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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시 하늘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
지난 11·12일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파이텍 공장 노동자들은 각각 여의도 광고탑과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지난 11·12일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파이텍 공장 노동자들은 각각 여의도 광고탑과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민중의소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어도 국회 입법을 가로막고 있는 보수야당과 여전히 노동존중이 없는 노동현장을 겪으며 다시 하늘로 올라간 노동자들이 있다. 파인텍 공장 노동자들과 건설현장에서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건설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11·12일 얼음장 같은 바람에 끊임없이 흔들거리고 긴장된 몸을 눕힐 공간조차 없는 광고탑과 굴뚝에 올랐다.

15일 ‘민중의소리’는 여의도 광고탑과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오른 노동자들과 각각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노조를 하는 게 원래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꼭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1. 건설노동자들이 하늘로 향한 이유
20년 동안 외친 ‘노조 할 권리’
새 정부 들어섰지만, 변함없는 국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20년 동안 특수고용직에게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특수고용직인 학습지 선생님들이 1500일 동안 투쟁했고, 굴삭기 기사들은 망치로 두들겨 맞으면서 외쳤습니다. 최근엔 대리운전노동자들과 택배노동자들이 단식노숙농성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왜 이토록 싸우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 줬으면 해요.”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11일 밤 11시 정양욱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과 함께 여의도 국회 인근 여의2교 광고탑에 올랐다. 발을 디딜 곳이라곤 철재 구조물 양쪽에 달린 60cm 광고판 윗면뿐이고, 잠을 청하려면 구조물 위에 합판을 올려놓고 몸을 뉘여야 했다. 전날 밤부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광고판은 전화인터뷰 중에도 ‘끽끽’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가 이곳에 올라선 이유는 간명했다.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특수고용직들에게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1일 밤 11시 정양욱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과 함께 여의도 국회 인근 여의2교 광고탑에 올랐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1일 밤 11시 정양욱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과 함께 여의도 국회 인근 여의2교 광고탑에 올랐다.ⓒ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제공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1일 밤 11시 정양욱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과 함께 여의도 국회 인근 여의2교 광고탑에 올랐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1일 밤 11시 정양욱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과 함께 여의도 국회 인근 여의2교 광고탑에 올랐다.ⓒ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제공

이 부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인 덤프트럭 기사다. 그동안 정부는 특수고용직을 1인 사업자로 보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이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건설노조에 덤프트럭, 굴삭기 기사 등 특수고용직들을 노조에서 내보내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특수고용직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노조 할 권리’조차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관련 법안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이에도 수차례 발의가 됐다. 하지만 현 보수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가로막혔다. 새 정부가 들어섰어도 여전히 관련 법률개정안은 국회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특수고용직들은 퇴직공제부금 제도에서도 제외됐다. 퇴직공제부금이란, 일용직에게도 퇴직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 제도로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을 제공한 날마다 4000원씩 퇴직금을 적립해 노후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덤프트럭·굴삭기 기사인 특수고용직들은 그동안 대상자에서 제외돼 온 것이다. 대상자 범위를 넓히는 법안이 18·19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현 보수야당의 반대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이 법안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이 부위원장은 “이번 국회에서도 대상자를 특수고용직으로 넓히고, 10년 동안 동결됐던 퇴직공제부금 인상안을 담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9월에 조금 논의가 되는 듯싶더니, 또다시 특수고용직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부딪혀 논의가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한 세월을 싸워왔건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가로막힌 권리를 어떻게든 찾기 위해 광고탑에 오른 그의 수화기에선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몰라 안전장치로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안전벨트를 맸다는 이 부위원장은 “건설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건축 구조물에는 한 번도 오른 적 없는 덤프트럭 기사의 씁쓸한 농담에 헛헛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박준호·홍기탁 파인텍 공장 노동자는 지난 12일 새벽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박준호·홍기탁 파인텍 공장 노동자는 지난 12일 새벽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제공

#2. 또다시 하늘로 올라간 파인텍 공장 노동자
75m, 세차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굴뚝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 이전 보다는 좀 낫지 않냐 저희들끼리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노사문제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듯합니다. 결국 노동자 자신이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수밖에 없는 듯해요. 변한 게 없네요…”

지난 12일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오른 박준호 파인텍 공장 노동자는 “법으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이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새벽 4시30분 박준호·홍기탁 파인텍 노동자는 75m 높이의 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굴뚝 아래 누가 왔는지조차 알아보기 힘든 높이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굴뚝도 흔들렸다. 그는 “바람이 너무 불어서 비닐천막으로 바람막이를 만들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파인텍 공장 노동자의 굴뚝농성은 처음이 아니다. 파인텍노조 현 지회장인 차광호씨가 지난 2014년 5월 공장 굴뚝에서 408일 동안 농성한 바 있다. 공장을 399억원에 인수한 모회사 스타플렉스가 공장폐업 및 회사 매각절차에 들어가자 이에 항의하는 농성이었다. 당시 차씨 등은 스타플렉스가 매각을 통해 차액을 남기기 위해 공장을 인수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현장을 떠났다.

박준호·홍기탁 파인텍 공장 노동자는 지난 12일 새벽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15일 박준호 노동자는 고공농성장에서 담은 서울시내 풍경 사진을 보내왔다.
박준호·홍기탁 파인텍 공장 노동자는 지난 12일 새벽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15일 박준호 노동자는 고공농성장에서 담은 서울시내 풍경 사진을 보내왔다.ⓒ박준호 파인텍 공장 노동자 제공

차광호씨는 스타플렉스가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해고자 고용승계 등을 약속하면서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당시 노사는 △11명의 해고자 고용승계 △노동조합 활동 보장 △단체협약 보장 등 ‘3승계’에 합의했다. 이후 2015년 1월4일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합의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박준호씨는 말했다. 공장은 지난해 10월28일 이후로 다시 멈춘 상태다. 문제해결의 방법이 보이지 않자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이다. 박씨는 “3승계 내용을 갖고 새로운 회사와 대화를 해봤지만,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며 “노동조합과 관련한 기본적인 활동에도 제제를 가했다”고 강조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긴 싸움은 이들을 투사로 만들었다. 박준호·홍기탁 노동자는 굴뚝 난간에 ‘노동악법 철폐, 헬 조선 악의 축(독점재벌, 국정원,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달았다. 또 한쪽 난간에는 ‘3승계(노동조합, 단체협약, 고용) 이행하라!’ 현수막을 설치했다. 박씨는 “지금 공장에 남아서 싸우고 있는 5명의 힘이 얼마나 크겠나, 그래도 우리들의 행동으로 변화된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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