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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밤이면 와인바로 변신하는 서점, '다시서점'의 소망
없음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제일기획이 보이는 골목에 위치한 ‘다시서점’을 찾았다.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책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게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에 놀란다. ‘다시서점’은 낮에만 서점이다. 밤에는 ‘초능력’이라는 와인바로 변신한다.

이런 의외성이 주는 신선함이 오히려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찾아온 손님들은 여지없이 카메라로 내부의 모습을 찍기 바빴다.

다시서점의 특별함은 또 있다. 시인(詩人)인 책방 주인이 시(詩)집을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점. 그게 유행처럼 늘어났던 독립서점들 중 ‘다시서점’을 특별하게 느끼게 하는 이유다.

다시서점
다시서점ⓒ사진제공 = 다시서점


책방 이름이 ‘다시서점’인 이유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서점 주인 김경현씨는 “‘만민보’에 나왔던 윤선애 가수 기사 아래에 자신의 인터뷰도 걸어달라”라고 요청했다. ‘다시서점’이란 이름을 가수 윤선애의 노래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에서 따왔기 때문이라는 것.

“이 노래는 가수 김광석의 추모곡으로 불린 적도 있고,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던 이들이 서거 당시에 많이 불렀어요. 제가 관심가진 것들이 모여 있는 노래에요.”

“새로 생겨나는 것들보다는 사라지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술을 마시러 가도 꼭 내일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곳에 가죠. 시집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에서 ‘다시’만 딴 이유는 단순했다.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라고 짓겠다니까 주변 사람들이 ‘홍대병’ 걸렸냐고 했어요. 괜한 소리 듣기 싫고 해서, 뜻을 충분히 담는 ‘다시’만 따 왔어요. 이름을 만들고 보니 ‘시가 많은’이란 의미의 ‘다시(多詩)’도 되더군요.”

다시서점 주인 김경현
다시서점 주인 김경현ⓒ사진제공 = 다시서점


사진만 찍고 가는 ‘인스타그래머’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예쁘게 꾸며진 인테리어에 사진만 찍고 가는 이들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는 그는 손님들을 만나며 그렇게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다.

“시집 서점인 이곳에 와서 제가 다 들리게 ‘나 시 안 읽어’라고 하는 분이 있었어요. 이유를 알고 보니 ‘시험 보는 것 같다’는 거였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사진만 찍고 가는 ‘인스타그래머’들을 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죠.”

그는 “이 공간, 사진 찍기 좋은 예쁜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 공간을 소비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 계기로 여기 왔다가 자신한테 맞는 딱 한 편의 시를 찾는다면 아주 큰 기쁨이죠. 저이건 그 사람이건”라고 말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동주’의 영향인지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시작으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등의 복각판이 나왔어요. 표지도 예뻐 인테리어용으로 딱이죠. 예쁘게 세워 놓고 사진 찍다가도 정말 힘든 어느 날 시집을 읽다가 감명 깊은 시 한 편이라도 발견하면 남는 일 아닙니까.”

그런 흐름에 맞춰 그는 올해 초 시인 백석을 시작으로 윤동주, 김소월의 시집과 해설서, 전기와 굿즈를 판매하는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좀 더 쉽게 시를 접할 수 있도록 시가 아닌 인물 중심으로 손님들을 끌어들인 것.

“백석 시인의 사진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았어요. 기획전 초반에는 ‘백석이 이렇게 잘생겼어?’라는 사람이 제일 많았어요. 그렇게 관심 가지던 사람들이 그 다음엔 그의 시를 보려고 왔고, 시집을 사게 되었죠. 우연한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찾게 되면 좋은 것 아닐까요.”


그럼 올해 꼭 읽어야 할 시집은 뭡니까?

“그런 게 어딨어요”라고 손사래치는 그는 이내 “최근 나오는 시집들이 언어유희 중심으로만 나온다”고 말했다.

“조윤희 시인이 올해 낸 ‘내 안의 기척’이라는 시집이 있어요. 이 책을 읽고서는 내가 잘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계속 이 시집만 읽고 있습니다. ‘내 안의 기척’을 통해 또 다른 어딘가로 나아가고 싶어요”

처음 들어 본 시인이었다. 아마 표정이 의뭉스러웠던 모양. 그런 기자에게 그는 “제가 추천해서 읽어본 분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어요. 눈을 감으면 시의 내용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라고 말했다.


‘시월세집’을 그만 둔 이유

김경현의 시월세집
김경현의 시월세집ⓒ사진제공 = 다시서점

그는 2014년 시작한 ‘시월세집’으로 자신의 시를 세상에 알렸다. 이 시집에는 ‘판매수익의 전액은 소중한 저의 월세를 위해 사용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시집을 팔아 월세를 낸다’는 그의 인터뷰를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시월세집’은 여섯 번째 시집 ‘엄마방 아빠방’으로 끊겼다. 플리마켓에서 ‘시월세집’을 팔곤 했던 모습을 이젠 찾을 수 없다.

“근근하지만 책방을 통해 월세를 낼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이상 안 하는 것”

너무 심플한 대답이어서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런 기자를 향해 그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시월세집을 보통 어른들이 많이 사 줬죠. 격려 차원이라며. 동세대 친구들은 책을 주욱 보더니 ‘좋지만, 내 월세 낼 돈도 없다’라고 장난 반 진담 반 섞어 말하더군요. 그러는데 장난도 못 치겠고 할 말도 없었어요”

“제 시는 거의 대부분 제 이야기에요. 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읽기 괴롭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반응들 때문에 저를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더 이상 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요. 좀 더 보편적인 언어와 감성을 찾아보려 합니다”


‘민중의소리’에서 이것만은 좀 이야기해주세요

인터뷰 한 매체마다 꼭 내달라고 하는데도 내 주지 않는다며 ‘도서정가제’ 이야기를 꼭 해달라고 김경현씨는 전했다.

“도서정가제 덕에 책방이 새로 생겨나고 잘 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최근 생겨나는 서점들은 대부분 독립출판물을 취급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도서처럼 선구매할 필요 없이 대부분 위탁판매에요. 판매가 된 후에 정산을 하죠. 도서정가제와 최근 독립서점 붐은 별 연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소비자들에게 하는 부탁이었다.

“테마에 맞게 책을 진열하는 큐레이션을 해 두면 사진만 찍어가고 책은 인터넷으로 사시는 분들이 있어요. 물론 그게 합리적이죠. 하지만 큐레이션 하는 저 같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노동도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는 이어서 “사실 문제의 핵심은 도서관이 늘고, 도서관 예산도 늘어 지역 책방도 찾고 서적을 구입해주면 될 일이죠. 제대로 된 도서관이 적다 보니 서점이 그 역할을 하게 된 거고. 서점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료’가 되버린 거죠”라고 나름의 문제 진단도 내놓았다.


노가다하는 십장도 시를 읽고 쓰는 세상

다시서점
다시서점ⓒ사진제공 = 다시서점

“저는 노가다하는 십장도 시를 읽고 쓰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인 선배에게 얻은 시집 중에 철광 노동자들이 쓴 시만 모아 놓은 게 있어요.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짠하고, 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갸우뚱하며 전설로만 내려오는 시집이라고 맞장구치는 기자에게 그는 다른 예시를 들었다.

“할머니들이 노인대학에서 갓 한글을 배우고 처음 쓴 시 같은 거 있잖아요. 사람 마음을 울리는. 그런 게 단절된 사회 속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좋은 매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평생을 설비 업종에 종사하셨다는 그의 아버지가 자신의 의지로 시집을 읽는다면, 세상도 바뀐 것이고 자신도 성공한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점을 함께 정리했다. 와인바에 서점을 내어줄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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