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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박정희 동상’을 반대하는 이유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동상건립추진모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정희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리고 있다.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동상건립추진모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정희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리고 있다.ⓒ뉴시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을 맞이해 박정희기념재단이 설치를 강행하려 한 4.2m 높이 박정희 동상과 관련해 법적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건립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의 땅을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는 박정희기념도서관 앞에 동상을 세우려면 사전에 서울시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재단은 이를 따르지 않고 동상 기증식을 개최하는 등 향후 동상 건립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독재와 친일 행적으로 역사적 논란이 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어서 동상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에서 동상 기증식이 진행됐다. 당초에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행하려 했지만 이날 4m가량의 박정희 동상이 그려진 현수막으로 대체됐다.

실제 설립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동상 설치 과정에 불법적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상이 건립될 박정희도서관은 시 소유의 땅이라서 동상을 세우려면 사전에 서울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14일 현재 박정희재단으로부터 들어온 동상 건립 심의 요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동상 건립을 직접 추진하는 주관 기관이 신청하면 안건을 올리고 공공미술위원회가 구성돼 심의에 들어간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총 두 달이 소요된다. 재단이 13일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자 했다면 두 달전에 관련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재단은 서울시로부터 상암동 부지를 무상 임대받았으므로 서울시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변명으로 불법으로 설치를 강행하려 했다. 만약 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거나 혹은 심의 결과 불허 결정이 났는데도 막무가내로 동상을 세우면 철거 대상인 '불법 공작물'이 된다.

시민사회·정치권 “친일·독재 박정희 동상 절대 안돼” 한목소리
기증식까지 마친 박정희재단, ‘뒷북 신고’ 후 동상 건립 추진 계획

박정희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린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경찰 병력을 사이에 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정희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린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경찰 병력을 사이에 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박정희 동상 설치와 관련해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은 "친일·독재 등 헌정질서 파괴의 주범인 박정희의 동상을 설립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헌법정신에 입각해서 독립군과 민주주의를 기리라고 했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를 기리라고 한 것은 아니다"며 "마치 살인을 했지만 나한테 잘해줬으니까 살인자는 아니다. 도둑질을 했지만 장물을 가져다줬으니까 절도범이 아니다는 건데, 이게 원시 사회도 아니고 현재 공동체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친일과 독재 등에 대한 과거가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주민 등은 '박정희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을 꾸리고 동상설치를 막기 위한 천막농성 등을 진행했다.

정치권에서도 박정희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이날 기증식을 방문해 박정희 동상 설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노 의원은 이 같은 의견을 담아 박정희기념재단 측과 면담하려 했으나 재단 측 관계자가 나오지 않아 면담이 진행되지 않았다. 자신의 지역구에 동상이 세워진다는 소식을 들은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박정희가 마포에 한 일은 마포강가에 산더미처럼 쓰레기를 갖다버린 일밖에 없다"며 "감히 어디다 누구 동상을 세우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마포을지역위원회 등도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동상 기증식을 마친 기념재단은 서둘러 심의 절차를 밟아 동상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재단은 동상 설립 심의 요청을 오는 19일 정도에 할 예정이고, 이에 따라 동상 설치 여부는 내년 1월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동상설립을 막기 위한 천막농성과 심의위원회에 동상 반대 관련 자료를 보내는 등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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