어지게 만든다.

새소년
새소년ⓒ붕가붕가레코드

새소년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장르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자유로움이다. 새소년은 모던록과 블루스, 신서팝, 사이키델릭을 오고가면서 연주하고 노래한다. 밴드라고 해서 반드시 특정장르에 한정된 음악을 할 필요는 없다. 장르의 전통성과 영역을 지키려는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장르의 영역을 수시로 뛰어넘는 뮤지션들도 있다. 그런데 새소년은 이제 막 발표한 첫 EP [여름깃]에서부터 장르의 어법을 자유롭게 구가할만큼 능숙한 감각을 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보다 앞서 음악을 했던 이들이 만들어놓은 장르와 스타일을 흡입하고 숙지한 것처럼 연주하는 새소년은 장르에 충실하기 위해 음악을 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말하려는 정서를 가장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르의 어법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록 장르의 권위가 소멸하는 시기, 장르의 경계가 굳건하지 않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후기적 경향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최근에 등장한 새 밴드들 중에는 새소년처럼 장르의 허들을 날렵하게 넘나드는 밴드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새소년의 음악을 들으면 각 곡마다의 변화와 그 변화를 수행하는 멤버들과 조력자의 기법, 그리고 그 곡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와 그 정서를 사운드로 담지하고 재현하는 멤버들 간의 일치와 의도적인 어긋남으로 인한 파장까지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만들어지는 2017년 한국대중음악계의 현재와 변화에 대해 조망하게 된다.

총 6곡이 담겨있는 첫 번째 EP [여름깃]에서 담고 있는 정서는 만족과 불만, 설렘과 실망, 끊임없는 변화와 멈추지 않는 욕망 그 자체이고, 그 사이의 끊이지 않는 충돌이다. 어쩌면 사는 일이 다 그렇다고 할 수 있겠으나 20대의 보컬과 멤버들에 의해 수행되는 노래와 연주는 음반에 담긴 노래를 청춘의 노래 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든다. 눈을 뜨고, 외로움을 보고, 눈감을 수 없고, 너를 마주치고, 나는 좀 달라지는 날들. 시간을 조금 더 잡아두고 싶고, 곧 지나갈 여름 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젊음을 냉소했다가도 갈망하는 마음. 들뜨고 가라앉고 돌이키는 그 마음은 여전히 싱싱하고 싱그럽다. 아니 싱싱하고 싱그럽게밖에 들리지 않는다. 새소년이 음반의 각 곡마다 어떤 장르의 어법을 사용하고 얼마나 능숙하게 연주하면서 근사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 해야겠지만 그보다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여러 장르와 사운드의 방법론으로 만들어낸 곡들이 일관된 정서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정서적 일관성과 통일성이야말로 여러 곡에 걸친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소년을 연주력을 뽐내는 밴드가 아닌 분명한 자기 세계를 가진 뮤지션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첫 곡 ‘나는 새롭게 떠오른 외로움을 봐야’에서부터 새소년은 충만한 정서를 세련된 멜로디로 담아낸다. 팝에 가까운 곡에 은밀함을 불어넣는 편곡과 보컬의 섬세함은 보편적인 노래로서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여러 번의 공연과 싱글 선공개를 통해 주목받은 곡 ‘긴 꿈’은 복고적인 정서와 달콤한 고백을 연결하며 매혹시킨다.

황소윤 보컬의 다채로움을 부각시킨 ‘여름 깃’의 록킹한 사이키델릭함에 이르면 이 밴드의 나이와 활동 경력을 뛰어넘는 능력치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능수능란한 신스 팝과 리듬감이 교차하는 곡 ‘구르미’도 음악을 다루고 연출하는 새소년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멋진 곡이다. 하지만 이것이 새소년의 전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새소년은 ‘파도’에서는 블루스의 묵직함을 환상적으로 끌어오고 더욱 드라마틱하게 연출함으로써 록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폭발시킨다. 그리곤 모던 록 넘버 ‘새소년’으로 마무리하는 새소년은 아직 새소년의 전부를 다 듣지 못했다는 기대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그렇다. 아직 EP이다. 하지만 EP만으로 이렇게 만족하게 하고 기대하게 하는 밴드가 흔하던가. 새소년 하나로 록음악이 다시 주목받을 리는 없다. 하지만 지금 새소년을 듣지 않는다면 현재 한국대중음악의 최절정 하나를 놓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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