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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삶을 채우고 버티게 하는 따뜻한 노래

신인이 아닌 뮤지션이 새 음반을 내놓으면 들어보지 않아도 대강은 알 것 같다. 하고 있던 장르와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음악을 들려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장르는 음악 언어와 어법, 서사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장르를 결정하는 순간 어법과 태도가 확정되므로, 데뷔작 이후의 모든 음반은 끊임없는 동어반복이라 여길 수도 있다. 특정 뮤지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 장르와 반복되는 질감을 선호하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뮤지션들이 동어반복만 수행하지는 않는다.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면서 다른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받고, 관심 있는 다른 사운드에 도전하기도 한다. 삶이 달라지면 자신의 변화가 음악에 담길 때도 많다. 늘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일부러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므로 한 장의 음반을 들을 때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헤아려 들어야 한다. 오늘은 변하지 않는 것들과 달라진 것들이 섞여 완성된다. 동일함과 변화, 모두 본질이다.

밴드 디어 클라우드 정규 4집 커버 이미지
밴드 디어 클라우드 정규 4집 커버 이미지ⓒ엠와이뮤직

디어 클라우드 4집 ‘My Dear, My Lover’,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모던 록 밴드 디어 클라우드가 6년만에 내놓은 네 번째 정규음반 ‘My Dear, My Lover’을 들을 때에도 우리는 변하지 않은 것들과 달라진 것들을 헤아리며 들어야 한다. 건반연주자를 제외한 네 멤버, 그리고 밴드 음악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보컬 나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깊고 매혹적이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멤버들의 연주 역시 조화롭다.

사실 디어 클라우드의 여전한 매력을 말할 때 이렇게 짧게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컬 나인의 목소리는 현재 국내의 수많은 밴드 보컬, 혹은 보컬 전반을 아우른다 해도 독보적이다. 슬픔에서 채 헤어나오지 못한 듯 젖은 목소리는 결코 평이할 수 없는 노래 속 감정을 항상 머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거리를 두고 말하는 이들의 냉정함과 단호함을 찾을 수 없는 목소리는 어떤 감정에 빠져있는 이의 막막함과 아득함을 그야말로 막막하고 아득하게 복원한다. 디어 클라우드 노래 속 주인공이 보컬 나인이거나 혹은 다른 누군가인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한 곡의 노래가 담아내고 전달하려 하는 것이 느낌이나 마음의 흔들림을 비롯한 주관적 인식이라고 할 때 나인의 보컬은 그 흔들림의 강도와 섬세함만큼을 자신의 보컬로 재현할 뿐만 아니라 더욱 매혹적으로 탈바꿈시킨다. 우수 어린 나인의 보컬은 숙련된 작가의 문체처럼 스타일을 완성하며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을 끌고 나간다. 여기에 용린의 서정적인 기타 연주를 비롯한 밴드의 합이 더해지면서 디어 클라우드의 섬세하고 따뜻하며 가슴 시린 음악이 완성되곤 했다.

이번 음반 'My Dear, My Lover'에서도 디어 클라우드 특유의 사운드와 정서는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음반에 수록된 곡의 가사를 살펴보면 디어 클라우드의 세계가 사뭇 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음반의 서시 격인 ‘Closer’에서부터 “아직 죽지 않은 여린 불빛”, “내 어머니의 고향”, “아무 걱정 없는 노래 한 줄기”등의 노랫말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희망과 낙관이다. “헤어지지 않아/불안하지 않아/더는 울지 않아/울지 않아”로 이어지는 ‘Closer’의 나머지 노랫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어찌 할 수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자아는 어느새 불안을 털어내고 “더는 울지 않”는다 말하면서 스스로 다짐한다.

자신을 이해하고 화해한 이의 시선이 자신 밖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음반의 타이틀 곡이자 감동적인 곡인 ‘내 곁에 있어’는 “네가 아파하지 않길 기도”한다 말하고, “너를 괴롭히지 마”라고, “이 세상에 혼자이려 하지마”라고, ‘난 내 곁에 있“다고 매우 구체적인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스스로 같은 고통의 시간을 감당하지 않았더라면 건넬 수 없을 것 같은 위로는 진정성이 가득하다. 위로에서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이는 ”그저 외로움이란 걸 피하고 싶“은 마음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그녀는 ”돈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목소리도 못 들은 척 외면하지 않는다. ”떳떳한 꿈이 바랜 하루“를 보내면서도 ”노력이 부족하다 하지“ 말라고, ”힘내란 말도 내겐 소용없“다고 항변한다. 피할 수도 없고, 맞서기도 힘든 세상 앞에서 ”집에 가고 싶“고, ”엄마 보고 싶“은 마음은 그 자체로 애잔하고 진실하다.
이번 음반 수록곡에는 이렇게 지금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그리고 디어 클라우드는 이들에게 ”하염없이 초라해져 자신 없어도/네 모습 그대로 그냥 즐기면 돼“라고 말한다. 가슴 시린 사랑과 이별의 후일담이 많았던 전작들에 비하면 분명한 변화이다.

디어클라우드
디어클라우드ⓒ엠와이뮤직

겨울 길목, 촛불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노래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두고 시선이 넓어졌다거나 깊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상투적이다. 이미 생각하고 있었으며 느끼고 있었음에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지금 꺼내놓은 것은 이들에게도 똑같이 쌓인 삶이 그렇게 만들어주었거나, 조금은 희망을 품어보아도 좋을 것 같은 세상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시간은 ”두근대던 내 몸 안에 가득했던 용기“가 ”하나 둘 사라져가“는 엄마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만들고, 엄마의 두려움에 남몰래 눈물을 찍어내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공감과 울림을 표현해낼 수 있게 했다. ”너의 얘기를 끝내 들어주지 못했“다고 사과하고, ”안녕“을 고하고, ”너를 위해 여기 서있을게“ 고백하고, ”그대만이 나의 구원“이라 말할 때 디어 클라우드의 노래는 자신에게 정직하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노래는 타인에게도 예의를 지킬 뿐 아니라 그들의 고통 그 곁에서 함께 견디고 자신의 몫을 감당하려 한다. 디어 클라우드는 음반의 끝에 이르러 ’My Dear’와 ‘My Lover’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노래 속의 이야기들은 그 자신도 이미 충분히 고맙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음반의 제목인 'My Dear, My Lover'는 고마움을 느끼는 한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고마움을 느끼고 이야기 해주는 한 사람 역시 누군가에게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다른 누군가 역시 고마움을 느끼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이 음반은 넌지시 말하고 있다.

그렇게 관계는 소중해지고, 그 소중한 관계로 인해 삶은 채워지고 버틸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지켜야 한다. 서로가 삶의 이유여야 한다. 디어 클라우드의 새 음반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바로 이 이야기가 아닐는지. 우리가 지난 겨울을 거리에서 보낸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겨울 길목, 촛불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노래가 방금 도착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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