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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죽을 때까지 일만하는, ‘과로’와 ‘가난’만 있는 대한민국의 노후
책 ‘과로노인’
책 ‘과로노인’ⓒ기타

은퇴한 노인들을 위한 ‘소일거리’가 필요하다는 기사가 예전엔 자주 나왔었다. 은퇴를 한 노인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등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여가생활 등 ‘소일거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소일거리’라는 말의 소일(消日)은 시간을 사라지게 한다는 뜻이다. 심심한 노년의 삶에 시간을 보낼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사들을 찾아보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더 이상 노년에게 필요한 건 ‘소일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이제 시간을 보낼만한 ‘소일거리’를 찾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일거리’를 찾고 있다. 평생 세계 최장시간에 육박하는 노동에 시달려온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노년이 되어서도 은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살기위해선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 노인 두명 가운데 1명이 가난하고, 3명 가운데 한명은 생활고로 과로하고 있다. 평생을 일만하고도 ‘과로’와 ‘가난’만 남은 대한민국의 노후를 진단하고 대비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과로노인’이 출간됐다.

노년에도 쉬지 못하고
가난 속에서 죽을 때까지
원하지 않는 노동을 해야 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14퍼센트 이상인 사회를 뜻한다. 대한민국은 올해 8월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7퍼센트 이상인 사회인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은 불과 17년이 걸렸다. 본이 24년, 미국이 73년 걸린 경우만 봐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늙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들을 위한 국가의 사회복지시스템도, 이를 대비하는 개인들의 대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평생 앞만 보며 일만해왔지만, 노년에도 쉬지 못하고 가난 속에서 죽을 때까지 원하지 않는 노동을 해야 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사회복지전문가로 일본의 수많은 노인들의 사례를 곁에서 지켜본 저자는 전작 ‘2020 하류노인이 온다’에서 하류노인(수입이 없고, 저축이 없고, 의지할 사회적 관계가 없어서 극빈층으로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누구나 하류노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속편인 ‘과로노인’에서도 오늘날 일본 노인들의 빈곤과 열악한 노동 상황을 보여주며 노인 빈곤 문제를 파헤쳤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 영등포구 연남동의 한 골목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이 리어카를 끌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연남동의 한 골목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이 리어카를 끌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뉴시스

2014년 기준, 노인 경제 활동 참여율은 31.4%로 OECD 국가에서 두 번째로 높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고령층 고용구조 변화와 소득 불평등’에서는 노인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서울연구원이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근로 시간은 법정 근로 시간을 훨씬 초과한 12.9시간이었다. 노인의 이러한 경제 참여는 자발적이 아니다. 일하는 노인의 80퍼센트가 ‘생활비 마련’ 때문에 일한다고 답했으며 그들 대부분 임시직, 일용직, 무급 종사자였다. 이들에게 일은 ‘소일거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렇게 과로하며 일해도 저임금 노동인 탓에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한국에는 수많은 과로노인이 있다. 당장 먹고살기에만 급급한 우리 역시 잠재적 과로노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과로노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근본적이고 중요한 해결책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노후에 최악의 빈곤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정책적 해결 방법과 개인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두었다.

60대 은퇴 노인은 “제가 일하지 않으면 안 돼요. 집사람은 마비 때문에 일할 수 없고, 제가 돌봐주어야 해요”라고 하소연 한다. 신문배달을 하는 70대 노인은 “연금만으로는 살 수 없어요. 만약 병이 진행되어서 신문 배달을 하지 못하면 둘이 함께 죽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정리해고를 당하고 수입이 없어진 60대 노인은 “일단 일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야 했어요. 하지만 힘쓰는 일이라 젊은 사람들을 당할 수 없었어요. 몸이 따라주지 않아 결국 두 달 만에 그만 뒀어요”라고 고백한다. 지방에 살고 있는 80대 노인은 “얼마 전에 한 할아버지가 목을 매서 죽었어요. 우리 마을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에요.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라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다.

개인의 노력만 강조하면
하류-과로노인이 되지 않을 방법은 없다.
누구나 인간답게,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 노인들의 증언은 우리 주변의 노인들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폐지와 박스를 줍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노년까지 과로하며 일해야 하는 현실은 더욱 잔인한 현실로 이어진다. 일할 수 없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지만 상당수 노인들은 인생의 마지막 10년 정도를 늙고 병든 상태로 보내야하는 경우가 많다. 일하지 못해 수입은 없어지지만, 각종 의료시스템에 지불해야하는 돈은 갈수록 늘어난다. 아픈 몸을 이끌고 빈곤의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일해도 가난해지기만 하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현실은 가족들도 막아주기 힘들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족들의 삶이라고 풍족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노년의 아픔과 질병이 가족 모두의 빈곤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현실은 노년층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자살률은 전체 연령 자살률의 두 배 이상이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우울함을 호소한다. 그리고 이런 현실이 더욱 무서운 건 그 노인들의 현실이 곧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함은 노년을 대비한 연금 등 각종 보험 상품 가입을 이끄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차원의 개인적 노력만으로 과로 또는 하류 노인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개인의 노력만 강조하면 하류-과로노인이 되지 않을 방법은 없다고 한다. 누구나 인간답게,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노년에도 불안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까? 모두가 고민하고, 함께하면 길은 생겨날 수 있다.

△가난을 불우한 이웃 ‘구제’가 아닌 제도를 통한 사전 ‘방지’의 개념으로 다가가라. △‘비정규직’이어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적극적으로 사회 주택 수를 늘려라. △현금이 아닌 현물 지급 서비스에 주목하라. △‘납세 의식’을 바꾸어라. 세금 부담이 늘어나도 개인이 부담은 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의료비, 요양비, 교육비 등으로 지출하는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납부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라.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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