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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SNS도 하지 않았던 디자이너, 민주당 ‘디지털 대변인’으로 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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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빈 디지털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김빈 디지털 대변인ⓒ양지웅 기자

"정치를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참여하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 6번째로 영입한 인사였던 김빈 디자이너의 당찬 포부였다.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순탄치 않은 목표였다. 대표가 직접 데려온 인사였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서 떨어지는 등 '여의도 입문' 1년 차에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그녀였다. 지금이야 "괜찮아요"라고 웃어넘길 수 있더라도, 당시로선 꽤나 뒷말이 무성했던 '사건'이었다.

'김빈'이라는 이름을 다시 듣게 된 것은 뜻밖에도 발그레한 김이수 전 헌법소장후보자의 얼굴이 그려진 이미지가 유명세를 타던 때였다. '디자이너' 김빈이 '민주당 디지털 대변인' 김빈으로 변신한 순간이기도 했다.

대변인은 많이 들었는데, 디지털 대변인은 뭐지?
"권리당원 150만명으로 불어났지만 당은 여전
디지털 대변인으로서 당과 당원의 가교역할"

더불어민주당 디지털공보단이 만든 '힘내세요 김이수' 이미지
더불어민주당 디지털공보단이 만든 '힘내세요 김이수' 이미지ⓒ민주당 디지털공보단

김이수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꼬리표를 달고서 국정감사에 서자, 야 3당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하며 끝내 국정감사를 보이콧했다. 국회에서 부결된 후보자가 권한대행직을 유지한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김 전 후보자의 면전에서 "자격도 없는 사람", "헌재를 없애야 한다"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서슴치 않았다.

이후 SNS에서는 야당의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힘내세요 김이수' 운동을 벌였다. '힘내세요 김이수'란 문구는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오를 정도로 대단한 열기를 자랑했다. 특히 김 전 후보자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이미지도 함께 널리 공유됐다. 이 운동을 독려한 사람이 바로 김빈 디지털 대변인이었다.

"'힘을내요 김이수'는 정말 많이 이슈가 됐죠. '여론조작'이라며 오해를 받을 정도로요. 많은 시민들이 김 전 후보자가 힘이 나길 바랐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해시태그와 문구만 있었는데, 이미지까지 만들어서 공유하니 반응이 확 다르더라구요. 처음에는 이미지에 당 로고가 박혀 있었는데,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쓰도록 로고도 지웠어요. 그 아이디어는 사실 많은 시민들의 바람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요."

모든 정당에는 대변인이 있다. 당의 대변인들은 정당 혹은 대표의 입장을 설명한다. 주로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브리핑하거나 논평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에서는 '디지털 대변인'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대변인과 하는 업무는 얼추 비슷하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더해져야 한다. 어떻게 당원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디지털 대변인은 당과 당원이 소통할 수 있는 중간 가교 조직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금 민주당에 권리당원만 해도 150만명이 되는데요. 당원 수가 적을 때나 많을 때나 당은 아직 그대로잖아요. 오래된 정당이 바뀌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디지털 대변인은 이번에 신설돼 기존 당직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당원이 원하는 정당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어요. '정당의 현대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디자이너였던 김 대변인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메시지와 이미지가 더해진 카드 뉴스 형식의 논평을 만들었다. 이 역시 당원들의 아쉬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다른 당보다 홍보에 능숙했다는 평가를 받은 민주당이 대선이 끝난 후로는 다시 기존의 모습으로 돌아와 안타깝다는 당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논평의 내용은 물론이고 이에 꼭 맞는 이미지를 구상하기에는 손이 모자랐다. 김 대변인은 '디지털 공보단'을 꾸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저를 포함한 디지털공보단은 디지털 논평을 만드는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어요. 전통적으로 논평은 서면 논평이죠. 그런데 과연 당원들이 서면 논평을 읽을까요? 대선 때부터 이미 웹 포스터에 익숙해 있으니, 많은 당원들은 새로운 형식의 논평을 원했던 것 같아요. 디지털공보단 출범식 때 내세운 이미지가 '끊어진 다리'였거든요. 당과 당원 사이가 끊어졌다는 의미를 담은 것인데, 당원들은 당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전통적인 소통이 아니라 당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알려주길 바라는 거죠. 그걸 디지털 논평으로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 대변인은 유독 '소통'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디지털공보단이 만든 디지털 논평을 보여주는 데에서 나아가 당원들의 반응도 일일이 소개하기 바빴다. 디자이너 시절부터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해야 했던 일종의 '직업병'일까 싶었지만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김 대변인은 흔하디흔한 SNS도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본인 일 하느라 바빠서 SNS도 안 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사실 저도 SNS도 안 했어요. 그런데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서 무엇인가를 이뤄야 하는 거잖아요.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잘 봐야겠죠. 그러니까 관심도 많이 가지게 되고, 더 열심히 듣게 되더라구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보면 당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요. 사실 제가 하는 일들은 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당원들의 아이디어를 제가 구현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새로운 정당문화를 꿈꾸는 김빈 대변인
그녀가 꿈꾸는 정당의 모습은?

김빈 대변인
김빈 대변인ⓒ양지웅 기자

김 대변인이 새롭게 준비하는 '더민주 굿즈' 프로젝트도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한 당원이 트위터에서 '당원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었는데, 이에 공감하는 이들이 2천여 명에 이르렀다. 이러한 트윗을 본 김 대변인은 바로 당원증 디자인에 착수했다. 당원증뿐만 아니라 민주당 로고나 당 색 등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당과 당원들 사이의 소통은 물론 '멤버십'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 숨어있다. 정권교체를 기점으로 늘어난 당원들의 지지세를 더욱 굳건히 해 이후에는 새로운 정당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지금 권리당원이 150만 명인데요, 민주당으로서는 이 당원들과 계속 함께 가고 싶어 하죠. 그러려면 '통합 멤버십'이 있어야 해요. 지금 당원들은 민주당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해요. 내가 당원인데 당원증도 없고, 통장에서 돈만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민주당 로고가 있는 수첩 하나라도 갖고 싶어 하는 당원이 많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죠."

"나중에는 당원들이 당사에 와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장소를 만들려고 해요. 지금 당사에 위원장실이 있지만, 거의 안 쓰는 공간이거든요. 그 공간을 당원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거죠.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한쪽에는 당헌당규 수첩과 대선 자료집, 총선 자료집 등을 놔두면 돼요. 이게 실현되면 나중에 문화가 생길 겁니다. 문화가 별게 아니라 친해지는 거에요. 공간이 있으면 당원들이 모이면서 취미 활동도 하고, 요리도 하고, 책도 같이 읽고, 현안에 대해 공부 모임을 만들 수도 있고요."

새로운 정당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김 대변인의 목소리에는 절로 힘이 실렸다. 사실 정치계는 여러 장벽이 많아 어느 분야보다도 보수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한다. 혁신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시도들은 번번히 좌절되기 일쑤였다. 김 대변인이 정치계에 발을 들였을 때에도 '디자이너가 무슨 정치를 하느냐'는 편견이 더러 있기도 했다. 그래도 김 대변인은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장벽들을 하나씩 하나씩 거둬내고 있었다.

"디자인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배웠거든요. 정치랑 비슷하죠. 그래서 디자이너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단순히 내용이 좋은 것을 넘어서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잘 구현할 디자이너들의 힘이 필요해요. 이제까지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플랫폼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사실 디지털공보단이 아니면 없죠. 제가 정당 문화를 바꾸기 위해 이야기했던 계획들이 되게 큰 내용이에요. 말로는 '됐으면 너무 좋겠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지금처럼 당 내외부가 마음을 열다 보면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힘을 모아야죠."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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