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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성탄절 특사 키워드는 “민생시국(?)”
지난 9월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잔여발사대의 추가 배치를 위해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들이 사드기지(옛 롯데골프장)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9월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잔여발사대의 추가 배치를 위해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들이 사드기지(옛 롯데골프장)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문재인 정부가 성탄절을 맞아 집권 후 첫 특별사면을 추진 중이다. 집권 후 첫 사면인 만큼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민생사면’의 성격과 지난 정부에서 탄압받았던 사안에 대한 ‘시국사면’의 성격을 동시에 띨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는 보수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듯 시국사범 중 일부를 골라 ‘민생’과 연관을 지으려 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첫 특사 기준에 대해 “정치나 경제보다는 민생 쪽에 훨씬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법무부에서 민생과 관련된 시국사범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집회 관련자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집회 관련자 △용산 참사 시위 관련자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집회 관련자 △세월호 참사 집회 관련자 등으로 좁혀 특사 대상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과 관련된 시국’ 사건이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흔히 ‘시국사범’은 정치적 사건의 양심수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생계 등의 문제에서 파생된 ‘민생사범’과는 구별되는 의미로 사용됐는데 이를 연결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즉, 지역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발생한 투쟁이 정치 현실과 맞물려 시국사건으로 확장된 경우를 의미한다.

이런 관점이면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정부 정책에 따라 토지를 수용당하게 된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이 군사기지 반대로 확장된 것이 된다. 원전 문제와 결합된 밀양의 송전탑 반대 투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민주정부 수립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양심수’ 사면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경북 성주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해온 이재동 성주농민회장은 “사면을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안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협소하게 바라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처음에는 (지역)사회 문제로 보긴 했지만, 단순히 우리의 삶의 문제가 아니고 한반도 전체의 문제였기 때문에 계속 오랫동안 싸워온 것”이라며 “그렇게 민생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보수층 반발 염두에 둔 구색 맞추기

이처럼 청와대가 특사를 추진하면서도 ‘민생 시국’이라는 어색한 수식어를 붙인 것은 보수층의 반발을 염두에 둔 구색 맞추기인 것으로 보인다.

촛불 정국 이후 각계 시민사회단체는 “보수정권의 피해자인 양심수를 석방하는 특사를 단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해왔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의원 등이 꼽힌다. 정치권에서도 정봉주 전 의원의 복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적 기준으로 본다면 거론된 사건들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이해할 수 있고, 국제 인권단체인 엠네스티도 이들 중 일부를 양심수로 보고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같은 보수정당과 보수언론 등은 이를 반대하며 연일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5대 시국사건 특사 검토 움직임에 대해 “연말의 코드사면, 이념사면의 성격”이라며 “극렬좌파세력이나 직업적 전문시위꾼에 대해선 반드시 불관용의 원칙으로 강력하게 엄단해나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 때문에 정부로서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워 ‘민생 시국사범’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양심수석방 취진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5대 사건을 민생과 관련된 사건이라고만 하기엔 어색한 감이 있다”며 “노동자나 빈민, 농민들이 민주 새 정권을 위해 투쟁했던 것이라고 봐야한다. 강정마을이나 사드 문제만 해도 평화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민생 사안으로 이렇게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싸우다가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민생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서도 활동했던 많은 사람들, 특히 박근혜, 이명박 정권 치하에서 싸우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사면해야 한다”며 “그게 촛불 정신이고 요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진, 국무위원들과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진 촛불집회 모습이 담긴 대형 그림 ‘광장에, 서’를 관람하고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진, 국무위원들과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진 촛불집회 모습이 담긴 대형 그림 ‘광장에, 서’를 관람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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