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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한발씩 물러선 내년 예산 합의

여야가 내년 예산안에 잠정합의했다. 쟁점이 되었던 이슈들에선 여야가 각기 양보한 대목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부가 내놓은 기본틀을 지켰다고 본다.

세부적인 내용에서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쟁점이 되었던 법인세 인상안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정부는 기존의 과세표준 2천억원 구간 신설 및 세율 인상 대신 ‘3천억원 초과’ 구간에 25% 세율을 적용하는 선으로 물러섰다. 소득세 인상은 지켜졌지만 증세의 실효성을 낮춘 결과여서 다소 아쉽다.

아동수당 적용에서 보편복지의 원칙을 훼손한 건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여야는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줄어드는 비용이 약 1천억원이라고 하지만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해 0~5세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에 대해 실사를 해야 하고, 또 이런저런 누수를 감내해야 한다. 차라리 상위 10%에 대해 세금을 더 걷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10%를 굳이 제외한 것은 어떻게든 보편복지가 원칙이 되는 걸 막기 위한 야당의 발목잡기일 뿐이다.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 지원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장기구상이 훼손됐다. 물론 예산안은 매년 심사하고 의결하는 것이니만큼 이번 협상 결과만 놓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애초 정부가 내놓은 1만2천여명이 20%가량 줄어들었고, 내년 예산안을 내기 전에 공무원 재배치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크게 늘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애초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보수야당은 최저임금 인상 대상인 영세기업에 수조원의 국민 세금을 퍼준다는 발상 자체가 틀렸다면서 딴죽을 걸었다. 대기업에는 R&D지원 등을 명목으로 수십조원의 세금을 감면해줘왔다는 걸 감안하면 이런 비판은 근거가 없다. 야당은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규모를 유지하되 내년에 이를 넘어설 수 없다는 모자를 씌웠다. 자칫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예산안 협상이 다당 체제의 특성을 보여준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 측면에서 자유한국당이 일관된 반대 입장에 선 반면, 국민의당은 여당인 민주당과 타협을 선택했다. 타협이 이루어진 바탕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 역시 나쁘지 않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태도로 볼 때 여야 ‘1대1’ 구도였다면 어떤 합의도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더 나은 정치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제도개선에서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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