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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폐’의 실체 드러내주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검찰이 남재준,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미 긴급체포한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장 3명이 죄다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적폐’의 근원이 다름 아닌 청와대와 국정원이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전직 국정원장은 2013~2016년까지 매달 5000만원에서 1억원씩 총 40억원이 넘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건넸다. 특수활동비는 또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경선을 앞두고 실시한 이른바 ‘진박’ 후보 감별을 위한 여론조사에도 쓰였다. 조윤선, 현기환 두 전직 정무수석에게도 전해졌다.

여태까지의 수사 상황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2명이 구속됐다.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던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다. 이들은 검찰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돈을 받았고, 그의 지시에 따라 사용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돈을 건넨 국정원장 3명 모두도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청와대로 건네진 국정원 돈이 구체적으로 사용된 내역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더 밝혀야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쓰인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안보 타령을 하더니, 뒤로는 국가 안보에 쓰라고 책정해 놓은 예산을 몰래 빼돌려 쌈짓돈처럼 썼다. 국정원을 마치 자신의 비선 조직쯤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민주화가 되면서 사라졌다고 알려진 대통령의 ‘통치 자금’이 부활한 셈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동원됐다면, 이번에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등장했다. 과연 그에게 대통령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공적 책임의식과 분별력이 있었는지 회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드러나기 전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1원도 받은 게 없다’며 ‘정치 보복’이라 강변했다. 이 뻔뻔함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나라를 자기 사유물처럼 생각한 박 전 대통령이야말로 적폐의 본령임을 이번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이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박차를 가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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