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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별 생각 다하는 산책자 콜라보씨에게 비친 도시
김목인
김목인ⓒ일렉트릭 뮤즈

포크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각자 떠올리는 뮤지션이 다를 것이다. 국내 뮤지션만으로 한정한다면 김민기, 김세환, 송창식, 양희은, 한대수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고, 정태춘과 조동진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시인과 촌장이나 장필순, 해바라기를 이야기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광석,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안치환을 이야기 하는 이들이 있을텐데 그 다음에는 어떤 이름이 불릴까. 한국에서 포크 음악의 역사가 50여년이 되어 가는데, 여전히 많은 이들은 포크 음악이 김민기에서 시작해 김광석에서 멈춰버린 줄 안다. 더 이상 포크 음악 히트곡이 없고, 포크음악은 7080 세대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전히 포크 음악이 많다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서울특별시 홍익대학교 앞을 근거지로 한 인디 신에서 활동 중인 포크 뮤지션들의 이름과 그들의 음반과 팬층에 대해 언급하면서 원고 분량을 채우고 싶지는 않다. 이제 젊음을 대변하는 음악은 아이돌팝과 일렉트로닉과 힙합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많은 포크 뮤지션이 있다. 그들의 노래는 누군가에게 결코 바꾸고 싶지 않은 최고의 노래이다.

김목인 3집 커버
김목인 3집 커버ⓒ일렉트릭 뮤즈

한국 포크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목인의 세번째 음반 ‘콜라보 씨의 일일’

그 중 김목인이 있다. 2000년대 중반 캐비넷 싱얼롱즈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2011년과 2013년 정규 음반 두 장을 내놓은 김목인은 어느새 한국 포크 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잡았다. 맑은 소리로 특정한 감정을 고백하거나, 비판적인 메시지를 노래하는 포크 음악의 전통적 어법과는 달리 김목인은 차분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순간과 깨달음을 포착해가면서 삶의 매듭을 노래해왔다. 특히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성이 높은 노랫말을 써내면서 김목인은 우디 거스리라든가 김민기, 정태춘이 그러했듯 떠돌이 이야기꾼의 노래, 이야기로서의 노래라는 포크의 전통성을 계승하고 지켜냈다. 그는 늘 무겁지 않은 톤으로 관찰하듯 노래하면서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이 이야기를 대신하게 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매우 진지한 주제임에도 부담이 없으며, 감정이 요동치지 않지만, 계속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또한 음반을 더할 때마다 편곡과 사운드 메이킹도 계속 깊어지면서 자칫 비슷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음악들 사이에서 개성과 품격을 획득했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이 11월 28일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음반 ‘콜라보 씨의 일일’은 이러한 김목인의 특질이 더욱 흥미롭게 발현된 음반이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패러디한 것 같은 음반의 제목답게 음반의 수록곡들은 콜라보씨의 하루를 담아내고 있다. 소설이 그러했듯 이 음반 역시 콜라보씨의 하루를 기록하면서 그의 눈과 발걸음에 비치고 깃든 현대 도시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콜라보해 담아내고 있다. 김목인 자신일 수도 있을 콜라보씨는 출근시간에 똑같이 출근하지 않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으로서 “새 작업의 방향”에 대해 ‘인터뷰’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글을 쓰거나 다듬는 쪽에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그는 보들레르나 벤야민이 그러했듯 외출을 시작해 산책자로 도시를 배회하고 횡단하면서 도시를 지켜보고, 자신을 지켜보고, 타인들을 지켜본다. 그리고 우리는 도시의 산책자인 콜라보씨를 기록하는 김목인의 시선을 따라 산책자 콜라보의 시선을 보고, 그의 눈에 비친 도시를 본다.

‘콜라보 씨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
즐거움에 윤기를 더하는 김목인의 포크 음악

콜라보씨가 외출을 시작해서 밤을 맞기까지 딱히 놀랍거나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콜라보씨는 출발할 때부터 “교통카드 겸 카드를 가지러 다시 집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우체국에서 계약서를 보내고, 인터뷰를 하고, 패스트푸드점 2층 창가에 있고, 캔맥주가 놓여 있는 파라솔 아래 앉아 있고, 밤의 마트를 돌아다니는 일 정도는 도시의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SNS’ 안팎에서 일어난 죽음도 드문 일은 아니다. 이는 김목인이 콜라보씨로 명명한 산책자가 체험하는 도시의 일상에 대해, 그러니까 그 일상의 삶에 대해 노래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치느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거나 기록하지 못하는 도시의 순간순간과 그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면서 산책자로서의 차이를 보여준다. 큰 기대가 없고, 큰 기쁨이 없고, 큰 슬픔 역시 없는 하루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소함이며, 사소함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도시이고, 사소함을 기록하는 은근한 시선이다. 오늘은 그냥 햇볕도 쬘 겸 걷기로 하는 생각이나, “가련하고도 찬란한 이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생각, 그 밖의 수많은 “별 생각”이 도시의 풍경과 시간 아래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펼쳐질 때 우리는 우리가 흘려보낸 풍경과 생각들을 비로소 붙잡는다. 콜라보씨는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고, 밀린 일이 있지만 걷다가 떠오른 누군가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하고, 파시스트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는 사람이다. 그는 패스트푸드점의 풍경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결국 누군가를 만나고, 마트에서 쇼핑을 하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그는 때로는 자신이 가진 것을 “어디 둘지 모르”겠고, “돈이 그렇게 많지도 않으면서/필요 없는 것들도 조금 담아놨”다는 것을 안다. 자신이 마트 에고의 명령을 받는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박태원의 소설에서만큼 스스로에게 중요한 결심이나 성찰에 이르지는 않지만, 김목인은 여전히 차분한 시선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콜라보씨의 일상을 독백이 있는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내면서 그동안 노래가 되지 않았던 시공간과 일상을 노래로 되새길 수 있게 했다. 또한 불편하고, 어리석고, 인간적이고, 지루하고, 불안하고, 슬픈 마음까지를 숨기지 않음으로써 인간으로 변화무쌍하게 살아있는 마음에 근접한다. 이 음반에는 팽팽한 긴장이나 사건, 에너지의 분출이 없다 해도 주의 깊고 정직한 시선이 빛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이 즐거움에 윤기를 더해주는 것은 바로 김목인이 만들어낸 음악이다. 포크 음악의 사운드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운드라고만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김목인은 친근감 있는 리듬과 소박한 악기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다른 장르의 어법을 재치있게 차용하면서 자칫 단조로울 수 있을 어쿠스틱 사운드를 다채롭게 확장한다. 11곡의 노래를 들어보면 거의 모든 곡에서 피아노, 베이스, 플루겔 혼, 키보드, 퍼커션 등의 감각적인 연주와 연출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음반의 사운드는 발랄하고 풍요롭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댄디’, ‘인터뷰’, ‘깨어있는 음악’, ‘만남’ 같은 노래들은 김목인의 어법이 가진 매력을 잘 드러낸다. 이렇게 김목인의 음반이 한 장 더해졌고, 한국 포크의 성취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듣고, 또 계속 듣게 될 음반이 늘어나고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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