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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퇴직 7년 후 뇌종양 진단’ 삼성반도체 노동자 산재 인정해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뇌종양 사망노동자인 故이윤정 씨의 추모 1주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뇌종양 사망노동자인 故이윤정 씨의 추모 1주기 기자회견이 열렸다.ⓒ이승빈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 후 7년이 지나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숨진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故) 이윤정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이씨의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뇌종양의 경우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상당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악성도가 낮은 신경교종이 발생하였다가 수년의 기간을 거쳐 악성도가 높은 교모세포종으로 변화하는 사례도 보고된 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망인이 퇴직 후 7년이 지난 다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뇌종양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발병률이나 이씨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발병률과 비교하여 유달리 높다면 이러한 사정이 이씨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이씨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점, 역학조사 당시 화학물질 중 일부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해 이씨의 발병과 업무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반면 2심은 “이씨에게 발병한 뇌종양 교모세포종이 수개월 만에 급격한 성장을 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씨는 퇴사 후 7년이 지나 진단을 받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교모세포종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종양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뇌종양 발병에 이르는 속도 역시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997년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취직해 반도체 조립라인 검사공정에서 일하다 6년 2개월만인 2003년 퇴직했다. 이후 2010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공단에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2011년 4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선고 결과를 보지 못하고 2012년 5월 투병 중 사망했고,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갔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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