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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지하철 안 ‘사탄’을 향한 소심한 복수 - 사탄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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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퇴근길 지하철, 운 좋게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 앉은 아저씨가 다리를 쫘악 벌리고 당신의 허벅지를 밀어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피곤함과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별말은 하지 못하고 허벅지에 약간 힘을 주고 지긋하게 아저씨의 허벅지를 미는 것으로 불편을 표출했던 기억이 난다.

사소하지만 꼴불견인 행동에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별말을 하지 않는다. 단박에 면박을 주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출퇴근길에 이런 몰상식한 사람 때문에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뒤숭숭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든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의 탈을 쓴 ‘사탄’ 같은 행동들에 속으로만 발끈하는 소심한 이들과 함께 '뒷담화'를 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사탄'을 응징하는 가게, 사탄가게다. 소심한 이들의 소심한 복수를 돕는 사탄가게의 임동수 대표를 만났다.

사탄가게
사탄가게ⓒ사탄가게

일상 곳곳에서 소심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탄’

사탄가게의 뜻은 민폐 끼치는 사람들을 판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악마’, ‘몬스터’, ‘데빌’ 등 민폐를 상징할 단어들을 찾았으나, 임동수 대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득 떠오른 ‘사탄’이 ‘사탕가게’를 연상시키는 것이 마음에 들어 사탄가게로 정했다.

사탄가게의 피규어를 보면 지하철에서 누구나 한 번은 만났을 법한 민폐들이다.

탑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려는 할머니, 옆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쫙쫙 벌려 앉는 아저씨,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굳이 다리를 꼬고 남의 정강이를 툭툭 차는 아가씨, 큰 백팩으로 ‘길막’하는 청년,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지하철 변태도 있다.

사탄가게는 이들을 아트토이 키링 제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다른 키링 피규어와는 다르게 키링의 사슬 부분이 피규어를 결박해 꼭 거꾸로 매달아 놓은 모양이다.

사탄가게의 키링
사탄가게의 키링ⓒ사탄가게

민폐 할머니는 허리를 묶었고, ‘쩍벌남’은 무릎을 묶어 놨다. ‘다꼬녀’는 다리를 배배 꼬아 묶었으며 ‘변태남’은 두 손을 결박해 응징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피규어 모두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눈을 가려 놨다. 임동수 대표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눈을 가리는 모자이크가 안 좋은 일을 한 사람들이 뉴스에 나올 때 쓰잖아요. 또 눈을 가림으로써 보이지도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을 배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했죠.”

임동수 대표가 디자인에 중점을 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되도록 평범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옷이나 얼굴을 디자인하는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의미를 담자면 ‘일상에서 사탄은 사탄처럼 안 생겼다.’ ‘일반인도 사탄이 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임동수 대표가 사실 캐릭터 디자인보다 더 공을 들인 것은 캐릭터 선정이다. 지하철에 만나는 다양한 종류의 민폐들 중 다섯 캐릭터만 꼽는 데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였다.

“캐릭터 후보가 엄청 많았어요. 지하철 안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 잡상인, 전도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런데 다 탈락 이유가 있었어요. 지하철에서 음식을 먹는 건 바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을 것 같고. 잡상인도 자기 생사가 달린 일이잖아요. 전도도 특정 종교를 비판하는 것 같아서 뺏어요. 남은 다섯 캐릭터가 이유가 없는 민폐라고 생각해서 정하게 됐죠.”

사탄가게 임동수 대표
사탄가게 임동수 대표ⓒ민중의소리

건축학도 → 광고회사 → 아트토이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임동수 대표는 원래 대학 시절 건축을 전공했다. 그러나 문득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광고에 매력을 느끼고 각종 공모전에 도전해 결국 광고 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매일 야근과 주말 근무, 고된 업무 강도 때문에 3년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머리속에만 있던 재미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회사를 나온 임동수 대표는 광고회사 시절 공익광고 아이디어를 짜다가 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들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평했지만 결국은 실현되지 못한 자신의 생각이었다.

“제가 가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을 하는 건 좋았는데 광고 회사가 너무 힘들어요. 매일 야근하고 주말도 없더라구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쌍둥이 동생도 일을 그만두고 혼자 일을 시작하고 있어서 동생에게 제안해서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막상 일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트토이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터라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했다. 디자인을 완료했지만 양산품까지 만드는 데는 5개월이란 시간이 더 걸렸다. 특히 원하는 색감이 나오게 하기 위해 고생했다.

피규어들을 꽁꽁 묶을 키링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부품을 찾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헤매기도 했다. 그나마 청년창업 지원을 받아 자금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처음 만들다 보니까 디자인이랑 똑같이 나와야 하는데 색깔이 안맞더라구요. 그걸 맞추는 데 고생했죠. 또 키링도 이런 부품이 잘 없어서 동대문시장을 뒤져서 구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공장에서 잘 만들어 주셔서 감사했죠.”

사탄가게
사탄가게ⓒ사탄가게

이렇게 나온 제품들은 지난해 ‘아트토이컬쳐’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일상에서 느끼는 지하철 민폐들에 대한 공감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지난해 키덜트하비엑스포,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등에 소개된 ‘사탄가게’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해외에서도 지난해 12월 홍콩을 시작으로 올해는 싱가폴, 대만 등에서 열린 아트토이 전시회에 참가해 해외 매니아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체험했다.

“홍콩, 대만에서 매니아 층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갈 때마다 관심이 많더라구요. 특히 홍콩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홍콩에서 스토리에 많이 공감하더라구요. 브랜드 영상도 홍콩에서 반응이 좋아서 100만뷰까지 올랐죠.”

참고로 홍콩은 2011년 기준 연간 14억8천여명이 지하철을 이용해 런던보다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는 곳이다.

또한 임동수 대표는 사탄가게의 캐릭터를 이용한 영상으로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주최한 국제지하철영화제에서 안전에티켓 특별상을 수상했다.

사탄가게가 디자인한 '그 분' 캐릭터
사탄가게가 디자인한 '그 분' 캐릭터ⓒ사탄가게

“소심한 사람들의 뒷담화를 같이 하는 브랜드”

임동수 대표는 사탄가게를 소심한 사람들이 ‘사탄’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소심하게나마 풀 수 있는 뒷담화를 함께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임동수 대표가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통해서 말이다.

“민폐를 봐도 화를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탄가게가 그런 마음을 풀 수 있게 대리만족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사탄’들을) 직접 폭력을 써서 응징은 못하지만 함께 뒷담화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거죠..”

사탄가게의 기획에 맞게 지난해 탄핵 국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캐릭터를 디자인해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아쉽게 실제 상품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사탄가게의 지하철 ‘사탄’들은 시즌1이다. 임동수 대표는 생활 속 어디에나 있는 ‘사탄’들을 다음 시즌에 공개할 계획이다. SNS를 통해 이미 술자리에서 나타난 ‘사탄’을 예고하기도 했다.

사탄가게 시즌2 예고
사탄가게 시즌2 예고ⓒ사탄가게

“시즌2는 주폭이라든지 술만 먹으면 연락 안 되는 애인이라든가 술때문에 짜증나게 하는 사람을 응징하는 게 베이스가 될 것 같아요.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주제가 아예 다른 걸로 바뀔 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전시회 때문에 바빠서 고민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구요.”

임동수 대표는 사탄가게가 단순히 아트토이 뿐 아니라 여러 패션, 문화 등 분야와 협업을 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소주 상표에 술자리 에티켓을 광고하는 캐릭터로도 활용되고 공익광고 등에도 활동되는 사탄가게가 기대된다.

“여러 브랜드랑 콜라보레이션도 해보고 싶어요. 시즌마다 주제에 맞는 분야가 있을 것 같아요. 패션이나 공공기관 등 다양한 브랜드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죠.”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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