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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명박 전 대통령의 ‘페북 정치’가 초라해 보이는 이유
재임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연차 바레인으로 출국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임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연차 바레인으로 출국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관련해 연일 '반대' 여론전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바레인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적 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생중계 장면을 보면서, 저렇게 당당한 적반하장식 태도에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그런 국민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지자 결집을 통한 국론분열 등 '반전'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범죄 혐의가 있어 보이는 전직 대통령의 발언에 하나하나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 현실 정치에 관한 넋두리는 넋두리에 그칠 뿐, 검찰의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발언의 진위 여부가 판명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페북 정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처음으로 적폐청산에 대해 자신의 입으로 처음으로 언급한 데 이어 13일과 14일 잇따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연일 정치적 상황과 관련해 페북에 글을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 한달에 1~2회 꼴로 페북에 글을 남겼지만 대부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나거나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등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소식이었다. 그마저도 지난 9월28일 모두 끝겼다. 그러나 최근엔 180도 달라졌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되고, 김태효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국 금지되는 등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을 향하는 적폐청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에 따른 '정치보복'이고, 정부가 군·정보기관 조직을 수사하는 것은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강연에서 '빠른 발전 과정에서 정치적 동요가 많았는데 어떻게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서구식 민주주의가 도입되면서 간극이 있어서 충돌의 여지가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조화시켜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러 분야에서 갈등이 있지만, 우리가 이뤄놓은 결과를 훼손시켜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가지 않고, 항상 compromise(타협)해왔고, 지금도 발전해 가고 있는 과정"이고도 했다. 정부의 '적폐청산'을 산업화·민주화를 훼손할 수 있는 '갈등'요소로 여기고 자신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기를 바라는 이 대통령의 '내심'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사실 관계가 모두 틀린다. 적폐청산은 그간 보수 정부 주도의 불법 행위를 제대로 바로잡는 정화 과정이다. 나라의 기틀을 다시 세우는 행위를 보복으로 비하하고, 안보로 덮으려는 태도에 어이가 없다. 임기 내내 여론조작을 펼친 정부의 수장이, 임기가 끝난 뒤에도 여론조작만 신경쓰고 있다.

그 누구도 헌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 향후 이 전 대통령이 법에 따라 수사 등을 받지 않을 방법이 아예 없는 아니다. 굳이 꼽으면, 법무부장관이 검찰청법 8조에 따라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발동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기소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지시할 수는 있다. 물론 이론일 뿐, 현실성은 없다. 적폐청산을 정권의 사명으로 여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그럴 일이 없다. 0.1%의 가능성이 있다면 국민 앞에 나서 정치공작 관여 의혹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 뿐이다. 그러나 최근 이 전 대통령의 '페북 정치'를 보면, 어떻게 하면 적폐청산을 방해할 수 있을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지만 궁리하는 것 같다. 정치공작 의혹을 제쳐두고라도, 전직 대통령의 품격도, 위상도 느껴지지 않는, 이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전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검찰의 수사는 어느새 이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향했다. 일단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이 지시·묵인했거나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 등 개입·관여 여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선택지는 향후 예고된 검찰 수사에 철저히 협조해 불법의 전모를 소상히 밝히는 일뿐이다. 어쩌면 임기 때 죄를 졌어도 수사 후에는 반성했다는 기록 정도는 남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정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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