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현장]‘내 인생의 첫 파업’ 출정식에 나선 서울지하철9호선 노동자들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9호선 노조는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9호선 노조는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김철수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이 ‘내 인생의 첫 파업 출정식’에 나섰다. 생애 처음으로 나서는 파업에도 불구하고, 400여명의 9호선 노동자들은 30일 서울시청 동편에 노조 머리띠와 조끼를 입고 모였다. 이들은 외치는 “현장인력 충원하여 시민안정 보장하라” 구호는 서울광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지난 2009년 7월 서울지하철 9호선이 개통됐다. 9호선은 다른 지하철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민영화된 상태로 시작됐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는 16.3%의 민간투자를 받고 금융기관들이 설립한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30년 운영권을 맡겨버렸다. 개통 이후 수백억원의 혈세와 운영비가 투자자의 배당금으로 샜다.

반면, 지하철은 터무니없이 적은 인력으로 하루 평균 60만의 9호선 이용자들을 감당해 왔다. 기관사, 승무원 등은 장시간 중노동으로 졸음을 참아가며 지하철을 움직여 왔다. ‘지옥철’을 운행하는 9호선 노동자들의 마음은 언제나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위험운행이었다. 이에 참다 못 한 9호선 기관사와 승무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올해 1월 25일 노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날 시민안전 및 노동생존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생에 첫 파업에 나선 것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9호선 노조는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9호선 노조는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김철수 기자

“9년 간 참을 만큼 참았다”
“시민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지옥철’ 바꿔내자”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울분과 굴욕을 삭히고 오늘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가 9년이 걸렸습니다.”

파업출정식 대회사에 나선 박기범 서울9호선운영노조 위원장이 말했다. 그는 준비해온 대회사를 또렷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출근을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졸며 운전하고, 식사시간에 밥먹다 말고 민원응대를 하러 뛰어나가고, 밤샘근무를 하고 아침 9시에 퇴근해서 당일 저녁 11시에 출근해 연속 밤샘근무를 해왔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이 묻어났다.

박 위원장은 “효율적 민영화는 9호선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동착취와 외화유출, 납품 비리만이 판을 치는 치외법권인 사기업적 모순만 존재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자유치 자본금의 대부분은 대출을 통해 이루어져 이율을 챙기는 돈 놀이 수단일 뿐이고, 매년 50억 이상의 위탁운영의 중복비용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청년일꾼 100명 이상의 채용 및 9호선 근로조건 개선으로 사용되어야 할 소중할 혈세가 빠져나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제 9호선이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우리 손으로 바꿔내자”며 “파업을 지지해주는 시민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9호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하자”고 외쳤다.

30일 서울시청 동편에서 서울지하철9호선 노조의 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30일 서울시청 동편에서 서울지하철9호선 노조의 파업 출정식이 열렸다ⓒ민중의소리

9년 동안 참아왔다는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400여명의 9호선 노동자들은 흔들림 없이 집회에 임했다. 오른쪽 가슴에 ‘시민안전 보장하라’, ‘노동인권 보장하라’ 문구가 적힌 리본을 달았다. 각장의 등에는 ‘9호선을 지옥철로 만들고 노동생존권 유린한 서울시와 프랑스 운영회사 책임져라!’라고 적힌 몸자보를 핀셋으로 고정했다. 생애 첫 파업에 나서는 이들의 출정식은 구호를 외치는 연습으로 시작됐지만, 이미 연습하고 준비해온 이들처럼 하나 된 모습이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을 통해 ▲승무원 16명, 역무원 15명, 기술 15명, 관제 3명 충원 ▲인력충원 2018년까지 50%, 2019년까지 75% ,2020년까지 100% 이행 ▲기술 야간지원근무 개선 ▲2016년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2018년까지 승무 10명, 역무 5명, 기술분야 야긴지원근무 개선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에서 노동생존과 시민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충원을 강조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파업을 진행한다.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에는 100% 정상운행을 하고 퇴근시간인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85%의 운행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이승훈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